◆…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 기반시설 재건을 위한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자금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 국세청(IRS) 역량 강화 등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향후 2년 동안 빠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적인 성장에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공화당은 재정건정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기업들은 증세정책이 과도하다면서 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미국 인프라 투자 계획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은 한국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기대되나, 증세, 고위험 투자손실 발생 가능성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노후된 인프라, 다 뜯어 고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 기반시설 재건을 위한 2조 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American Jobs Plan)을 발표했다.

노후된 인프라 시설 재건을 위한 8년간의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더 많은 수익 창출 등을 하겠다는 것.

여기엔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 등 재원 조달방안(Made in America Tax Plan)도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공개한 물적 인프라 투자 계획과 더불어 인적 인프라 투자 계획(American Families Plan)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물적 인프라 투자(1단계)와 인적 인프라 투자(2단계)를 합한 총투자 규모는 최대 4조 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인프라 투자 계획은 크게 ▲운송 인프라 ▲제조업·혁신 ▲돌봄 시설 ▲주택·학교·병원 ▲상수·통신·전력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중 운송 인프라 부문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운송 인프라 부문에 6,210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며, 주로 전기차 지원, 교량·철도·도로 개선, 대중교통 현대화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제조업·혁신 부문에 대한 투자(5,800억 달러)는 크게 ▲제조업 및 중소기업 재정비(3,000억 달러) ▲R&D 투자(1,800억 달러) ▲직업훈련(1,000억 달러)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고령자, 장애인을 위해 돌봄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간병인 임금 인상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4,00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택 개량 및 공급(2,130억 달러), 공립학교 시설 및 기술 지원(1,000억 달러), 병원 현대화(250억 달러)에 총 3,38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상수(1,100억 달러), 전력(1,000억 달러), 통신(1,000억 달러) 시설 개량에 총 3,110억 달러가 투자된다.

◆…미국 인프라 투자 계획.

■ 재원 조달 방안은 '증세'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계획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 국세청(IRS) 역량 강화 등을 내세웠다.

우선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인하(35%→21%)한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6,95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글로벌무형자산소득에대한저율과세(GILTI)의 최저세율을 10.5%에서 21%로 인상하는 한편, 미국 다국적 기업이 갖고 있는 '해외 자산에 대한 첫 10%의 소득 무과세 혜택'도 폐지할 예정이다.

현재는 해외 자회사가 무형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고정 자산 대비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GILTI를 통해 10.5%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저세율을 21%로 인상함으로써 4,950억 달러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해외발생무형자산소득 공제제도를 폐지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재정수입은 R&D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무형자산(특허, 상표권, 라이선스)의 본국 송환 시 100% 비과세를 적용하는 한편, 미국 내 무형자산의 해외 판매 소득에 대해서는 공제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FDII 공제제도 도입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무형자산 소득 중 37.5%를 과세대상에서 공제받을 수 있었으며, 공제 후 21%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음으로써 13.1%의 세금만 납부했다.

장부소득(book income)과 과세소득의 차이를 활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 재무제표상 소득이 1억 달러 이상일 경우 최소 15%의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 100대 기업 중 33개 기업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정부는 연간 20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화석연료 사용 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 특별 외국인 세액공제 등 세금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한편, 환경정화(Environmental Clean Up)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54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국세청(IRS)이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조세 회피 또는 탈루를 막아 재원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0년 전에는 대기업들이 매년 국세청(IRS)의 회계감사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그 비율이 50%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 공화당, 기업들 반발…법안 통과 난항 예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향후 2년 동안 빠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장기적인 성장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9.7%(전기대비 연율, 2021년 4월 6일 기준)로,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에는 5.6%로 전망했지만, 3월에는 6.8%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매월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1,9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예상치는 무디스(Moody's)의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향후 10년 동안 1,630만 개의 일자리가 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자연적 일자리 증가를 통해 생겨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만으로 26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빠른 경기확장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과도한 레버리지 기반의 투자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미국 공화당은 인프라 재건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증세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공화당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증세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며, 재정지출 확대로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공화당은 인프라 투자 계획을 6,150억 달러로 줄이고 도로, 교량과 같은 물적 인프라 구축에 주력할 것을 촉구했다.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률(21%→28%) 등 증세정책이 과도하다고 보고 인프라 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및 미국의 주요 기업 CEO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에서 공식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계획안에 반대하고 있다. 법인세 등 세율이 인상되면 미국기업의 해외 이전과 일자리 유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부 기업인들은 25%의 법인세율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글로벌 최저세율 정책을 동반하지 않고 기업 납세 부담만으로 국내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휴회 이전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하나, 공화당이 법인세 인상 반대, 투자 규모 축소 등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한국에 미칠 영향은?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정책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은 한국의 수출, 투자 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나,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현실화, 고위험 투자손실 발생 가능성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선 건축자재, 중장비, 기계 및 부품, 철강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청정에너지 제품에 대한 연방조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으로 미국 내 첨단기술 기업과 제약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미국정부는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에 "함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멈추자"며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위험관리에 앞서 고수익 추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경우 금융 불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유자산에 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해온 아케고스 캐피탈이 지난달 말 마진콜에 실패함에 따라, 아케고스 캐피탈에 돈을 빌려준 Credit Suisse, Nomura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관련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처분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하락 상황에서는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재연될 경우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위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rozzhj@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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