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커지면서 급격한 기온 변화가 일어나는 이맘때쯤이면 대상포진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환절기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과 기능에 적응 부담이 생기는데 이때 과부하가 걸리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봄철 환절기를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1년 건강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가 대상포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한 해 70만 명에 달한다. 그간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일명 `집콕시대`가 이어지면서 불균형한 식습관, 심야 활동, 운동 부족, 육아와 업무 병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환절기 적응 부담까지 겹쳐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따라서 40대는 물론이고 MZ세대인 20~30대까지 대상포진을 앓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몸속의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잠복해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며 나타난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거나 몸이 약해졌을 때 척추를 중심으로 한쪽에 팥알 크기의 작은 물집이 생긴다. 초기 붉은 반점과 고름 물집이 3~7일 동안 계속되다가 1~2주 지나면 점차 딱지로 변하며 떨어진다. 이러한 초기 피부병변 증상 때문에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오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퍼지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과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데 대상포진 피부 병변이 광범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만 수포와 통증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신경에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있는데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주로 감각신경에 침범한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초기에는 감각이 둔화되어 정상적으로 느낄 수 없는 감각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피로, 미열, 두통 등 일반적인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보이지만 점차 피부감각이 아주 예민해지고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스치기만 해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발병하는 부위에 따라 합병증과 후유증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나 이마 주위에 발생하는 경우 안구감염, 시력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안면부나 귀를 침범하여 안면 신경마비까지 나타나는 예도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만성으로 발전하는 신경통이다. 발진이 사라지고 나서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하는 상태로 고통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겹쳐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강남유나이티드병원 채수민 원장(통증의학과 전문의)은 "대상포진이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신경통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간혹 피부에 병변이 나타나지 않은 채로 신경통이 발생하므로 의심이 들면 병원에 빨리 방문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두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하고 한 번 감염되면 몸에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대개 수두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두 바이러스는 몸이 약해지면 활성화되기 때문에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로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충분한 숙면, 적절한 수분 섭취, 반신욕은 기초체온을 높여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또한 적절한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하루 15분 정도 야외활동을 통해 햇볕을 쬐어 비타민D를 강화한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옷을 가볍게 입고 창가에 앉아 20~3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비타민 보충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50대 이후 발병하던 대상포진, `MZ 세대`까지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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