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ABC]
생존 키워드 된 ESG…리스크 관리까지 하는 GRC가 핵심 전략
임진왜란(1592년)·정유재란(1597년)·인조반정(1623년)·이괄의 난(1624년)·정묘호란(1627년)·병자호란(1636년). 조선 왕조 500년 가운데 가장 참담했던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겪었던 1600년 전후의 50여 년인 것 같다. 연이은 외침과 내란의 난리통에 국토는 만신창이가 됐고 민생은 더없이 피폐했으며 나라는 사실상 망했었다고 본다. 리스크 관리의 완전한 실패였고 특히 국가 운영 거버넌스의 실패가 확실했다.

선조대에 시작된 당쟁은 내분을 일으켜 일본의 침략 의도를 읽어 내지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왕좌에 오른 광해군도 이이첨의 전횡을 막지 못한 결과 인조반정으로 쫓겨났다. 조선은 임진란을 겪고 나서도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전혀 민감하지 못했다. 만주의 신흥 세력으로 부상한 후금의 실력을 간과하고 그들을 단순히 오랑캐 취급했다.

이미 명줄이 끊어진 명과의 관계 유지에 연연하는 가운데 10년 동안 두 번이나 청의 침략을 받고 치욕을 겪었다. ‘킬러 리스크(조직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한 통에 사실상 나라가 무너진 형국이었다.

오늘 리스크 사회 대한민국의 비즈니스 형편은 어떤가. 도처에 지뢰밭이다. 한가하게 지속 가능 성장을 논하기 전에 당장 살아남기도 버겁다. 결국 핵심 역량을 공고히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야 하고 그 후에 지속 성장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요구되는데 ‘ESG 경영’은 요즘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화두다.

글로벌 금융 위기 등에 따른 삶의 질 하락,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 심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빈부 격차 심화와 사회 갈등 고조, 물 부족,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 팬데믹(세계적 유행) 전염병의 창궐,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에 따른 갈등 심화 등 우리 사회의 존폐를 위협하는 킬러 리스크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각성 차원에서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 향상이 여하한 조직의 생존 목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리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라면 ESG에 또 다른 E(Economic profitability : 경제적 성과)를 더해 ‘E2SG’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경제적인 수익성도 전제가 안 되는 영리 비즈니스는 무의미하지 않은가. 결국 ESG 경영은 지속 가능 경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다들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ESG 경영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분명하게 손에 잡히지 않아 비즈니스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즈니스의 ESG 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필자는 ‘GRC’를 강조한다. GRC는 거버넌스·리스크 관리·컴플라이언스(Governance, Risk, Compliance)의 약자로 조직의 지배 구조, 리스크 관리, 윤리 경영과 준법 활동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전략을 의미한다.

GRC는 한 조직이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발전 및 운영 방향을 전사적으로 설정하고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며 의사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고 조직이 당면한 제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법과 규제의 준수 및 내부 통제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핵심인 리스크 관리 기능이 한 조직에 내재화돼 체화되고 타 기능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즈니스 지속 가능 성장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GRC는 ESG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생존 키워드 된 ESG…리스크 관리까지 하는 GRC가 핵심 전략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