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첨단소재, 자율주행차 에어백 등 신시장 개척…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수요 증가 예상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아마존의 완전 자율주행차 로보택시에 공급되는 효성첨단소재의 에어백. /효성 제공
(사진) 아마존의 완전 자율주행차 로보택시에 공급되는 효성첨단소재의 에어백. /효성 제공
효성의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인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타이어·안전벨트·에어백 등에 쓰이는 핵심 섬유 소재의 비율이 매출의 83.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부진 등으로 셧다운 조치 등을 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기면서 타격이 컸다.

뛰어난 신축성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를 지녀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통 섬유 제품을 통해 쌓아 온 기술력으로 새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는 올해 큰 폭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에도 공들여

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타이어 케이싱의 구성 요소인 함성 섬유) 글로벌 시장점유율 4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다.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용 섬유 등 자동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재를 생산한다. 토목·건설·운송 사업 등에 쓰이는 산업용 소재도 만든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자회사 ‘GST글로벌’이 생산한 ‘OPW(One-piece Woven) 에어백’이 2022년부터 아마존의 완전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에 적용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아마존의 자율주행차 전문 자회사 ‘죽스’가 만드는 4인승 자율주행 택시는 최대 시속 120km로 이동할 수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안전은 핵심 요소다. 효성첨단소재의 에어백은 서로 마주보는 4개 좌석에 장착된다. 에어백은 부득이한 사고 발생 시 천장에서 터져 내려와 90도 형태로 전개된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봉제선이 없는 만큼 일반 에어백과 비교해 사고 때 펼쳐진 후 오랜 시간 팽창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위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 연료 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 섬유를 제조하는 한국 유일의 기업이기도 하다. 탄소 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어서 ‘꿈의 첨단 소재’로 불린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일본·독일·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 한국에서는 최초로 탄소 섬유의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전북 전주에 연간 생산량 2000톤 규모의 탄소 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 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 2만4000톤의 탄소 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지난해 1차 증설을 완료해 연 40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의 증설을 위한 투자도 결정했다. 효성첨단소재는 경남 울산 아라미드공장 생산 규모를 연 1200톤에서 40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첨단소재의 아라미드는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도·내열성·내약품성이 뛰어나 방탄복과 방탄 헬멧 등 방위 산업과 광케이블의 보강재, 자동차용 호스와 벨트, 건축용 보강재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용 타이어의 캡플라이 부분에 나일론과 혼용되면서 강도를 보강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섬유 소재 원천 기술로 위기 돌파하는 효성
섬유 소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관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부침을 겼었던 회사의 실적도 올해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571.6% 증가한 2297억원이다. 매출은 35.8% 증가한 3조25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수요 둔화로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부문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지만 최근 전방 업황이 개선되면서 가동률이 급격히 정상화하고 있다”며 “올해 타이어코드 실적의 정상화와 아라미드 증설 효과 등으로 지난해 대비 증익 추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판덱스 글로벌 1위의 효성티앤씨
(사진)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섬유. /효성 제공
(사진)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섬유. /효성 제공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하는 효성티앤씨도 다소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올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티앤씨는 1991년 후발 주자로서 축적 기술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스판덱스의 독자 개발을 결정해 성공한 곳이다.

당시만 해도 독일·미국·일본 등 세 나라가 세계 최강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효성티앤씨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지속적 도전과 투자로 세계에서 넷째로 스판덱스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는 현재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효성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 제품이 됐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고부가 가치를 지닌 기능성 섬유다. 원래 길이의 5~7배 늘어나면서 원상 회복률이 97%로 신축성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레깅스·면바지·청바지는 물론 정장에도 쓰일 정도로 보편화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터키 스판덱스 공장에 600억원을 투자해 올해 안에 연 2만5000톤을 증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에도 400억원을 투자해 연 1만 톤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선제적·역발상적 투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섬유 소재 원천 기술로 위기 돌파하는 효성
업계에서는 효성티앤씨 외에는 올 연말까지 유의미한 글로벌 스판덱스의 공급 증가가 없어 타이트한 수급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터키와 브라질 증설이 완료되면 각각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션 시장과 글로벌 섬유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효성티앤씨는 축적한 섬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8년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을 개발하기도 했다. 효성티앤씨는 소재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고객과의 접점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제주도와 함께한 ‘리젠제주’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 초 서울시와 투명 페트병을 분리 수거해 재활용 섬유로 생산하는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리젠서울’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리젠은 패션·의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스크·티셔츠·가방 등의 모습으로 변신해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올해도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친환경 섬유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친환경 기업으로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패션 브랜드와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28.5% 증가한 6093억원이다. 매출은 20.1% 증가한 6조19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간편복 수요가 증가한 데다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의해 중국 스판덱스 신·증설이 급감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에 따른 스판덱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하는 효성티앤씨의 실적 호전은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