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비만’ 증가…건강 적신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찐자(체중이 갑자기 증가한 사람)’가 늘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살이 쪘다. 비만은 염증을 만들어 혈관을 병들게 하고, 심장, 뇌, 간, 장 등 온갖 장기를 망가뜨리는 침묵의 살인자다.

코로나19 이후 42% ‘체중 증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2.1%가 “코로나19 이후 체중이 증가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수검 결과에 따르면 2020년 30·40대 남성 비만율은 각각 54.03%, 52.5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한소아청소년학회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6~12세 소아청소년 1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된 2~3월 기준 그전 3개월 동안과 이후 3개월 동안 체중 변화를 살펴봤다. 비만을 나타내는 체질량지수가 18.5㎏/㎡에서 19.3㎏/㎡로 의미 있게 상승했으며, 과체중 아동 비율도 24.5%에서 27.7%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비만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헬스클럽, 체육관 폐쇄나 외출 제한 등의 탓에 ‘못 움직여서’ 체중이 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한다. 잘 움직이지 못하는 코로나19 환경이라면, 당연히 덜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섭취 에너지가 소비 에너지보다 많으면 살쪄
보다 근본적으로, 살은 왜 찔까?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에너지 섭취량이 많은 경우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면서 비만이 된다. 예를 들어 고기 등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혈중에서 떠돌던 지방이 심장이나 근육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으면 지방세포에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포도당의 경우도 여분이 남으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사망 위험을 20% 높인다고 알려졌다. 비만 탓에 생기는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비만으로 인해 몸 속 대사에 문제가 생겨 유발되는 질환과 과도한 체중 그 자체로 생기는 질환이다.

몸 속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은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뇌경색, 암 등이 있다. 과도한 체중 때문에 생기는 질환은 수면무호흡증,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관절염, 요실금 등이 있다.

덜 먹어야 빠지는데, 배달음식 만연
비만학계에서 ‘러닝머신은 단팥빵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해봤자 많이 먹으면 절대 체중 감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비만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 일례로 밥 한 공기(300kcal)를 소모하려면, 1시간 30분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라면은 500kcal, 돈까스는 800~1000kcal나 되므로 훨씬 더 격한 운동을 오래 해야 한다. 체중 감량에 첫째도 둘째도 중요한 것이 음식 섭취이며, 그다음이 운동이다.

코로나19가 비만을 불러온 첫 번째 이유는 ‘배달음식 섭취 증가’에 있다. 집콕 생활을 한다고 해도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 세끼 중 한 끼는 배달음식으로 때우는데, 배달음식은 메뉴도 한정돼 있고 기본적으로 칼로리가 높다. ‘맛’을 내기 위해 지방과 당분, 나트륨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식당에서도 영업 제한 시간이 있고,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밥을 빨리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환경도 체중 증가를 부추긴다. 빨리 먹으면 포만감을 충분히 못 느끼고 많이 먹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만연해 있다.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분비되면, 식욕은 증가하고 우리 몸은 지방을 저장하려고 한다.

하루에 500칼로리 줄여야
코로나19 시대에 살 좀 쪄도 된다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 살은 한 번 찌면 잘 안 빠진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칼로리 제한’이 핵심이다. 배달음식 대신 집밥을 먹으라는 것도 결국 ‘칼로리’ 때문이다. 자신의 하루 적정 섭취 칼로리를 알고, 칼로리에 맞춰서 먹어야 한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해 먼저 표준 체중을 알아야 한다. 남자의 경우 ‘키(m)의 제곱×22’, 여자는 ‘키(m)의 제곱×21’이 표준 체중이다. 예를 들어, 키가 175㎝인 남성 A씨의 표준 체중은 ‘1.75²×22’로 67.3㎏이다. 표준 체중 kg당 30kcal를 곱한 것이 하루 섭취해야 할 적정 칼로리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적정 칼로리에서 500kcal를 덜 먹어야 한다.

기초대사량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쨌든 운동은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헬스클럽,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에 집착하기보다 거리 두기 와중에도 가급적 움직이려고 노력하자. 직장인이 점심을 먹으러 갈 때는 먼 거리에 있는 식당을 선택해 조금이라도 걷는 식이다. 일상생활 중에서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는 니트(NEAT) 운동이 코로나19 시대에는 도움이 된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니고,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기 등이 니트에 해당한다. 다만 운동의 강도를 따져가며 해야 한다. 숨이 차서 옆사람과 평온한 대화가 안 될 정도의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한다.

※ 하루 500kcal 줄이기를 위한 실천 tip

 식사량 줄이기
평소 식사량의 3분의 1 덜 먹기, 매끼 밥 3분의 2공기로 줄이면 100kcal × 3 = 300kcal가 감소하고, 매끼 기름 1작은술씩 줄이면, 45kcal × 3 = 135kcal가 감소한다.
 간식량 줄이기
커피믹스(55kcal), 매실차(90kcal), 유자차(90kcal), 이온음료(65kcal), 단팥빵(252kcal), 고구마·옥수수 1개(200kcal), 견과류 1봉(135kcal) 등 불필요한 당분 섭취나 고열량 간식을 줄이고 생수, 블랙커피, 녹차, 토마토, 오이, 저지방우유 등 열량이 낮은 음료, 간식으로 바꾼다.
 패스트푸드 먹지 않기
먹어야 한다면 단품으로 구입하고 음료를 블랙커피 같은 칼로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변경한다.
 음주 최소화하기
순수한 알코올은 g당 7kcal. 소주 1병의 칼로리는 510kcal, 1~2잔만 마시면 368~439kcal를 덜 섭취한다.
 고열량 식품 피하기
대표적으로 삼겹살 1인분(200g에 500kcal), 라면(503kcal), 치킨 1조각(295kcal), 감자칩 스낵(340kcal) 등이다.
 저열량 식품으로 식단 구성하기
칼로리가 거의 없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채소류(상추, 양배추, 양상추, 오이, 배추, 샐러리, 당근 등), 버섯류,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우무 등), 곤약, 천사채, 음료(보리차, 녹차, 홍차, 블랙커피 등) 등이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