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재 후기를 텍스트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3,0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3,0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 삼성중공업

지난해 말부터 한국 조선사의 수주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부터는 거의 매주 대형 조선 3사 중 한 곳에서 수주 공시가 올라오는 수준입니다. 올해 조선 3사에 쌓인 선박 수만 91척. 지난해 1분기 3사 수주량이 25척에 불과했으니까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그 3배가 넘는 실적을 올린 겁니다. 한국 조선 3사는 이미 연간 수주 목표액의 20%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실적만 회복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이 한국 조선 업체들은 자국 발주량이 압도적인 중국 업체들을 서서히 앞지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 2018년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수주량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올해도 2월까지 250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하며 글로벌 선박 발주량 482만 CGT의 절반이 넘는(52%) 양을 가져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업 몰락의 아이콘 `말뫼의 눈물`을 따 `울산의 눈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던 한국 조선업. 대표적인 쇠퇴 산업으로 꼽혔던 조선업계에 볕이 드는 걸까요. 이번 주 Fact-tory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랠리 비결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K-조선,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중국 압도했다 [배성재의 Fact-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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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은 LNG 추진선…고사양 `하이브리드` 엔진 통했다

한국 조선업계 수주 행진의 중심에는 LNG 추진선이 있습니다. LNG 추진선이란 석유 연료와 함께 LNG를 주 연료로 쓰는 이중 연료 `하이브리드` 추진선을 일컫습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석유 연료를 쓰던 선박들은 ▲비싼 저유황유를 쓰거나 ▲선박에 탈황 설비(스크러버)를 추가하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 추진선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 가운데 `가성비`가 좋은 LNG 추진선이 최선의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는 겁니다. 조선업 관계자들은 "LNG 추진선은 일반 선박보다 가격이 10~20% 더 비싸지만, 세 선택지의 장기 비용을 따져보면 가장 저렴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선박이 이번 수주 행진의 핵심, 이른바 한국산 `하이브리드` 선박들입니다. 한국 조선 업체들은 경쟁사인 중국 조선 업체들보다 기술력이 좋고 납기 기한도 잘 맞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중국은 LNG 추진선 기술을 갖췄지만, 건조 포기, 인도 지연 등으로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국영기업 후동중화조선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포기 사례입니다. 2017년 9월 후동중화조선은 프랑스 CMA-CGM 선사로부터 초대형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를 포기했습니다. 이후 중국의 SCS조선으로 건조 업체가 변경됐는데, 예정 인도 시기였던 2019년 11월에서 1년 가까이 늦은 9월에야 1호선을 인도했습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를 "중국 조선 실력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탓에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한국산 LNG 추진선으로 돌아선 선주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대형 조선 3사는 액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사용 가능한 압력과 온도로 맞추는 `LNG 연료공급시스템`을 모두 독자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 HI-Gas, 대우조선해양 HiVar, 삼성중공업 FuGas) 세 곳 모두 LNG 추진선 수주에 뛰어들 역량이 충분합니다.
K-조선,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중국 압도했다 [배성재의 Fact-tory]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 현대중공업

● LNG 추진선 수주 밀려온다…선가 인상까지 `겹호재`

지금의 수주 행진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한국 대형 조선 3사가 최고 수준의 LNG 추진 기술력을 가졌다는 건 익히 알려졌었지만, 올해 초만큼 수주가 극명하게 갈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올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 추진선 35척 중 24척을 수주하며 한국산 LNG 추진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높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주 전망은 어떨까요. 글로벌 업황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과 영국의 조선 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 등은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을 각각 3천만 CGT, 2,380만 CGT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코로나 쇼크를 겪었던 지난해 1,924만 CGT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지난해 6월 조선업계를 뒤흔들었던 `초대형 프로젝트`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향후 5년간 100척에 가까운 LNG선 발주가 예상되는 23조 원 규모 초대형 사업입니다. 카타르 페트롤리엄과 한국 대형 조선 3사는 2027년까지 LNG선 건조 슬롯 확보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발주 소식은 없습니다.

일각에선 라마단 기간(4월 말~5월 초) 이후를 발주 시점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러시아, 모잠비크 등 글로벌 LNG 프로젝트들이 대기 중입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계획 단계에 있는 LNG 프로젝트들에서 2023년~2026년까지 필요한 LNG선은 348척"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매출의 핵심인 선가도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17만 4천㎥급 LNG선은 2019년 10월 후로 꾸준히 1억 8,600만 달러로 선가 변동이 없다가 올해 1월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올랐습니다. 이어 2월에도 상승 곡선을 타 1억 8,750만 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새로 만든 배의 가격으로 따지는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도 지난해 11월 125포인트에서 3월 현재 129포인트로 올라왔습니다. 비록 조선업이 초호황을 맞이했던 2000년대 말에 비할 순 없지만, 선가가 상승 추세인 점은 긍정적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 사진제공: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 사진제공: 대우조선해양

● LNG 다음은 암모니아·연료전지…조선업계 테슬라 나올까

`한국산` LNG 추진선 수주 행진은 이른 기술 개발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가 예고된 뒤로 국내 조선사들이 꾸준히 LNG 추진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기 때문입니다. LNG 추진 시장은 한국이 석권한 만큼, 글로벌 조선업계는 앞으로 1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이미 치열합니다. LNG 추진 방식이 탄소 배출을 줄인 데 그쳤다면 차세대 선박들은 탄소 배출이 아예 없는 기술 장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친환경 선박 추진 기술 중 가장 상업화가 가까운 기술은 암모니아 추진과 연료전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60년엔 선박 연료의 60%가 암모니아와 수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로 운반이 가능하고 태워서 열도 낼 수 있지만, 비화석 연료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한국 대형 조선 3사 모두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 중입니다. 작년 7월 한국조선해양이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국내 첫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 인증을 받은 후로 9월과 10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인증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선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가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을 개발해 중국 강남조선과 협업 중입니다. 앞선 사례 모두 2024~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볼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료전지 선박 분야도 상용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019년 삼성중공업이 연료전지를 적용한 원유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공식 인증받은 뒤로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VLCC 개발, 한국조선해양과 사우디 아람코와의 수소·암모니아 협력 MOU 등이 이어졌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 측은 곧 있을 현대중공업의 IPO 신주 발행 취지에 대해서도 "친환경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금 1조 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조선업계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이제 각사의 리스크로 자리 잡았고, 저가 수주, 후판 가격 인상 등 사업적 어려움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올해 수주 행진을 통해, 일거리만큼은 기술력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 전 대비 덕분에 성과를 보고 있는 한국 조선업. 과연 앞으로의 10년도 기술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K-조선,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중국 압도했다 [배성재의 Fact-tory]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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