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21

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21

지상파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장면은 무엇일까. 맹수의 사냥이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을 확률은 25%에 불과하다. 4번 시도해서 1번 성공한다. 육식동물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한 끼 식사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과 대입된다. 언택트 시대를 타고 온라인이 붐업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고객들은 매일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오프라인은 소위 잘나가는 곳만 생존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두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까.

오프라인에서 살아남는 법
1.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려라
2.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라
3.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라
4. 브랜드를 경험하는 ‘쇼룸’이 되라
5. 동네 소비자를 잡아라

온라인에서 살아남는 법
1. 스마트폰에 몰아줘라
2. 신속 정확하게 정보를 공유하라
3. 챌린지, 이벤트를 하라
4. 결제 수단을 다양하게 하라
5. 360도 보여줘라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살아남는 열 가지 비책
오프라인에서 살아남는 법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려라

백화점은 왜 문화센터를 운영할까. 문화센터 회원들은 일주일에 2번 백화점을 정기적으로 오게 돼 있다. 이를 방문한 고객은 백화점 매장도 둘러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쇼핑이 시작된다. 백화점에 점점 익숙해질수록 구매 횟수와 구매 양도 커진다. 현재 회원이 가족과 친구에게 문화센터를 추천해주면 신규 고객도 유입된다.
2021년 1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층을 50여 개 코스메틱 브랜드로 채워 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화장품 공간으로 리뉴얼을 시작했다. 다양한 신제품을 직접 발라보며 사람들의 발을 확실히 묶어둘 셈이다.
2020년 12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1층을 새롭게 오픈했다. 건축, 정치, 만화 다양한 분야 전문가 15인이 추천하는 책 1500권을 ‘인사이터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테슬라 매장에서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를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사람들의 취향과 시간을 파는 공간, 사람들을 오래 붙잡아둘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공간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라
백화점, 대형 마트, 쇼핑몰에는 문화센터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음식과 다과를 즐길 공간이 풍부하다. 쇼핑을 하다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다시 힘을 낸 뒤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아예 음식과 다과를 목적으로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도 쇼핑까지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의 식품관이나 카페가 핫 스폿이 돼 약속을 잡는 장소가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백화점 출입구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아 명당자리로 손꼽힌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1층에 식품관을 두는 변화를 꾀했다.
스타벅스는 무엇을 파는가.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 커피나 음료를 산 뒤 한두 시간 앉아서 대화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판다. 게다가 세련되고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인테리어도 멋지다. 지하철역 바로 옆이나 대형 랜드마크 옆에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할 때 바로 들르기도 편하다. 전기 콘센트도 무료로 제공된다. 약속을 잡아도 되고 책을 읽어도 되고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해도 된다. 오래 머문다고 눈치를 주지 않는다. 전국에 수많은 매장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라서 할인쿠폰이나 프로모션 상품도 여러 매장에서 쓸 수 있다. 스타벅스는 누구나 오프라인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판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라
유행을 선도하기, 제품 붐업 시키기,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기 같은 일은 오프라인이 제일 잘하는 일이다. 시각, 후각, 촉각, 청각을 통해 직접 느끼는 것은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레스토랑 영업이 중지된 지 4개월 만인 2020년 8월, 뉴욕시는 잠시 야외석을 허가했다. 사업자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도시가 계속 숨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했다.
식사가 ‘영양 섭취’가 목적이라면 배달음식과 도시락만으로 목적이 달성된다. 하지만 식사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또 다른 목적도 있다. 뉴욕이나 파리처럼 공간 문화가 발달한 곳은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피플워칭(people watching)’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노천카페가 발달한 도시에서 패션이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한다. 도시의 열린 공간을 시민들이 즐기는 일,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의 가치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가치를 더 멋있게, 더 풍부하게,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해주는 것이 오프라인의 몫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쇼룸’이 되라
아이폰 오프라인 매장은 철저하게 아이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따른다. 색상, 매대 형태, 조도, 제품 디스플레이, 직원 문화까지 모두 애플이라는 문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블루보틀은 바리스타를 엔터테이너로 정의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한다. 고객과의 긴 대화, 하얀 벽면에 파란색 병 로고가 있는 인테리어, 독특한 굿즈, 매장 분위기는 고객 스스로 블루보틀 홍보대사가 되게 한다. 인스타그래머블 하기 때문이다. 방문 고객들이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올린 블루보틀 콘텐츠는 블루보틀의 문화를 자동으로 널리 알리고 또 다른 고객을 이끈다.
교보문고는 2018년 5월 ‘책향(The scent of page)’이라는 시그니처 향수를 출시했다. 교보문고 매장에 사용한 이 향수는 고객들이 매장을 거닐 때 나무가 많은 숲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교보문고는 이 향기를 향초, 종이방향제로 정식 판매한다. 교보문고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신선한 시도이며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최대로 활용한 사례다.
덴마크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은 쇼룸, 오피스, 와인바, 레스토랑, 카페가 있는 공간을 서울 한남동에 열었다. 입점한 곳들은 다 프리츠한센의 가구를 쓴다. 이 공간은 제품 전시와 판매가 목적이 아닌 커피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든 가구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프라인 공간을 브랜드의 철학과 콘셉트를 알려서 ‘팬’을 모으는 곳으로 활용한 예다.

동네 소비자를 잡아라
팬데믹 이후 동네 소비자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었다. 안전을 위해 먼 곳에 갈 수 없어 내 동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 ‘로코노미(local+economy)’ 시대다. 게다가 원래 사람들은 모르는 가게의 주인, 처음 본 쇼핑몰에서의 구매보다는 아는 사람, 아는 곳의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런 점을 강화하면 주택가 골목길의 작은 상점도 경쟁력이 있다.
택배, 편지 배송 역시 내 집 근처에서 하는 일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말까지 자율주행 이동우체국을 만들었다. 우체국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우편물을 전달할 시간과 장소를 입력한 뒤 결제하면 정해진 장소로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찾아가 접수를 받는다. 앱에 미리 등록한 비밀번호를 이동우체국에 입력하면 적재함에 우편물을 실을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영되는 우편물 배달로봇, 집배원을 따라 무거운 짐을 싣고 움직이는 집배원 로봇도 운행될 예정이다. 택배는 물건을 전달해야 하므로 오프라인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오프라인 사용 편의까지 개선한다면 동네 소비자의 마음을 더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살아남는 열 가지 비책
온라인에서 살아남는 법
스마트폰에 몰아줘라

책, 신용카드, 신분증, 자동차 열쇠, 라디오, 오디오, TV 이런 것들을 모두 스마트폰에 간편하게 연동해야 한다. 각종 스트리밍 미디어가 스마트폰 하나에서 이미 가능하다. 사용자의 시간, 장소를 자유롭게 해준다.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The House of Innovation)은 나이키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상하이, 뉴욕, 파리 등에 ‘스캔 투 트라이(Scan to try)’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신이 입어보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몸만 피팅룸으로 가면 된다. 나이키는 이 모든 고객 경험을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었다.
틱톡은 2018년 10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어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으로 선정됐다. 틱톡은 15초짜리 매우 짧은 영상으로 이모티콘과 같은 다양한 증강현실(AR) 스티커 등으로 10~20대를 공략했다. 틱톡은 철저하게 스마트폰에 맞추어 스마트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성격을 모아 론칭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에서 스마트폰을 자동차 디지털 키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디지털 키를 기반으로 대리운전과 탁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도 운영체제인 iOS에 포함될 디지털 키 기능을 소개했다. 가족과 친구 등 최대 5명의 아이폰 또는 애플워치에 자동차 디지털 키 정보를 공유하면 그 사람들끼리는 그 디지털 키로 자동차 문을 열고 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2021년 1월 BMW는 아이폰 기반 ‘디지털 키 플러스’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신속 정확하게 정보를 공유하라
정보를 대중에게 자유롭게 공유해야 한다. 예컨대 당신은 지금 대형 마트에서 노트북을 사려고 한다. 노트북 가격이 매장별로 어떻게 다른지, 브랜드별로 어떻게 다른지, 다른 색상도 있는지, 할인 이벤트가 있는지, 크기가 다른 신제품이 언제 출시되는지, 지금 사는 것이 나은지 일주일만 기다렸다 사는 것이 나은지, 다른 이들의 후기는 어떤지 당신은 지금 바로 스마트폰에서 모조리 알 수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것은 온라인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평하게 대중에게 퍼진 정보는 신뢰성도 높다.
최근 욜로(You Only Live Once)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화두다. 요즘 오프라인 매장들은 월요일과 화요일 쉬거나 주말은 격주로 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사장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공지할까. 예전에는 매장 앞에 종이 메모를 붙여두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은 매장 상황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린다. ‘재료가 떨어져서 3시에 종료합니다’, ‘주말 오픈 합니다’, ‘00 재입고 2시에 됐습니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를 어디서든 찾아내서 내 앞에 가져다주는 것이 온라인이다. 그것도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쉽게 발굴해준다.

챌린지, 이벤트를 하라
제품 소개에 치중하는 게 아닌 제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야 한다. 예컨대 운동화를 팔려면 100일간 아침 조깅 도전 이벤트를 연다. 에어프라이기를 판매한다면 이 기기를 가지고 참여하는 튀김 챌린지를 진행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도전 과정, 도전 결과, 중간 에피소드를 사진과 영상으로 SNS에 올린다. 다같이 그 과정을 즐거워하고 그 제품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온라인은 제품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한다. 온라인의 엄청난 무기다. 모르는 사람들과 ‘동료’가 되고 ‘경쟁자’가 되기도 하면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전 세계 방방곡곡 강력한 네트워크상에서 말이다.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살아남는 열 가지 비책
결제 수단을 다양하게 하라
스마트폰 간편결제는 안면인식, 모바일 신용카드,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전자태크(RFID) 등이다. 온라인의 강점은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결제 수단을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냉장고 앱’이라는 것이 있다. 1+1 행사 상품이나 선물 증정 상품을 지금 당장 수령하지 않고 일단 냉장고에 보관한 뒤 나중에 찾아가는 서비스다.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에 돈을 미리 적립해 두고 수시로 꺼내 쓸 수 있게도 해뒀다. 이런 서비스가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좋을까. 소비자의 제품 구매를 더욱 촉진시킬 수도 있으며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예치금을 통해 이득을 낼 수도 있고 연관 서비스로 광고 수익도 낼 수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인 ‘빅데이터’도 모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고객이 무엇을 어떻게 구매한다는 소중한 데이터가 쌓여서 사업 매출에 기여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무엇이 좋을까. 내가 원하는 결제 수단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내게 맞는 혜택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는 ‘내가 고른다’는 행위 그 자체가 고객에게는 재미다.

360도 보여줘라
가상현실(VR), AR 등을 이용해 360도 촬영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실물을 보지 못하는 온라인의 최대 약점을 활용하면 된다. 기아자동차가 구글 클라우드와 개발한 ‘기아 오너스 매뉴얼’이 있다. 소비자는 이 앱을 켜고 차 안 물리 버튼에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앱이 차 안 버튼의 아이콘을 인식해서 이 버튼의 기능과 작동법을 스마트폰 화면에 영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시장은 팬데믹 이후 매일이 전쟁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라는 니체의 말에 따라 우리는 크고 작은 고통을 매일 마주친다. 그것을 순간의 고통으로 끝낼지 다음을 위한 경험으로 만들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글 정순인 LG전자 책임 연구원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저자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에서 수주 대응,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인증,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업무를 한다. 소프트웨어공학(SW Engineering),Technical Documentation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