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사퇴 컨벤션 효과’…왜 정치하는지에 대한 소명의식·시대 맞는 화두 보여줘야”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 올드보이 정치인들과 손잡으면 성공 힘들어”[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이후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지르거나 박빙의 승부를 나타내고 있다. 관심은 그가 이런 지지율 상승 추세를 이어 갈지 여부다. 그의 지지율 상승은 사퇴 선언과 함께 대선판 진입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검찰총장 옷을 벗고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된 만큼 상대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시험받을 것이다. 그에 따라 지지율은 언제든 출렁일 수 있다. 지지율 ‘밴드왜건 효과(이길 가능성이 높은 높은 후보에게 유권자의 지지가 쏠리는 현상)’를 낼 것이냐, 그 반대로 갈 것이냐는 온전히 그의 정치 능력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그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사퇴 전후 큰 차이가 난다. 한국갤럽이 3월 둘째 주(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각각 24%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였다(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달 전과 비교해 윤 전 총장이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지사는 3%포인트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 업체의 3월 2주 차(8~10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1주 차 9%에서 24%로 껑충 뛰었다. 이 지사는 25%로 1위였지만 2%포인트 떨어졌다. 이 전 대표는 2주 연속 12%에 머물렀다(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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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전후 지지율 큰 차이…이 지사 제치거나 박뱅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3월 6~8일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 29.0%, 이 지사 24.6%, 이 전 대표가 13.9%를 각각 나타냈다. 지난 2월 조사에 비해 윤 전 총장이 8.7%포인트 올랐고 이 지사는 2.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3월 5일 조사(TBS 의뢰,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도 윤 전 총장 32.4%, 이 지사 24.1%, 이 전 대표가 14.9%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2월 26~27일 조사 때에 비해 윤 전 총장은 14.5%포인트 올랐고 이 지사는 4.3%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문화일보 의뢰)의 3월 6~7일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선 윤 전 총장 28.3%, 이 지사 22.4%, 이 전 대표가 13.8%를 각각 나타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이 지사는 “지지율이라고 하는 게 바람 같은 것이어서 언제 또 갈지 모르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말은 진리다. 지지율 1위 주자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나무 맨 꼭대기 위에 올라선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세론의 맹점이다. 과거 대선 1년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 주자들이 ‘언더독(강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선거 판세를 바꾸는 것)’ 주자들에게 뒤집힌 사례는 많다.

1997년 ‘무균질’을 내세우면서 15대 대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한 박찬종 후보,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에 발목을 잡힌 이회창 전 국무총리, 2007년 고건 전 국무총리, 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그랬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 전 대표가 지지율 30~40%를 넘나들며 대항마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2020년 8월 대표 경선을 앞두고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7월 둘째 주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가 24%, 이 지사가 13%, 윤 전 총장이 7%를 각각 얻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하지만 8월부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 지사에게 역전 당하거나 박빙의 구도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와 올해 초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 지사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불과 6개월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친문(친문재인)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을 지탱해 준 한 축인 중도층이 떨어져 나갔고 지나치게 신중해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한 점 등이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슈 파이팅을 꼽았다. 과거 경기지사로 대선을 노렸던 이인제·손학규 전 지사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 만한 이슈를 만들지 못한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등 끊임없는 어젠다로 ‘팬덤’ 지지층 형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치고 나갔던 이 지사의 지지율도 윤 전 총장의 대선판 등장을 예고하면서 한풀 꺾이고 있다. 물론 이 지사의 지지율은 ‘대세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0년 말과 올해 초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마의 30%’를 뚫지 못했다. 20%대 중·후반 지지율은 조그만 변수에 따라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로 올라섰지만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어서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주자로 발돋움한 배경엔 문재인 정권과 맞서면서 ‘반문 정서’에 힘입은 바가 크고 이른바 ‘언더독 이펙트’ 요인도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선 주자로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혹독한 대선 주자 자질 검증을 어떻게 거치느냐 여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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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리더십·정치 리더십 달라…경제 등 식견도 필요

정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검찰총장으로서 보여준 뚝심과 정치 리더십의 성격은 100% 등치되지는 않는다. 정치 리더십은 훨씬 더 복잡하고 고단수의 영역이다. 검사를 비롯한 부하만을 상대로 ‘나를 따르라’는 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도 필요하다. 권력 수사와 수사권 문제를 둘러싼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 수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도 갖춰야 한다.

그가 제3지대에서 대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점은 기회와 위험 요인을 모두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례에서 봤듯이 제3지대에서 대선 도전은 모두 실패한 전철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 전 총리, 반 전 총장, 윤 전 총장 모두 정치 경험이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차이점도 있다. 고 전 총리, 반 전 총장 모두 투쟁이 아닌 맡은 직위에 힘입어 제3세력에 얹혀 왔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정부와의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투쟁을 통해 스스로 몸값을 높였다. 이런 투쟁을 통해 대선 주자로서의 중요한 요소인 리더십·뚝심·권력 의지를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은 권력과 대척점에서 뚝심을 갖고 싸워 스스로 대선 주자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에서 ‘꽃가마’를 타고 온 고 전 총리, 반 전 총장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실패한 제3지대 후보들과 달리 양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과 어떤 식으로든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다만 윤 전 총장 주변에 ‘올드 보이’ 정치인들이 어른거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시대에 맞는 화두를 던져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정대철·김한길·정동영 전 의원의 접촉설이 나돈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