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존슨(이상 가명·29). 요즘 팟캐스트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돌취(돌아온 취업준비생)들이다. 실제 취업준비생인 두 사람은 자신의 생생한 취업 도전기를 ‘취업학개론’이라는 인터넷 방송에 담고 있다.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육두문자, 진한 농담까지 자유롭게 방송에 실어 취준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다.

그들이 취업을 하는 그날 ‘취업학개론’은 끝난다. ‘국내 최초, 세계 최초 시한부’ 방송인 셈. 20여 회 제작, 공개된 ‘취업학개론’ 가운데 귀담아들을 만한 ‘촌철살인’만 쏙쏙 골라냈다. 이들이 비록 취업전문가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입사 지원 경험에서 나온 정보라는 점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돌취에게 듣는‘취업학개론’] 두 남자의 일급 취업 정보 “살아 있네!”
NOTE 1.
어떤 면접 유형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면접을 보면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의 대화로 어떻게 사람을 뽑을까’ 이런 의심이 든다. 합숙 면접을 통해 자세히 사람을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지원자 입장에선 엄청나게 큰 부담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면접관과 밥을 먹고 게임도 하며 하루 일과를 같이하는 면접도 있다. 실제로 철수가 봤던 면접이다. 처음에는 긴장을 풀지 않지만 온종일 함께하면 기본적인 인성이나 매너가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 긴 시간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 편한 이야기를 나눌 때쯤이면 성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자신 없으면 유머라도 준비하자. 모든 면접에서는 ‘유머’가 통한다.



NOTE 2.
면접 스터디 약 됐다가 독 됐다가


취업 준비 초반, 면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스터디가 필요하다. 하지만 5번 이상의 면접 경험이 있다면 굳이 모여서 준비할 필요 없다.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이 오랜 기간 스터디를 하는 것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혼자 온종일 자기소개서만 쓰다 보면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스터디를 다녀오면 학원에라도 다녀온 듯 뿌듯해져 힘을 얻기도 한다. 단, 기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기업 집중 스터디를 하는 건 추천한다.


★ 면접 스터디,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제자리걸음 식의 스터디는 정말 좋지 않다. 반년 넘게 항상 같은 구성원이 모여서 준비한다고? 시간 낭비다.



NOTE 3.
인·적성은 결정적이지 않다

인·적성은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다. 인·적성보다 작문 시험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데 효과적인 전형이다. 주관적인 채점이기 때문에 줄을 세울 수는 없지만 일정 기준을 두고 판단하기에 적합한 테스트다. 하지만 기업이 작문 평가를 할 만큼의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업 나름의 최선책으로 객관식 출제를 하는 것이다. 수능을 누가 좋아서 보겠는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 인·적성 검사 자체가 당락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10명 중에 3명 뽑으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7명을 뽑으려고 보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적성을 목매면서 준비할 필요는 없다.



NOTE 4.
대학원, 가? 말아?


대학원 진학은 일종의 취업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행위다. 2~3년 동안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좀 더 깊게 공부하면서 다른 진로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박사나 석사 학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들은 대체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 진학한다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사실 기업에 입사해서 일을 하다 보면 대학 때 배웠던 지식들, 다 필요 없다. 대학원은 오죽할까. 취업을 위해서 가는 대학원의 기회비용은 너무나 크다.

★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이유가 더 좋은 곳으로 취직하기 위해서라면 다시 생각해볼 것. 본인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도 필요하겠지?
[돌취에게 듣는‘취업학개론’] 두 남자의 일급 취업 정보 “살아 있네!”
interview 철수&존슨을 만나다
“청취자 늘어날수록 우리를 뽑는 기업이 있지 않을까 기대 커져”

Q. 왜 돌취가 되었나.

존슨 : 조직 생활이 잘 안 맞았어요. 내가 아닌 누구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회사 생활과 별개로 제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 여러 기업에 지원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지원서를 내나.

철수 : 우리 같은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에요. 인사팀이나 법무팀, 홍보팀 같은 부서는 소수의 인원을 뽑기 때문에 보통 문과생은 영업·마케팅 쪽을 선택하죠. 저도 그렇고요.

존슨 : 자기가 가고 싶어서, 하고 싶어서 기업에 지원하는 것보다 일단 ‘입사’가 목표이기 때문에 그나마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영업·마케팅 쪽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요.

Q. 소재가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하나.

철수 : 지난겨울에 한 번 고비가 왔어요. 12월은 취준생들의 보릿고개라고 하잖아요. 공채 시즌에는 원서 넣는 곳이 워낙 많으니까 할 말이 많아서 방송하는 데 별 무리가 없는데 12월에는 정말 할 말이 없었죠. 그래서 시상 코너도 만들고 손님을 초대하는 코너도 만들었어요.

존슨 : 방송을 위해서 벼룩시장 신문에서 채용 공고를 찾아 지원하기도 했어요.(웃음)

Q. 자신의 취업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나.

철수 :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전혀 걱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점점 유명해지면서 걱정보다는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특정 기업을 음해하는 것이 아니고 경험과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방송이잖아요. 우리를 인정하는 기업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기도 합니다.

존슨 : 우리가 누군지 알고도 뽑아준다면 좋은 기업이죠!

Q. 취업해서 방송을 끝내고 싶나, 아니면 계속하고 싶나.

철수 : 처음 정해놓은 콘셉트가 취업에 성공하면 끝나는 방송이에요. 그렇다고 취업 후에 방송을 딱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취업학개론’은 끝나겠지만 이름을 바꿔서 다른 주제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빨리 좋은 기업에 취업이 돼서 방송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Q. 취업을 준비하는 청취자에게 한마디.

존슨 : 취업을 원한다면 도전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가지고 취업 준비 자체를 즐기자고 말하고 싶어요.

철수 : 취업에 대한 기대를 버립시다. 사람들은 무턱대고 취업을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취업 그 자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취업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요. 일자리를 빨리 찾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취업 그 자체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김은진 인턴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