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대어 가운데 첫번째로 공모주 청약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에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렸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10일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6개 주관사에 총 63조6,198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들어왔고, 청약경쟁률은 335.36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반 청약 신청건수도 239만8천건이었다.

지금까지 세웠던 기업공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셈이다.

증권업계는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시중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절대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갈 곳을 못 찾은 단기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수 있다.

이른바 `주식의 시대`에 이번 공모주 청약 결과에 대해 여론은 `돈 많은 사람이 많다`, `어디서 이 많은 돈들이 왔느냐` 같은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워낙 단위가 크기 때문에 일반인이 체감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 규모를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대구은행 총자산 규모...카뱅은 3배 육박
64조 빨아들인 SK바사..."돈 얼마나 많은거야?"
64조 빨아들인 SK바사..."돈 얼마나 많은거야?"
64조 빨아들인 SK바사..."돈 얼마나 많은거야?"
은행 총자산과 비교해보면 지방은행 가운데 작년말 현재 총자산 2위인 대구은행과 비슷한 규모다. 대구은행의 2020년말 현재 총자산은 63조4,367억원이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26조원 수준이다. 이틀 만에 카뱅 3개 가까운 자금이 몰린 셈이다.

■ 국내 최고가 아파트 2,560채...정부 수도권 공급규모와 유사
64조 빨아들인 SK바사..."돈 얼마나 많은거야?"
(사진 : 청담PH129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펜트하우스 분양가격이 250억원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청담 PH129` 아파트로 환산하면 2,560채, 이번달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9억원으로 환산하면 63만채가 넘는다.

정부가 발표한 2.4 부동산대책에서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공급목표가 61만호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최고급 롤스로이스 8만6천대...그랜저 10년치 판매액
64조 빨아들인 SK바사..."돈 얼마나 많은거야?"
국내에서 시판중인 수입 세단 가운데 7억4천만원으로 가장 비싼 롤스로이스 팬텀 EWB은 8만6천대, 국산 브랜드 가운데 최고가인 제네시스 G90L(1억5,600만원)로 환산하면 41만대, 지난 2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그랜저 최고급 트림(4,349만원) 기준으로는 147만대에 달한다. 2020년 베스트 셀링카인 그랜저가 약 15만대 가량 팔렸으니까 10년치 그랜저 판매액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 돈이 갈 곳이 없다..."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니까"

2020년 말 현재 시중에 풀린 자금은 3,000조원이 넘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등을 합친 `광의 통화(M2)`는 3,070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9.3%나 증가한 수치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율이다. 코로나19사태와 저금리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경제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성장률이 완만하게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한다. 현 정부 뿐만 아니라 앞서 몇 개의 정권도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한은의 통계는 경제주체들은 이를 경제적인 변화로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권 성격과 상관없이 앞서 이룩한 경제적 번영을 기반으로 `곶감 빼먹기`만 반복된다. 현재의 여야 모두 이 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돈을 싸들고 줄을 설 정도의 새롭고 매력적인 사업이 끊임없이 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후보의 경제슬로건)

최진욱부국장 jwchoi@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