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세상을 촉촉하게 적시고, 거리는 색색의 우산들로 채워져 있었다. 저 멀리 고양이 두 마리가 멈춰선 차 아래 비를 피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괜히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노래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나, 지금 와서 생각해본다. 84년 동갑내기인 김윤주와 박세진 두 명으로 구성된 ‘옥상달빛’의 노래는 참 맑고 따뜻하다. 이는 비단 기자 개인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음악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미소 짓게 하는지 안다. 옥상달빛이 인기는 물론이려니와 공감까지 얻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홍대 앞 어느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의자에 걸어둔 우산에서 더 이상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을 때쯤, 인터뷰 마지막에 항상 던지는 질문을 했다.

“행복하세요?” 이어진 밝은 목소리, “네, 행복합니다!”
[스타와 커피 한 잔] 옥상달빛, 찬란한 젊음을 맑은 선율에 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소녀였어요?

김윤주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쉬는 시간마다 다른 반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얘기하고 노는 애들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박세진 말괄량이였던 것 같아요. 놀기도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 여러 가지 꿈을 키웠던 시기였어요. ‘앞으로 무엇을 할까’ ‘어떤 것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고, 미술을 해보려고 1년 동안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요. 꿈을 꾼 만큼 포기도 많았어요.

음악이 내 길이라고 느낀 것은 언제였어요?

박세진 스무 살 넘어서 느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음악을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원하는 학교에도 못 들어갔죠. 그러다 보니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의외의 즐거움도 느낄 수 없었어요. 한 학기 다니다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만 3년 했어요.

아르바이트만 3년이라… 불안하진 않았어요?

박세진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스물세 살이 되던 해에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살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그래서 다시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3년 동안의 방황이 헛된 것은 아니었죠. 지금도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요.

윤주 씨는요?

김윤주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처음 만졌어요. 부모님이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으셨는데, 피아노가 항상 가까이 있으니까 계속 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한 것 같아요. 그 후 성악·바이올린·피아노 등 다양한 것을 시작하고 포기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제 꿈은 한결같이 음악이었어요.

2009년 2월 대학(동아방송예술대 영상음악과)을 졸업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대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진 곳 같아요?

박세진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대학 같아요. 일단 음악의 동반자인 윤주를 만나게 해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다른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대학 덕분이죠.

학교 수업에서도 배울 것이 많지만 주변 친구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이 제 자신에게는 더 발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윤주 저도 세진이를 만날 수 있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느껴요. 그리고 제게 깨우침을 주신 교수님을 만났다는 것도요.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 때 음악 이론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정말 엉망이었어요.

이런 점수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너무 창피할 정도였죠. 교수님을 찾아가 휴학을 하겠다고 하니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이 될래, 아니면 네가 원하는 음악을 할래”라고 물으셨어요.

“제가 하고픈 음악을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니 “그럼 점수는 중요치 않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교수님의 그 말에서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어요. 그 말씀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3자 입장에서 옥상달빛이라는 밴드를 평가해본다면?

김윤주 ‘말괄량이 2명’이 적당할 것 같아요.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음악하고 또 사이도 좋아 보이고, 뭐랄까요 ‘잘~들 논다’가 딱 맞는 표현 같네요.

그런 평가를 받는다면 만족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윤주 만족하죠. 저희가 느끼는 행복이 평가한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거니까요. 물론 음악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욱 좋겠지만, 저희의 첫인상은 아마 ‘엄청 까분다’ ‘둘이 좋단다’라는 느낌일 거예요. 그런 저희를 보고 미소 짓고 웃으신다면 더 만족스럽겠죠.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요?

박세진 2009년에 1년 동안 홍대 놀이터에서 공연을 했어요.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 한쪽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렀죠. 공연을 할 때는 보는 분들이 조금씩 돈을 넣어주실 수 있도록 작은 상자를 뒀어요.

그런데 어떤 꼬마가 쓰레기 같은 것을 넣고 가더라고요. 후에 확인해보니까 ‘오천 원’이라 쓰여 있는 봉투 속에 동전이 가득 있더라고요. 아마 벼룩시장에서 뭔가 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모아놓은 돈인 듯한데 저희 노래를 듣고 넣어준 거죠. 정말 고마웠어요.

음악하면서 최종 목표는?

박세진 최종 목표를 정해둔 것은 아닌데, 바람이 있다면 ‘대중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에요. 앞으로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흘러도 소통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요. 음악을 통해 대중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족을 위한 음악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대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박세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그것에 대한 책임감도 분명히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것을 무턱대고 선택한 후 후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 꼭 알았으면 해요.

김윤주 행복하게 살려면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진 않잖아요. 세상과 타협해야 할 때도 있고 자기 자신을 굽혀야 할 때도 있을 거예요. 만약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을 찾아서 스스로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이 꿈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테니까요.
[스타와 커피 한 잔] 옥상달빛, 찬란한 젊음을 맑은 선율에 담다
옥상달빛 콘서트 ‘단독의 메리트’

일시 : 6월 3~5일(금요일 20시, 토·일요일 18시)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옥상달빛
김윤주 (1984년 생, 건반·기타·보컬)
박세진 (1984년 생, 멜로디언·실로폰·보컬)

앨범
2010 EP ‘옥탑라됴’
2011 1집 ‘28’

OST
MBC드라마 ‘파스타’
MBC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herejun(Twitter)│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장소협찬 Cafe Wonderland(02-3143-2651 서울 마포구 서교동 347-15번지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