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행동변화로 내 감정 읽은 AI
감정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값진 정보입니다. 감정 정보는 얼굴 표정의 변화나 행동 변화 등을 통해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감지하고 해석해 생활이나 산업에 활용하는 AI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미묘한 근육 떨림과 심박수, 혈압 변화와 같이 사람들이 제어할 수 없는 생리학적 지표도 감지해 냅니다. 자동차와 가전 등에 감정을 감지하는 센서와 알고리즘을 부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감정을 이용해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높일 수 있고 건강 의료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로봇이나 AI도 감정을 가지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시기도 올 것입니다.

자율주행 ,신가전 제품 등에 활용

미국 리서치 회사 트락티카에 따르면 감정인식과 감정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께 38억달러(약 4조원)의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가 5억달러(약 5200억원)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추산은 소프트웨어 제품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제품을 포함하면 시장규모는 한층 커지게 됩니다.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진 기업은 MIT 미디어 랩 기반의 어펙티바(Affectiva)입니다. 어펙티바는 웹캠을 사용해 얼굴과 입가 코끝 등 주요 부위를 식별해 얼굴표정을 7가지 감정(분노 경멸 혐오 공포 기쁨 슬픔 놀람)으로 분류합니다. 87개 국에서 약 600만 개의 얼굴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 정확도 90%를 자랑합니다.
어펙티바가 주로 힘을 쏟는 사업은 매체 분석 및 자동차입니다. 비디오 광고 및 TV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광고주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자동차분야에서 어펙티바는 차량 내부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운전자 장애를 감지해 승차 공유 제공이나 차량관리회사 연결 등을 통해 승객의 안전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감정 AI의 도입은 관련 업체에서도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분야입니다. 독일 아우디는 지난해 탑승자와 교감하는 모빌리티 파트너 ‘AI:ME’를 공개했습니다. 사용자의 주행 스타일과 생체 기능을 관찰해 사용자가 피로감을 느끼면 특수 조명을 사용해 피로를 줄이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중국의 CM크로스는 운전자 앞 대시보드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표정, 미세한 움직임, 생리적 특성을 포착한 뒤 심리적 긴장 등의 정서적 생리적 반응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냈습니다. 일본 소니도 개발 중인 전기차 ‘비전-S’ 실내에 운전자와 탑승자의 표정을 파악하는 센서를 탑재한다고 합니다. 차내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섭니다.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자동차 실내가 콘텐츠 소비공간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를 대비해 실내에서 감정 AI를 사용해 게임 및 영상작품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가전 업체들도 감정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일본 파나소닉은 감성 연구조직을 신설해 인간 감성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 실내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미는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감정 AI가 내장된 가전제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일본 히타치는 스마트폰의 가속도 센서로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조직과 단체의 ‘행복도’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조직 관계에서 개인의 표정 관찰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통해 조직의 환경이나 관계 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감정정보 유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정신 건강관리에서도 감정 AI가 쓰입니다. 개인의 감정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면 의사가 환자를 분류하고 더 높은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 에모키트는 정신분열증을 식별하기 위해 감정 AI를 사용한 결과 78.8%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의 파인드 솔루션 AI는 원격수업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감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AI를 이용해 정신건강을 탐지한다는 기술에 대한 반발도 심합니다. 미국 뉴욕의 AI 나우 연구소는 AI를 이용해 감정을 탐지한다는 기술은 부실한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면서 정부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얼굴 표정이 완벽히 일치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을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감정 정보의 유출은 개인 및 재산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결국 감정 인식 AI산업을 발전시키는 건 인간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