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재 후기를 텍스트로 전달드리겠습니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포스코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포스코

지난 3일 오후 포스코가 한 홍보성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포스코가 3년 전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의 가치가 35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포스코가 2018년 이 염호를 인수한 금액은 고작 3,100억 원. 3년 새 가치가 100배 넘게 폭등한 이유로는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 톤 보다 6배 늘어난 1,350만 톤임을 확인했고, ▲리튬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했다는 2가지 설명을 내놨습니다.

이후 35조 원에 주목한 자극적 기사가 포털을 장식했습니다.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 탓이었을까요. 잠시 뒤 포스코는 수정된 홍보성 자료를 다시 배포했고, `35조 원 가치`라던 염호를 `35조 원 매출액 전망`이라는 문장으로 고쳤습니다. `가치`보다는 `매출액 전망`이라는 보수적인 단어로 설명을 바꾼 겁니다. 자료 속 문장이 바뀌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리튬 염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포스코 그룹주는 줄줄이 강세를 보였고, 특히 철강 포장과 철강 부원료 사업을 영위 중인 포스코엠텍의 주가는 이틀 연속으로 폭등했습니다.

과연 포스코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포스코 그룹주의 주가를 일제히 끌어올릴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요? 이번 주 Fact-tory에서는 포스코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가 정말 35조 원의 가치, 또는 포스코 측의 설명대로 예상 누적 매출액이 35조 원으로 전망되는지에 대해 따져보겠습니다.

● 포스코의 이상한 계산법: "광산 가치 = 가격×매장량?"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이들이 포스코 측의 계산법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선임연구원은 "광산의 가치를 가격×매장량으로 구하는 방법은 처음 본다"라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만큼 광산의 가치를 따질 때는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리튬 호수의 가치는 생산할 리튬의 종류(탄산, 수산화), 리튬 생산 방식(염수형, 경암형), 정제비용 등에 따라 변동폭이 큽니다. 특히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경암형 생산 방식보다 탄산리튬 회수율이 낮은 염수형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경암형 생산 기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염호가 35조 원 가치에 못 미칠 확률 또한 높습니다.

가장 변동폭이 큰 건 리튬 가격입니다. 2017년 11월 kg당 155 위안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은 리튬 가격은 작년 8월 35 위안까지 크게 떨어졌습니다. 다시 최근 6개월 동안은 2배 이상 급등하며 이번 달 77 위안을 기록 중입니다. 앞으로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리튬 배터리 사용량 감소, 리튬 회수 기술 발달, 리튬 대체 소재 개발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섭니다.

더구나 포스코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상업적인 채굴을 시작하는 시점은 오는 2023년입니다. 아직 현지에는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저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1,350만 톤임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해서 리튬의 현재가를 곱한 숫자를, 그것도 회사가 배포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겁니다.

●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실적 추정치는?

그렇다면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적 추정치는 얼마일까요. 포스코의 보도자료 배포 후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리튬 플랜트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추정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추정치 계산에는 여러 가지 가정들이 선행됐습니다. 먼저 리튬 플랜트가 상업 운전을 시작할 2023년의 리튬 톤당 가격을 현재보다 높은 80위안, 100위안, 120위안 세 가지 경우로 산정했습니다. 환율은 1위안에 170원, 순이익률은 20%로 매겼고, 해당 리튬 플랜트의 생산량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23년의 예상 연간 매출액은 3,400억~5,100억 원 수준입니다. 2030년 예상 매출액은 1.1조~3.7조 원입니다. 당기순이익은 2023년 680억~1,020억 원, 2030년에는 2,275억~7,38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단 그래픽 참조) 포스코 측이 전망한 대로 `리튬 누적 매출액 35조 원`을 기록하려면, 적어도 10년이 넘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가치 상승분이 포스코 그룹주의 현재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시가총액도 염호의 가치를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근거입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선임연구원은 호주의 광산업체 갤럭시리소시스 사(Galaxy Resources 社)를 예로 듭니다. 갤럭시리소시스는 2018년 포스코에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절반을 매각한 당사자입니다. 아직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절반가량을 보유·개발 중입니다. 이런 회사의 시가 총액은 한국 시간 5일 기준 9억 3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 500억 원 수준입니다.
포스코의 리튬 염호는 정말 `35조 원짜리` 일까 [배성재의 Fact-tory]

최근 5년간 리튬 가격 추이. 자료제공: 신한금융투자

최근 5년간 리튬 가격 추이. 자료제공: 신한금융투자

● 사실상의 `업적 발표`…최정우 회장 연임 때문이었나

사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매장량이 1,350만 톤이라는 건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포스코가 이를 처음으로 발표한 시점은 작년 11월입니다. 당시 포스코는 "글로벌 염수 리튬 전문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몽고메리 사와 국제 공인 규정에 따라 리튬 매장량 검증을 마쳤다"라며 1,350만 톤이라는 새로운 숫자를 공개했습니다. 자연스레 포스코가 갑자기 예전 자료를 공개한 배경으로 눈길이 쏠립니다.

철강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최정우 회장의 연임 관련 행보로 풀이합니다. 최정우 회장은 작년 12월 이사회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에 선정되는 등 연임이 확정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국민연금이 포스코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실행할 때"라며 최 회장의 연임을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사상 처음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에는 허리 통증을 이유로 불참하려다 국회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으로선 연임 이슈를 앞두고 여러모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따라서 이번 리튬 염호 보도자료가 다음 주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정우 회장의 경영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최 회장이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건 2018년 7월입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한 건 바로 다음 달인 8월. 사실상 최 회장의 첫 경영 행보였습니다. 염호의 가치가 오른 점은 최 회장의 가장 큰 경영 업적인 셈입니다.

최근 최정우 회장은 꾸준히 안전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사회 산하에 환경, 안전·보건, 지배 구조 등 ESG 관련 주요 정책을 맡는 ESG위원회도 신설했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리튬 염호 매장량까지 꺼내든 지금, 과연 최 회장의 연임안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요.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확정할 포스코 주주총회는 오는 12일 열립니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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