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蝸角之爭(와각지쟁)
▶ 한자풀이
蝸 : 달팽이 와
角 : 뿔 각
之 : 갈(어조사) 지
爭 : 다툴 쟁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없는 사소한 다툼을 비유 - <장자(莊子)>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惠王)은 제나라 위왕(威王)과 동맹을 맺었으나 위왕이 그 맹약을 깨뜨렸다. 몹시 노한 혜왕은 자객을 보내 위왕을 죽이려고 대신들을 모아 놓고 방안을 의논했는데, 공손연이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자객을 보내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군대를 보내 공격하는 것이 떳떳한 방법입니다.”

계자가 대뜸 반대하고 나섰다. “그것은 전쟁을 일으키자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많은 병사가 죽거나 다치고 백성들은 몹시 불안할 뿐 아니라 비용 충당에 허덕이게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결론 없이 논쟁만 지속되자 혜시가 말했다. “대진인(戴晉人)은 학식이 높고 사물의 이치에 통달했으니, 그를 불러 물으면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조정에 불려온 대진인은 전후 사정을 듣고 왕과 문답을 이어갔다.

“전하께선 달팽이란 미물을 아시겠지요?” “알다마다요.”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 만씨(蠻氏)라는 나라가 있는데, 양쪽이 영토 분쟁을 일으켜 격하게 싸우는 바람에 전사자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가 어디 있소?” “그럼 이리 여쭙지요. 전하께서는 이 우주의 사방 위아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렇다면 나라 따위는 티끌만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요.”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또 한쪽에는 제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우주의 무궁함에 비춰보면 전하와 위왕이 전쟁하는 것이나 ‘달팽이 촉각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대진인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 자리를 떴고, 혜왕은 제나라와 전쟁할 생각을 버렸다. <장자>에 전해오는 얘기로,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이란 뜻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은 아무 이익도 없는 일로 다투는 것을 일컫는다. 다툼 앞에선 생각을 잠시 키워보자. 혹시 양보해도 될 만한 일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