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 지출액은 638조778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명목 식료품·비주류음료(술을 제외한 음료) 지출은 81조7779억원으로 12.8%를 차지했다. 2019년 1~3분기의 11.4%와 비교하면 상승한 수치다. 2000년 이후 역대 1~3분기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비 지출액에서 식료품과 관련한 지출이 늘어난 요인은 무엇일까?

늘어난 ‘집밥족’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카페나 식당 등에서의 만남이 줄어들고, 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오락·문화 등 여가활동과 같은 서비스 지출보다는 식료품 관련 지출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1인 가구의 급증과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 먹거리와 관련한 제품이 다양하게 늘어나게 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이나 친환경 라벨이 붙은,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식료품 지출이 늘어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엥겔지수’가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것인지, 아니면 인구 구성의 변화와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추세일지는 지켜봐야 할 점이다.

식료품비 비중을 나타낸 엥겔지수

[테샛 공부합시다] 소득탄력성, 정상재, 필수재, 사치재…엥겔지수의 경제학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Ernst Engel)은 근로자의 가계 조사를 통해 가계 소득이 높아질수록 총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 비율이 감소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를 엥겔의 이름을 딴 ‘엥겔의 법칙’이라 하였다. 이 법칙 안에서 엥겔지수가 나오게 된다. 엥겔지수란 가계의 국내 명목 소비 지출액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보통 가계 소득이 높아질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는 방향성을 보인다. 소득이 증가하면 의식주의 충족 문제가 개선되면서,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보통 오락·문화·여가 서비스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지출 비중이 늘어나고, 매일 지출하는 식료품 지출 비중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소득이 증가할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는 방향성을 가진다. 한국의 경우 엥겔지수는 1970년대 30%대를 기록했지만 차츰 낮아져 지금은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소득 탄력성을 이해할 수 있어

엥겔의 법칙을 잘 살펴보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탄력성을 이해할 수 있다. 가계 소득이 증가할수록 식료품비 자체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먹거리와 관련한 식료품 지출액은 증가하지만 식료품비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만큼 높지 않다. 이를 소득 탄력성(income elastic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득이 1% 증가하였다고 하면, 식료품에 대한 수요는 1%만큼 증가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식료품에 대한 수요의 소득 탄력성은 1보다 작다.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 0보다 크면 ‘정상재’라고 한다. 정상재에서도 소득 탄력성이 0보다 크고 1보다 작으면 ‘필수재’, 1보다 크면 ‘사치재’로 나뉜다. 식료품은 가계 입장에서는 필수재인 것이다. 사치재는 고가의 원료로 소량으로 생산되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고급 승용차, 고급 시계와 같은 것이 사치재라 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가 오히려 감소하는 재화가 있는데 이를 ‘열등재’라 하며, 소득 탄력성이 0보다 작은 음(-)의 값이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햄버거는 정상재가 되지만, 소득이 늘어나면 햄버거 대신 스테이크나 소고기 등을 먹게 된다. 따라서 열등재가 되는 기준은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소득의 변화로 우리는 많은 경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