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전금법 개정안 관련 한은과 밥그릇 싸움할 생각 없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과의 갈등과 관련해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3일 주요 칼럼니스트와 출입기자, 민간자문위원 등에게 정부의 의지와 정책방향을 담은 서한을 공개적으로 발송했다.

은 위원장은 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금융위-한국은행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고 `빅브라더` 우려도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가 부실을 감추거나, 투자처 허위 기재 등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큰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새로운 사업은 장려하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보며, 특히 최근 빅테크를 통해 매일 엄청난 규모의 송금 등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에 매우 긴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그동안 한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8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금법 개정안 부칙에서 `한은의 결제관련 업무는 전금법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했다"며 "소비자보호가 중요해도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동의하고,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잘 조화되어야 하는 만큼, 학계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법안소위심사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쌍용자동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가능성 및 고용·산업 측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는 등 긴밀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적 측면과 금융논리를 균형있게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원칙"이라며 "쌍용차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쌍용차와 대주주, 잠재투자자, 협력업체,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P-플랜 진행을 위해 협의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이해관계자간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해관계자는 물론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예상되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조금씩 양보해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은 부실위험을 이연시키고 금융권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이번 6개월 추가연장 조치는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금융권 부실을 예방하는 조치"라며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 지원은 `기업도산 방지 → 실물경제 회복 → 부실채권 증가 억제 →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의 선순환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장기화는 좀비기업을 양산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일시적 자금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이들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돼 정상적인 경제상황으로 복귀하면 기간을 갖고 천천히 원금과 이자를 되갚아 나갈 수 있는 기업들로서, 좀비기업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대상이 전체 총여신의 0.34%(금액기준)에 불과해 좀비기업 양산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휴·폐업 등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경우가 있으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금융회사들도 이들 기업 등에 대해 유예기간중 카드사용액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재무상황과 부실징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재무적 대응 여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조치를 5월2일까지 연장한 것은 여론에 떠밀린 정치적 결정, 눈치보기 결정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간 3월16일 전종목 재개를 목표로 준비해 왔으나, 연초부터 언론 및 시장의 관심이 커 어떤 결정을 해도 시장충격이 우려디는 상황이었다"며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부분재개라고 판단해 일부 종목부터 재개하기로 했고, 전산개발·시범운용 등에 2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소요된다는 현장의견이 있어 공매도 재개시점을 5월3일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장참여자,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제안, 의견 등을 주의깊게 경청하고 코로나19 발생 이후 증시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자본시장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하겠다"며 "5월2일까지 공매도 관련 제도개선도 차질없이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질적구조·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 향후 주요 잠재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속 유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기조 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단시일 내 완화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이나 불요불급한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올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제도적 측면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없이 뒷받침해 할 계획이다.

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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