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데이터 시각화는 더 나은 소통을 위한 방법


정보과잉 시대다. 같은 내용의 정보가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시대. 쓸모 있는 정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슷한 내용이라도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뉴로어소시에이츠(Neuro Associates)의 김윤이 대표가 데이터 시각화(Visualization)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스타트업 ] 데이터를 디자인한다! 뉴로어소시에이츠


1983년생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전공, 응용수학 부전공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석사

외교통상부 경제통상전문직

미국 옴니콤사 산하 도모커뮤니케이션 컨설팅 SAE

<법률영어핸드북> 발간




‘데이터’와 ‘디자인’.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만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표, 그래프 등으로 생산한 콘텐츠가 순식간에 퍼지고 있는 것.


언론매체는 물론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이 점점 ‘데이터 시각화 기사’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발전해 나가는 것만 봐도 데이터 시각화가 대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데이터 시각화 전문 뉴스미디어가 생길정도다.


2012년 12월 문을 연 스타트업 ‘뉴로어소시에이츠(이하 뉴로)’는 IT·디자인·뇌공학·경영 전문인들로 이루어진 혁신 솔루션 그룹이다. 뉴로를 소개하는데 ‘뇌공학’이 언급되는 이유는 뉴로를 만든 김윤이(32) 대표의 전공이 바이오 및 뇌공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뉴로가 주로 다루는 것은 뇌공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포그래픽스와 컨설팅이다.


“제 이력서가 꽤 지저분해요.(웃음) 당시 융합이 화두는 아니었기에 융합인재를 목표로 쌓아온 이력은 아니예요. 뇌공학의 경우, 과학적 지식으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양뇌에 대해 어느정도 알다보니 경영자로서 유리한 기본 지식이 되더라고요. 해외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는데, 그 때는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고요.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저의 목적은 하나였어요. ‘소통’을 위해서였죠.”


실제로 바이오 및 뇌공학, 응용수학, 정책학, 법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갔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정책이 이공계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책을 공부했고, 정책을 이해하자 정부기관에서 일하게 되더라고요.”


김 대표는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도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없을까 항상 고민했고, 그 중 '그림'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림이라면 모두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포그래픽, 그리고 데이터에 관심을 둔 것은 그때부터다.




세계 최초 ‘실시간 데이터 인포그래픽’ 개발


김 대표의 머릿속에서 데이터와 그림이 만나 그려진 설계도는 ‘뉴로’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에게 상업적 성공이나 실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땅에서 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본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뉴로의 주 업무는 경영 컨설팅, 서비스 디자인, 인포그래픽 등 기업 컨설팅. 그 중에서도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가장 큰 임무로 수행하고 있다.


“통계 하나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발로 뛰며 직접 조사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디지털사회가 되면서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하고 있어요. 그만큼 데이터도 많고 다양해졌다. 쇼핑몰이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하는데,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데이터 시각화에서 접근이 가장 쉬운 데이터가 공공 데이터였고요.”


정부기관의 데이터는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뉴로의 철학이다.


실제로 정부는 국민의 활용가치가 높은 데이터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선정한 부동산,상권 등 10개 분야의 핵심 데이터를 올해부터 일반에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를 전달할 때 주로 활용되는 수단은 인포그래픽이다. 인포그래픽은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 즉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특성상 계속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가치를 잃는 법. 김 대표는 데이터의 시각화를 넘어 인포그래픽의 단점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실시간 데이터 인포그래픽’이다.




“전 세계를 뒤져봐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적용해 인포그래픽을 제공하는 곳은 없어요. 현재의 정보가 가장 가치 있다는 것은 모두 알잖아요? 디지털 맞춤형으로 만든 거죠.”


이렇게 만든 것이 서울시 하수 수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 인포그래픽이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 데이터 디자인 등 새로운 영역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덕분인지 뉴로는 문을 연 지 2년여 만에 보건복지부,안전행정부,미래창조과학부 등 다수의 정부기관과 코오롱웰케어,SK,서울대학교,한국도로공사 등의 기업체·기관과 작업을 진행해왔다.



[스타트업 ] 데이터를 디자인한다! 뉴로어소시에이츠



[스타트업 ] 데이터를 디자인한다! 뉴로어소시에이츠



[스타트업 ] 데이터를 디자인한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로어소시에이츠가 제작한 인포그래픽(출처 : 뉴로어소시에이츠)



“같은 데이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듯해요. A만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A에 B를 섞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죠. 이런 발견들이 작업과정에서 즐거움으로 다가와요. 특히 공공 데이터는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방하기 때문에 활용하기 좋은 재료죠.”


김 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도한다는 두 가지는 뉴로에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까지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점도 뉴로의 힘을 가늠케 한다.


“지금까지는 순수하게 자급자족이었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니까요.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아요. 물론 저희의 가치에 공감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동반자로 만나고 싶어요. 지금은 자신감이 한껏 올라있기 때문에 크게 필요성을 느끼진 못해요.”




열린 사고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조직


“인포그래픽은 디자인 전공자나 데이터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인가” 묻자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통계 프로그램도 많이 쉬워지고, 오픈 소스 문화가 확산돼 도구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문·이과 상관없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접근이 쉬운 영역이다.


“문과 학생이 데이터 시각화와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경쟁력이 있죠. 실제로 뉴로에서는 데이터 디자이너 교육과정을 진행하는데, 그 과정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따라오더라고요.”


실제로 뉴로에서는 언론정보학,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함께 일한다. 디자인,프로그래머 등 뉴로가 다루는 사업영역에 대해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이는 2명뿐이지만, 5명 이상이 디자인,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고과정의 융합을 경험하고 트레이닝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여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같은 데이터를 주고 손으로 스케치하라고 하면 구성원 모두 다른 결과물을 가져와요. 디자이너는 감각적이지만 구조적인 부분이 부족할 때가 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논리성은 뛰어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부족할 때가 있죠. 서로 상대방의 결과물을 보면서 역지사지를 경험하는 것이 사고를 여는 데 굉장히 중요한 듯싶어요.”

뉴로는 데이터를 시각화해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경영 컨설팅에도 힘을 싣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설팅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누군가의 손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DIY, 즉 스스로 해결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을 보면서 김 대표가 생각한 부분이다.


뉴로의 성장을 감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김 대표의 마인드도 큰 몫을 한다.


“뉴로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저를 이용해 꿈을 이뤘으면 해요. 일하다 하고 싶은 일의 영역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영역과 상관없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면 같이 개척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이름도 모두 영어로 불러요. 뉴로가 아니더라도 ‘나다울 수 있는 곳’ ‘말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길 바라요.”






글 김은진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