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경제] 친환경 정책이 물가를 올린다?..."공급 부족 인플레, 단기적 이슈 아냐"
● 출연 :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 진행 : 이종우 앵커 (前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한국경제TV <주식경제> 월~금 (10:50~11:40)

Q. 공급 요인에 의한 인플레, 금융시장에 부담요인 된다?

=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은 같은 것이 아니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말한다. 1980년대 이후로 공급측 요인, 즉 유가 폭등이나 공급 능력 축소, 자동차 반도체 부족 이슈가 생긴 적이 거의 없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한 물가는 잠깐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곤 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1970년대에 일어난 인플레이션은 공급자들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며 유가가 폭등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걸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최근 공급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유가가 최근에 많이 올라갔다. 오펙이 감산을 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시키면서 원유 시추를 축소시켰다.

= 친환경 에너지로 이동하려면 전기차 예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이 전기차를 많이 사기 위해선 둘 중에 하나가 이뤄져야 한다. 전기차가 워낙 비싸니까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줘야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정부 지출이 이미 많이 늘었기 때문에 전기차에 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극단적인 예로 5만원 하던 휘발유가 유가 폭등으로 50만원까지 올라가면 세상은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갈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가기 위해선 모순적이지만 전통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라야 한다. 아직 전통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고 감소는 서서히 이뤄지는데, 친환경 쪽으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물가는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건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다.

= 소비자물가는 상품과 서비스물가로 나뉜다. 지금은 미국을 보면 서비스70, 상품30으로 서비스물가의 비중이 더 크다. 백신 접종으로 올해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집단면역 효과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외식이나 관광 수요가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다. 하지만 도시 봉쇄가 또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공급자들은 쉽게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살아남은 기존 공급자들은 그동안의 손실을 생각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수요가 더 늘어난 게 아니고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공급 요인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심각할 수 있다. 금리를 올려서 잡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 이슈가 생기고 앞으로의 상황이 불확실하니 공급 능력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화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친환경 기조로 가고 있는데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시작될 인플레이션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Q. 지금 인플레는 `좋은 인플레`라는 해석도 있던데?

= 인플레이션은 있어야 한다. 우선 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물건값이 떨어지니까 소비자들은 소비를 늦출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부품을 만들어도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인데 기업 입장에선 굳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소비나 투자에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10-20년 동안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소비나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지 않았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져왔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지려면 물가상승률이 2~3% 올라가야 한다는 데는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 다만 공급 요인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면 곧바로 2~3%로 안정되는게 아니라 경기에 충격을 주는 요인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 미국 텍사스에 한파가 갑작스럽게 몰아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텍사스는 친환경 쪽으로 앞서나간 주다.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에 테슬라 공장을 만드는 것도 텍사스가 친환경 인프라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쓰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친환경 인프라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석유나 가스는 그동안 효율적인 공급망을 만들어왔다. 전통에너지는 효율적이긴 하지만 버리려고 하는 것이고, 친환경 에너지는 추진하는 방향이지만 상당기간 비효율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가가 한번에 2~3%로 상승해 안정되는 좋은 인플레 국면으로 가기보다 이런 저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Q. 현재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美 10년물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1.1%로 내려갔다가 1.3%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건 제가 보기에는 물가의 문제다. 옐런 재무장관 나와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해도 물가 우려는 없다`는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월가가 물가에 예민한 상황이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원유 시추를 60일 동안 금지시켰더니, 당장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공급이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유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경기부양책으로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 유가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가격이 다 오르는 게 아닐지 우려한다. 유가 상승이 일종의 신호 효과가 될 수도 있다. 유가도 올랐는데 경기부양책으로 돈이 풀리면, 자영업자들이 2만원이었던 음식을 3만원으로 올리면서 단기간에 물가가 상승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Q. 금리와 주가의 동반 상승...계속될 수 있을까?

= 과거 자료를 보면 주가가 금리는 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주가와 금리를 움직이는 게 물가인지 경기인지를 봐야 한다. 경기가 올라가면서 금리가 오르는 건 주가가 올라가는 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물가 때문에 금리가 올라간다면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다.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는 단계이다. 금리 상승에 대해 주식 시장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Q. 금리 향방, 어떻게 될까?

= 제일 중요한 게 美 10년물 국채금리다. 2%를 넘으면 이제는 국채를 사면 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조정을 받게 될 수 있다. 과거 미국에 있었던 세 번의 경기 침체 국면을 보자. 국채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더 내려가기도 했다가 경기 침체를 지나면서 계속 올라갔다. 경기침체가 끝나고 1년 이내에 금리 차이가 250bp까지 벌어갔다. 지금 2년짜리 금리가 0.1~0.2% 사이다. 경기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라고 본다면, 2년물 금리가 머물러있다는 가정 하에 10년물이 2.5% 위로 올라간다는 말이다. 백신 집단 면역 효과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서 본격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이 되면 금리가 위로 튈 수 있다. 물가에 대한 부담과 경제가 본격적으로 좋아지는 변수로 10년물 금리가 1.5% 위로 올라갈 수 있다.

Q. 금리 상승 불구, 연준 돈 풀기...시장에 미칠 영향은?

= 주식 시장은 기존보다 더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에 반응한다. 계속 돈을 풀고 있다는 건 이전과 똑같다는 얘기이므로 반응을 안 한다. 연준이 계속 돈을 풀고 있는데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있다. 지난 12월에 연준 인사들이 투표를 했는데 1명을 뺀 19명이 모두 내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다고 했다.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3월에 점도표를 찍으면 연준 인사 중 상당수가 내년에 바로 금리 인상을 해야한다고 스탠스를 바꾸지 않겠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Forward Looking, 앞을 보기 때문에, 지난달 FOMC결과 자체는 시장에 전혀 영향이 없다. 내후년 금리 인상이 내년 금리 인상으로 얼마나 빨리 변할 지가 시장의 관심 대상이다.

Q. 국내 시장 횡보 지속...진단과 전망은?

= 금융장세는 끝났고 이제는 기업 실적에 따라 올라가는 장세로 바뀌었다고 본다. 1월8일 삼성전자가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보다 안 좋고, 1분기도 나쁠 것 같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삼성전자가 실적 전망을 안 좋게 내놓으면 코스피 실적이 안 올라간다. 이제 실적장세로 넘어가야 하는데 1분기 코스피 실적이 안 나온다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실적 전망을 상향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전반적인 유동성이나 금리가 안 좋아도 기업 실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실적 전망을 개선시키지 못하면 지금 상태에서는 여전히 주가가 횡보할 수밖에 없다.

Q. 실적 상향 여건 올해 안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 반도체 슈퍼사이클 얘기가 있다. 2017년은은 메모리 반도체의 그래픽 카드 쪽 슈퍼사이클이었다. 지금은 사이클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는 슈퍼사이클 국면이 아니다. 지금은 시스템 반도체, CPU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칩 등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칩 쪽의 슈퍼사이클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슈퍼사이클이 아니다. 그 쪽 산업의 전망을 좀 더 지켜봐야하고 지금의 슈퍼사이클을 국내 기업과 크게 연결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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