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가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국민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성, 그 안타까움

- 영화 <터널>이 흥행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요.” 영리한 김성훈 감독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영화 &lt;터널&gt;

사진=딜라이트 제공


3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터널> 언론시사회가 끝났다. 평소에는 엔딩 크레딧이 채 올라가기도 전에 바삐 걸음을 옮기던 기자들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영화관 내 불이 켜지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는 휘파람 소리도 들렸다. ‘재난’ 이라는 익숙한 소재, 익숙한 줄거리임에도 영화 <터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3가지를 꼽았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요.” 영리한 김성훈 감독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영화 &lt;터널&gt;

사진=딜라이트 제공


체크포인트 1: 대체불가의 배우, 하정우

영화 <터널>은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가장 이정수(하정우 역)가 붕괴된 터널에 갇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붕괴된 터널, 차 안에 갇힌 그에게는 500ml 생수 2통, 딸의 생일케이크, 80% 남짓 배터리가 남아있는 핸드폰뿐이다. 한정된 음식물과 죽음에 대한 공포, 어둡고 차가운 공간이 주인공 이정수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부여하는 압박감을 배우 하정우는 특유의 위트와 매력으로 풀어낸다.


예로 들어, 이정수는 고립된 터널에서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된다. 생존자가 물을 나눌 것을 요구하자, 인간의 존엄성과 이기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이정수의 눈빛과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모습이 극한의 압박감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해 긴장감을 자연스레 이완시킨다. 이는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이정수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요.” 영리한 김성훈 감독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영화 &lt;터널&gt;

사진=딜라이트 제공


체크포인트 2: 한국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힘, 김성훈 감독

영화 <터널>은 <끝까지 간다>를 통해 이미 연출력과 천재성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의 영리한 연출이 또 다시 돋보이는 작품이다.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느껴지는 소재와 스토리를 관객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정도로 속도감 있게 편집하면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영화가 시작한지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정우는 고립된다. 무의미한 컷을 최대한 줄여 ‘고립’이라는 영화적 상황에 관객들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생명의 중요성’이라는 묵직한 주제와 살기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는 이정수의 모습은 터널 밖 상황과 완벽히 대비된다. 탁상공론으로 가득한 ‘구조 매뉴얼’, 언론보도용 사진을 찍기에 바쁜 ‘정치인’, 한 사람의 생명보다 특종보도가 중요한 ‘기자’ 등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면서도 웃음과 긴장 등 극단의 감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성훈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요.” 영리한 김성훈 감독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영화 &lt;터널&gt;

사진=딜라이트 제공


체크포인트 3: 자연스레 세월호 사고가 떠올려지는 국민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성

허술한 안전 정책으로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다. 갑작스레 일어난 재난 앞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정책들.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사회 지도부. 우왕좌왕하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자연스레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우리나라에 대한, 이 영화를 통해 과거의 사고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스스로에 대한 실소다.




김성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를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 우리 영화는 소재원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일,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그런 관성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느끼게 된 현실이 슬픈 거라고 생각한다.”


“다 꺼져. 개새끼들아.” 극중 이정수가 이 사회에 고하는 대사가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 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탁상공론만을 계속 하는 정부, 사람의 생명보다 눈앞의 이익에 중독되어버린 기업, 그리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 한 사람에게 고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다. 영화가 끝난 뒤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소도 멈추지 않는다.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