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팬데믹과 디지털 대전환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전환은 경쟁우위 확보·불확실성 대응 도구

‘격리’를 의미하는 영단어 ‘quarantine’은 40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에서 유래했다. 전염병에 40일의 격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종교적인 측면에서 40은 예수가 광야에서 금식한 기간이자,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기 위한 대홍수가 이어진 기간으로 ‘정화’의 의미를 내포한다. 바로 전환의 과정인 것이다. 정화 이후의 변화된 세계는 이전과 달랐다. 유럽 대륙을 휩쓴 흑사병이 지나간 이후의 세계는 복종의 시대에서 계몽주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오늘날 코로나19도 다양한 측면에서 전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대처하지 못했던 위험들은 극적으로 악화되고, 서서히 나타나던 변화들은 가속화될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가속화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나타나는 가운데 단연 두드러지는 변화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이다. 디지털 전환 이전 시대의 가치창출은 원자재의 구매와 가공을 통해 생산한 완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선형적 모델이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각 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반면 플랫폼은 둘 이상의 상호보완적인 주체 간에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과거의 선형적 모델에서는 비용효율화가 최고의 미션이었던 만큼 공급망을 세분화하고 일원화해 개별 부품 비용을 낮춰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공급사슬은 단절되고 생산이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 간에는 위계적 질서나 선형적 관계가 강하지 않고, 비용최소화보다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비언어적 소통에 대한 요구는 전통적 가치창출의 방식은 약화되고,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확대되는 이유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많다. 대표적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콘텐츠’와 ‘생활’을 중심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외식업은 코로나19 충격에 가장 취약한 업종이지만, 플랫폼을 활용한 음식배달과 식자재 유통은 그 어느 때보다 성장세가 크다. 주문대행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배달대행 플랫폼인 ‘생각대로’와 ‘만나플래닛’, 새벽배송 시장의 ‘마켓컬리’, ‘쿠팡’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과 정부의 관계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플랫폼 경제의 가속화와 맞물려 기업과 정부의 관계도 변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코로나19 이전 시대보다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부는 어려워진 산업과 개별 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그 대가로 직원 해고 금지와 자사주 매입, 임원 상여금 지급 금지 같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독일 정부는 자국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스톡옵션을 포함한 임원 보수를 제한하고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반산업안정자금의 수혜기업은 6개월간 고용총량의 90%를 유지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도 강해질 것이다. 플랫폼이 확산될 경우 핵심역량을 보유한 소수와 다수의 참여자 간에 소득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플랫폼 기업은 각국 정부의 철저한 조사 대상이었지만, 이러한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 심지어 긱(단기계약) 노동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경우 재정건전성을 해칠 정도로 정부 간섭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일부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활성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르코 이안시티와 카림 R 라카니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허브경제의 관리’를 통해 소수의 디지털 슈퍼파워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에서 창출되는 가치 중 과도하게 많은 부분을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소득불균형이 심해지고 경제기반이 약화되며, 사회불안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해결책으로 플랫폼 기업 스스로가 경제적 가치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이와 같다. ESG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이상 기업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이 금융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플랫폼 경제의 확산으로 경험하게 될 알고리즘의 불공정성 문제, 계층 간 불평등의 가속화 문제 등을 규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 해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ESG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판단하는 투자의 주요 척도로 삼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광범위하고 급진적 선언보다는 코로나19 전부터 일어나던 많은 변화들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 변화들은 다른 변화들을 연쇄적으로 끌어낼 것이다. 다만 이때의 변화들은 선형적이기보다 급진적이고 단절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디지털 전환은 효율성 증진과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수단을 넘어 이제는 불확실성에 적응하기 위한 대전환의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 포인트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코로나19 충격으로 변화 가속
플랫폼 비즈 늘며 소득 양극화
정부 역할 커지며 간섭도 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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