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민 미니카 수집가

미니카 컬렉터 박제민 "어른도 즐기는 취미, 디테일부터 달라요"
[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박제민 씨는 자타공인 미니카 덕후다. 6.6m² 남짓한 그의 공간에는 침대와 가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 미니카로 빼곡이 들어찼다. 벽면에는 손바닥만 한 공간조차 없이 미니카로 가득 전시돼 있다. "몇 개나 있어요"라는 질문에 그는 난감해했다. 매주 미니카를 구입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5000대쯤 세다가 말았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뉴욕 경찰인 NYPD 경찰차의 모습.
뉴욕 경찰인 NYPD 경찰차의 모습.
미니카는 크기별로, 18분의 1로 축소된 것, 64분의 1로 축소된 것 등 다양하다. 어떤 것을 미니카로 부를 것이냐는 이견이 있지만 박제민 씨는 그중에서도 64스케일의 미니카를 모은다. 실물 자동차를 64분의 1 크기로 축소했다는 뜻이다. 미니카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모으는 크기이기도 하다.

수집가들이 모으는 미니카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완구와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디테일이다. 유아용 완구는 부속품이 탈락했을 때 아이들이 삼킬 수 있어 부속품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다. 뾰족한 부품도 없어 디테일 면에서 14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는 미니카 모형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그는 미니카 모형 중에서도 경찰차 모형에 푹 빠져 있다. 그저 미니카를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 전 세계의 경찰 미니카를 만들기도 한다. 경찰 미니카는 물론 경찰차와 같은 스케일로 축소한 서울시 경찰청 모형(디오라마)까지 만들어 미니카와 함께 전시 중이다.

경찰청 디오라마를 만드는 데 꼬박 3주나 걸렸다. 폼보드에 경찰청 이미지를 출력해 건물을 세우고 창문과 문, 에어컨 등을 붙이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사진의 각도에 따라서는 실제 경찰청 건물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흡사하다.

이렇게 만든 디오라마에는 10여 대의 경찰 기동 버스와 트럭, 다양한 모양의 경찰차를 전시했다. 그의 미니 경찰차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봐요. 남자아이들이라면 경찰차를 볼 때 그 설레는 마음 있잖아요. 그게 저도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경찰차를 위주로 모으게 됐어요.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요."

박 씨가 직접 제작한 경찰차도 시제품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다. 이미 수년간 경찰차 제작에 노하우가 있던 터다. 그는 실제 경찰차의 사진과 각종 자료를 참고해 실제 경찰차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낸다. 흰 바탕의 미니카에 자신이 경찰차를 보고 디자인한 스티커를 제작해 붙여 제작하는 것이다.

"실제와 똑같다는 얘기를 듣는 게 가장 보람 있어요. 제가 제작한 경찰차를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서 다른 미니카 마니아들과도 소통하거든요. 그때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게 가장 즐겁죠."

그는 국내 미니카 유튜버 중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초창기에는 매일같이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했다. 현재도 콘텐츠 제작은 꾸준히 하고 있다. 매주 2~3건, 새로운 미니카 리뷰나 제작 과정기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

"제가 국내 미니카 수집업계에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해외 완구 업체에서 다양한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기도 해요. 신제품을 보내줘 제가 리뷰를 올리고 평가를 하는 거죠. 제 의견이 제작에 반영되기도 하고요. 물론 여전히 저는 순수한 미니카 수집가로서 제가 제품을 구매하는 게 훨씬 많긴하지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전만 해도 그는 해외를 직접 다니면서 새로운 미니카를 사 모으는 것을 즐겼다. 해외에서 자신이 만든 미니 경찰차를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그들에게서 특별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현지 마니아들의 모임에 초대되는가 하면 완구 회사의 사장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던 것.

"중국 광저우에 여행 갔었을 때였어요. 그때 호텔에서 우연한 계기로 중국의 유명한 완구 회사인 광저우 MC모델 사장을 만나게 됐죠. 제가 한국의 미니카 수집가인 것을 알고 제게 상하이 택시 모형을 선물해줬어요. 제겐 정말 뜻깊은 선물이었죠."

해외에서 수집한 모형들은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두바이는 슈퍼카 경찰차로도 유명한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경찰차, 벤틀리 컨티넨탈 GT포드, 쉘비 머스텡 로쉬, 애스턴마틴 원-77 등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가 경찰차로 있는 것.

"저는 두바이의 경찰차를 모으며 우리나라도 이런 슈퍼카가 경찰차로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봤어요. 범죄자들이 아무리 빨리 도망가려 해도 슈퍼카 경찰차에게 금세 잡히고 말겠죠. 이런 상상을 하면서 슈퍼카로 경찰 미니카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죠."

다음은 박제민 씨와 일문일답.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를 실제 모델로 삼아 만든 디오라마. 실제 차량의 위치와 초소 하나까지 똑같이 재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를 실제 모델로 삼아 만든 디오라마. 실제 차량의 위치와 초소 하나까지 똑같이 재연했다.
어떤 계기로 미니카를 모으게 됐나요.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기념품을 사오잖아요. 그런데 마땅하게 사고 싶은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나라의 미니카를 사서 모으게 됐어요. 어느 날 보니 엄청 많이 모으게 된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제가 이걸 너무 좋아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그 뒤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미니카를 모으게 됐습니다. 국내에는 저처럼 미니카를 모으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해외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죠."

"가장 좋아하는 미니카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그 이유는.

처음 협찬 받은 미니카가 아무래도 제게 가장 특별한 미니카예요. 바로 NYPD 인터내셔널 트럭이죠. 제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수집가로서 활동을 하면서 미니카숍 대표님이 응원의 의미로 선물해주신 미니카예요. 또 사연 있는 미니카들도 제게 소중한 제품이에요. 특히 요즘은 해외 미니카 회사들이 정기적으로 제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미니카를 사랑하는 마음을 회사들로부터도 인정받는 것 같아 그런 제품들은 더욱 소중하게 보관하게 돼요. 또 제 유튜브 구독자들이 가끔 정성 어린 미니카를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 미니카들도 정말 소중한 미니카이고 그 미니카들을 보낼 때 써주신 편지들도 미니카들과 함께 보관하고 있습니다."

미니카는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빈티지 제품은 동묘 구제시장을 잘 찾아보면 득템하기도 해요. 해외에서는 희귀하고 비싼 아이템인데 단돈 3000원에 구입한 것들도 있죠. 저는 국내에 있는 건 웬만한 것들은 거의 가지고 있어서 주로 해외의 친구들을 통해서 구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남들보다 희귀한 아이템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죠."

세계 각국 미니카 회사의 특징을 알려주세요.

"전 세계적으로 3개 회사가 가장 유명합니다. 일본의 토미카, 미국의 그린라이트, 홍콩의 타이니입니다. 토미카는 그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회사이고요. 그 이유는 키덜트를 위한 제품 외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완구용 미니카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용 완구와 키덜트용 제품이 다른 점은 완구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될 때 KC인증을 꼭 받아야 합니다. 키덜트 제품은 그렇지 않아도 돼요. 그런 면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하죠. 또 가격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토미카의 경우 완구는 4000원대부터 시작하고, 키덜트 제품 프리미엄라인은 7000원부터, 리미티드 빈티지 라인은 2만5000원부터 높게는 17만 원까지 값이 나가기도 합니다.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의 경우도 8만~9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죠. 리미티드 빈티지 제품은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부를 수 있는 자동차들이 많은 게 특징입니다.

미국차를 미니카로 생산하는 그린라이트도 제가 좋아하는 회사입니다. NYPD, LAPD 등 제가 좋아하는 미국 경찰차가 모두 이 회사 제품입니다. 미국 경찰차의 주별, 시대별 특징도 잘 나타나 있어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타이니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엿보이는 회사입니다. 주로 홍콩의 자동차를 미니카로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여러 나라의 미니카를 테마별로 만들어 판매 중입니다. 가깝게는 중국 본토에서부터 싱가포르, 일본, 대만, 태국 등의 자동차를 생산 중입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캐릭터인 BT21 사진을 미니카에 붙여 판매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저는 타이니사에 국내 테마를 생산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실 금형은 같은 것을 쓰기 때문에 스티커만 제작하면 되는 거거든요. 실제로 국산 자동차가 생산될 것을 저와 같은 마니아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니카 시장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국내에서도 금형을 제작해 미니카를 생산했는데 중국에 매각돼 이제는 중국에서 생산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인건비 등의 요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니카업계에서 국산 차량의 입지는 아직 좁은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기아차와 같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64스케일의 미니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보다 더 큰 크기의 제품만 생산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완구에 불과합니다. 키덜트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64스케일의 미니카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전 세계 경찰차를 다 모으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유럽 국가들 경찰차는 거의 다 제작을 했어요. 아직 시판되기 전 제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손수 제작한 것들이 많죠.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이 국내 경찰차를 제작하고 있는데 시판되는 제품들은 최근의 경찰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 디자인부터 최근 디자인까지 모두 제작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만든 모형들을 전시할 공간이 마련돼 전 세계 미니카 마니아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점점 취미가 다양하고 세분화돼가고 있어요. 미니카가 단순히 아이들만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급 취미임을 알리고 싶어요. 취미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끔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만드는 미니카 관련 영상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