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가상의 개념인 ‘프레임’이 내 마음 안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이 내 마음, 구체적으로 내 마음의 어떤 틀, 프레임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좀 더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개선하는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프레임의 재구성을 '리프레이밍'이라 부른다.

리프레이밍이 어려운 이유는 왜곡돼 나를 피곤하게 하는 사고의 틀(프레임)이 잘 보이지 않고 숨어서 나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은 사실과 판단에 갭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한 사실적 해석을 왜곡시키는 것을 인지왜곡이라고 한다. 이런 인지왜곡을 일으키는 프레임의 문제는 특별한 상황,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굉장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우리의 행복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례를 보자.

‘현재 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하다’란 느낌을 가져다주는 <팩트풀니스>(factfulness, 사실충실성)란 베스트셀러가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몰라 사실에 충실한 책을 썼다고 하는데 책에 실려 있는 상식 테스트 중 하나를 소개해본다.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란 질문이다. 1번 20%, 2번 50%, 3번 80% 중 택일하도록 한 객관식 문제인데 찍기를 해도 33.3%는 정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다. 북유럽의 보건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질문했는데도 매우 틀린 답인 1번 20%라고 답한 사람이 69%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답은 3번 80%다. 이렇게 오답 비율이 높다는 것은 단순 무지를 넘어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인지왜곡이 마음에서 일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보건 및 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어려운 나라가 대다수라는 인식이 우리 마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왜곡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면 세상은 나름 꾸준히 괜찮아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힘든 인생에서 은근히 위로와 희망을 주는 말이다.

우리 마음은 끌리는 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도 하나라고 일반화하고, 때론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도 걸리는 한 부분 때문에 나와는 완전 다른 범주로 인식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또 부정적이며 드라마틱한 정보에 중심을 잃고 더 끌리는 본능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인지왜곡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사실충실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지왜곡이 사실과 정확한 판단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지왜곡은 우울증이 왜 찾아오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심리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프레이밍은 우울증 치료 기법으로도 활용된다. 우울한 프레임을 긍정의 프레임으로 리프레이밍 하는 것이다. 우울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이고 어둡게 바라보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이분법적 사고가 있다. 누군가 내 인사에 대답을 하지 않았을 때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 '난 사람들에게 매력이 없다'라고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사실은 내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린 것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일에 집중하다 보니 반응을 못한 것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반대로 내 인사에 반갑게 인사했다고 해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왜곡일 수 있다. 그냥 인사성이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과도한 일반화란 인지적 왜곡도 있다. 연애를 하다 1~2번 실패했는데 '내 사주팔자에 이성운은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은 연애 실패 없이 좋은 짝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이 경험해야 이성관도 명확해지고 소통 기술도 늘어난다.

인지왜곡만큼 내 사주팔자에 영향을 주는 심리 요인이 있을까 싶다. 사실충실성에 근거한 적절한 긍정성을 가진 사람은 결정도 긍정적으로 하고, 긍정적이니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아지고, 위기가 와도 지치지 않고 도전하다 보니 미래가 밝은 사주팔자가 안 될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한 부정적 인지왜곡은 결정, 관계, 도전의식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니 미래가 힘들어지기 쉽다.

인지왜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리프레이밍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내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수용이나 리프레이밍이 불가능하다. 사실 행동 원칙에 따른 연습은 변화에 있어 20~30% 정도의 역할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 문제를 진심으로 전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고 그 사람들의 조언을 인식하고 수용한다면 리프레이밍 과정의 3분의 2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저항이란 감정 반응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피드백을 주었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변화의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저항이란 에너지의 방향을 잘 바꾸면 행동 변화를 위한 긍정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리프레이밍의 첫 시작은 내 행동에 대해 진실된 이야기, 피드백을 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다.

"나는 내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난 문제가 없다"는 사람보단 자기 인식을 잘 하는 것이겠지만, 자기 인식의 상위 레벨은 아니다. 우리 마음은 정말 양파 같다고 생각된다. 여러 겹의 껍질에 쌓여 있어 우린 평생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인식의 최선의 시작은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여러 모습, 그중에는 강점으로 더 강화할 것, 그리고 조금은 다듬어야 할 단점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의 필요성을 느껴야 피드백을 주는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느끼며 내 생각의 틀을 보다 긍정적으로 튜닝하는 리프레이밍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