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수기·메신저 방식의 대차계약이 대폭 손질될 전망이다.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차입공매도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선 정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56개 종목에 대해 100여건의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가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의 대부분이 주식을 빌리는 대차계약을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진 것으로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시장에선 단순착오에 따른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매도 주문시 예탁결제원 등을 통한 중개는 전산화돼 있지만, 공매도 주문을 내기 전 없는 주식을 빌리는 과정에서 메신저, 통화, 이메일 등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착오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예탁원은 이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대차거래 전산시스템을 구축, 거래내역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먼저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도입해 대여자와 차입자 간 계약 확정일시를 포함한 대차거래정보를 보관할 계획이다.

대차거래 참가자간 수기방식으로 처리되는 대차거래계약 확정절차를 예탁원 시스템을 통해 처리, 대차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내국인 참가자들은 다음달 8일부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외국인 참가자의 참여는 인증 문제 등이 해결된 올해 중 가능할 전망이다.

별도 전산설비를 갖추기 어렵거나 기존처럼 메신저나 이메일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예탁원이 메신저 화면 캡쳐나 이메일 송수신 내역 등 계약 원본을 제출받아 보관해 위변조 가능성을 불식한다.

지난해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격추시켰던 옵티머스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한다.

자산운용사와 수탁회사가 전송한 펀드 투자 자산 내역(자산명, 자산코드, 잔고 등)을 비교·검증하는 펀드 잔고대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비상장사 주식이나 어음, 부동산 등 주로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비시장성 자산을 공모펀드처럼 `펀드넷`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다음달부터 시스템 개발과 통합테스트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사무관리 업무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정비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예탁원은 지난해 하반기 전문사모운용사들에 사무관리 계약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민간연기금투자풀 사무관리에서도 손을 뗐다.

이명호 사장은 "중단한 것은 기준가 산정 업무"라며 "기준가 산정 업무를 중단하는 것과 사모펀드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은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엄연히 별도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준가 산정 업무에 대해서도 신규 수임을 자제하자는 입장이었지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상반기 중 컨설팅 결과에 따라 펀드 사무관리 업무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탁원은 이밖에 의결권서비스 지원 강화, 글로벌 투자지원 인프라 고도화, 자본시장형 혁신·창업기업 성장지원 사업 확산, 전자등록서비스 고도화, 사회적 가치 실현 선도 등 지금까지 추진해온 고유의 업무를 올해도 성실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전자증권제도 시행과 비대면 금융 확산 등 업무 환경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과거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생존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경영목표인 `시장과 함께 하는 디지털 금융혁신`을 달성하고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 "대차계약 확정시스템 구축하겠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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