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요즘 서울 대학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을 소개할 때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극단 소년만의 풋풋함과 열정, 그리고 관객을 향한 애틋함이 더해지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극단 소년 멤버들이 말하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 봤다. 사진 극단 소년 제공

[인터뷰①]극단 소년, ‘소년’들의 찰진 호흡, 사랑도 꿈도 무한성장중

극단 소년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극단 소년은 지난 2015년 배우 표지훈(피오)을 중심으로 한림예고 연기과 1기 졸업생들이 모여 결성한 극단이다. 사실 이들이 극단을 창립하고, 첫 작품을 유료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일각에서는 ‘표지훈의 유명세에 기댄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극단은 창작극 <슈퍼맨 닷컴>, <마니토즈>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뚜렷한 색깔을 선보이며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초기 5명의 멤버(표지훈, 최현성, 이한솔, 이충호, 주도하)로 출발한 극단 소년은 이후 배우 김기주와 최유지(프로듀서), 공유빈(음악감독)까지 합류하며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그들은 자신들의 다섯 번째 작품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으로 꽁꽁 언 대학로에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극작가 존 카리아니(John Cariani)의 동명 원작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로라가 보이는 가상의 마을 ‘올모스트’를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아홉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찾길 바래, 네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메인 문구처럼 작품은 사랑 그 자체를 넘어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와 응원이 담겼다. 무엇보다 정형화돼 있지 않은 신선한 인물들의 등장은 매 에피소드를 알차고 신선하게 꾸며 낸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만큼 모든 배우가 두 개 이상의 캐릭터를 맡아 활약한다는 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친형제와 같은 절친들의 찰진 호흡과 연기는 무대에 생생한 활기를 넣어주기에 충분했다. 극단 소년이 이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일도, 사랑도, 그리고 꿈도 야무졌던 극단 소년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단 소년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올모스트 메인>을 선택한 이유와 함께 무대에 오른 소회가 궁금해요.

표지훈 : <올모스트 메인>은 극단 멤버 이한솔의 추천으로 알게 됐는데, 작품을 알면 알수록 재밌어서 꼭 무대에 올리고 싶었죠. 그런데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지금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는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극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내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이한솔 :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연극이기도 했고, 극단 소년이 앞으로 창작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배움을 얻고자 선택했죠. 무엇보다 극단 소년의 완전체가 정말 오랜만에 모여서 뜻 깊고 감회가 새로워요. 더욱 든든하게 느껴져요.

최현성 :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무대에 서는 순간마다 저희 첫 공연인 연극 <슈퍼맨 닷컴>을 할 때처럼 무척 떨리고 설레요.

극은 아홉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령 극 중 인물이 나와 닮았다혹은 특히 공감이 간다싶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주도하 : ‘Where it went’의 마시와 필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이 갑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솔직하게 자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에피소드죠. 극 중 마시와 필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익숙함이 되레 서로를 외롭게 해서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이 극을 보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작고 사소한 것에 귀를 기울고,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①]극단 소년, ‘소년’들의 찰진 호흡, 사랑도 꿈도 무한성장중

김기주 : 제가 연기하고 있는 ‘Getting it back’ 에피소드가 가장 공감이 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에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요소들이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가장 현실적이고,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서 가장 ‘나’로서 연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지훈 씨랑 한솔 씨는 ‘They fell’의 랜디와 ‘Seeing the thing’의 데이브를 연기하시죠.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두 캐릭터 모두 친구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혹시 두 분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표지훈 : ‘Seeing the thing’ 속 데이브와 론다 같은 연애를 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굉장히 설렐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한다는 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그 감정에) 빠져 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 안에서도 (사랑에 관한)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는데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요?

이한솔 :, 있습니다. 그런데 딱히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라고 해서 특별히 달랐던 것은 없었어요. 사랑을 한다는 건 안 보였던 진실이 보이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빠져 버릴 수도 있고, 혹은 주체할 수 없이 빠져 버리는 순간 안 보였던 진실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순서도, 규칙도 없이 말이죠.

‘They fell’ 속 랜디와 채드를 연기할 때 지훈 씨와 현성 씨의 호흡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아마도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 그런 설정들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표지훈 : 제게 현성이형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형과 다름없는 사람이죠. 가족 같은 사이다 보니 무대에서도 서로를 아는 만큼 연기와 에너지가 더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행복하고, 감사해요.

최현성 : 사실 제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지훈이가 한림예고 입학을 추천하면서부터예요. 그간 둘이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많은데 실제로도 사이가 가깝다 보니 연기할 때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서로 눈만 봐도 상대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대사를 하고 있는지 알 정도죠.

[인터뷰①]극단 소년, ‘소년’들의 찰진 호흡, 사랑도 꿈도 무한성장중

다양한 감정 선이 이어지는 현성 씨만의 지미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미를 연기하면서 벤치마킹한 캐릭터가 있나요.

최현성 : 따로 벤치마킹한 캐릭터는 없어요. 원작자의 말에 의하면 “그저 스토리를 믿으라”고 했고,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살아나게 하라고 했죠. 웃긴 얘기이긴 하지만 그간 저는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극 중 지미를 보며 ‘나보다 자존감 낮은 사람이 바로 여기 있구나’라는 생각에 제가 생각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던 걸 느꼈고, 적잖이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어쩌면 ‘Sad and glad’에서 사랑은 기초적인 장치이고, 그로 인해 변해 가는 지미의 성장기를 다루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연기를 할 때마다 저 역시 점점 성숙해지는 기분도 들어요.

과연 사랑에도 등가교환이 가능할까요. 더불어 렌달처럼 사랑하는 연인에게 기습적인 로맨틱 프러포즈를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주도하 : 저도 종종 로맨스 영화를 볼 때나 좋은 사람이 생길 때면 ‘나 또한 저 남자주인공처럼 멋진 프러포즈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해야 정말 멋진 프러포즈가 되고 추억으로 남을까’ 등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극<올모스트 메인>에서 렌달 역을 맡아 캐릭터를 공부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의 마음 크기를 물질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 간에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이다. 서로의 진심이 전달됐을 때 가장 멋진 프러포즈의 순간이 아닐까?’라고요.

김기주 : 사랑을 하면 눈에 보이진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매번 등가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할 땐 에피소드처럼 기습적으로 하고 싶진 않고 조금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정성 들여 하고 싶어요. 부끄럽네요! 하하.

극 중 스티브는 선천적 무통각증을 앓는데 이와 유사한 고통이나 무서움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동시에 사람들은 왜 아픈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하려는 걸까요.

이충호 : 저는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티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선천적 무통각증이 반가운 증상은 아니었을 것 같거든요. 이 증상으로 인해서 과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었을 것 같고요.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건강할 수 있다는 게 참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은 감정이잖아요.

‘사랑’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힘든 것 같아요. 연인과의 사랑도 있을 것이고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 등등 너무나도 많은 사랑이 있지만, 이 역시 각기 다른 감정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인간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극단 소년이 특별히 꼭 해 보고 싶은 작품 혹은 새롭게 준비하는 창작극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한솔 : 개인적으로 저희가 2019년에 무대에 올렸던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를 뮤지컬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작품 자체가 뮤지컬로 만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뭐 언젠간 가능하겠죠?

최현성 : 저희가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완성한 몇 가지 작품의 시놉시스는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장르는 아직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멤버들에게 여러 차례 스릴러물을 권유해 보았지만 반응이 썩 좋지 못해 아직 스릴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다음 작품은 항상 준비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충호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극단 소년이아름답고 행복하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공연들을 했다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성숙해진 소년들의 모습들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인터뷰②]극단소년 표지훈 “지금은 극단소년이 가장 애착”로 이어집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