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봉주 대학생 기자] 신학기를 앞두고 대학생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창 자취방을 구하고 기숙사를 신청할 시기인데 아직 대면-비대면 수업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백신 도입이 진행되면서 점차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호전되면 대면 수업? 불친절한 강의계획서

경희대학교 측에서는 지난 19일 “실험·실습 및 실기 강좌와 20명 이하의 이론 강좌의 경우 대면 수업을 허용한다”라고 공지했다. 아울러, 강좌별 수업 유형 양식에 대해서는 개별 강의계획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 확산 1년… 대학생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강의계획서 캡처.



그러나 강의계획서 중 다수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라 수업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만약 학기 도중에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시 지방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코로나19 확산 1년… 대학생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강의계획서 내용으로 혼란을 겪는 학생들



이러한 불확실한 설명에 대해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 홍천에 사는 황 씨(경희대, 25)는 “상당히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불친절한 정보 제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학기당 몇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니는데, 책임은 온통 학생이 져야 하는 상황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에 본가가 있는 유 씨(경희대, 24)는 “이런 설명들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지방에 있는 학생들의 거주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주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답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이에 관해 “아직까지는 갑자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며, 만약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나 외국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혹시 몰라 일단 방 구하고 보는 대학생들

지방에 본가가 있는 서울권 대학생 206명을 대상으로 1학기 거주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숙사나 자취를 계획 중인 학생들이 76.5%로 본가에 머무르는 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나 자취를 선택한 이유로는 “도중에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가 52.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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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나 자취를 선택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이외에도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25.6%), “교내활동/대외활동”(22.4%) 등의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머무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회 복무요원을 마치고 1학기 복학을 앞둔 황 씨 역시 미리 1월에 방을 계약했다. 이유에 관해서는 “언제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지도 모르고 서울에서 지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많은 비용이 따르는 문제이니 만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대학가 자취방 계약기간은 1년에서 2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지난해 2월 28일에 경희대 근처 원룸을 계약한 유씨(경희대, 24)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본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2년이라 도중에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라도 구해보려 했지만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자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미리 거주 문제를 선택했다가 계속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될 시에는 본인의 경우처럼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라며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 기숙사 안 들어가면 친구 못 사귈까 걱정

특히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의 주거 고민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새내기 게시판에는 비대면 수업이지만 기숙사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 중이라는 글이 유독 많이 보인다. 본가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학교를 갈 일이 없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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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


신입생 A 씨는 “비용 측면에서 걱정이 되지만 기숙사나 자취를 하게 된다면 동기 및 선후배 간 접점도 많이 생기고 학교 근처에서 진행되는 번개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20학번 재학생들은 “작년에 대면으로 전환될 줄 알고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코로나가 심화되어 본가로 가거나 방에 혼자 있는 시간만 많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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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후문 원룸촌의 모습.

1년이 지나도 여전한 코로나 유목민

1월 20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아직도 개선되지 못한 상태다. 작년 2학기가 시작할 무렵 대부분의 대학에서 제한적 대면 수업 시행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현재 3차 대유행이 수그러드는 추세이지만 언제 다시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유 씨는 이번 학기도 계약 기간이 남아 본가와 자취방을 오가며 지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지방 학생들이 “마치 코로나를 피해 떠돌아야 하는 유목민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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