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 Fashion

해 벽두부터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 때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가 겨울에 보란 듯이 떠나는 사람들. 이들은 여름 휴가철의 북적거림을 피해 겨울 휴가의 한적함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추운 한국의 날씨를 감안해 비교적 따뜻한 남쪽의 리조트나 멋진 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겨울 휴가, 그리고 휴가지에서 패션 스타일링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사실 요즘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크루즈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워낙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고객이 상위 10% 내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만큼 겨울철에 따뜻한 지역을 찾아 떠나는 크루즈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이번 시즌 크루즈를 위한 콘셉트는 단연 지중해의 어느 알지 못하는 도시를 찾은 것 같은 모습이다. 기존의 여행 콘셉트가 누구나 다 아는 화려한 휴양지에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이번 시즌에는 단연 현지인이 된 것 같은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다. 혹시 ‘미스터 리플리’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드 로, 그리고 기네스 팰트로가 나왔던 이 영화는 지중해 지방의 휴양지에서의 패션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물론 우리가 현실의 세계에서 이렇게 구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럼 이번 시즌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하면서 보다 쉽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얼까.휴가지에서의 스타일은 당연히 가방 꾸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평소 친하게 지냈던 블랙과 그레이는 뒤로하고 평소 친하지 않았던 컬러감이 있는 옷들을 꺼내자. 이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색상이 바로 화이트. 화이트는 컬러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손쉽게 휴양지에서의 패션을 시원하게 연출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컬러들과의 코디네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화이트 리넨이나 코튼 셔츠, 혹은 팬츠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벌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일단 화이트를 주로 해서 함께 입을 수 있는 컬러감이 있는 옷들을 선택하는데 지나친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은 피하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 오히려 색 맛이 살아있는 파스텔 톤을 선택하거나 브라운 오렌지 베이지와 같은 컬러들을 선택해 에스닉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좋다. 과감한 프린트의 하와이언 셔츠 스타일도 휴양지에서는 멋진 스타일링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얇은 캐시미어 브이넥 스웨터를 코디하면 훌륭한 스타일이 완성된다.한국 사람들은 휴가지에서의 패션이라고 하면 스트리트 혹은 스포츠 캐주얼 스타일을 생각한다. 따라서 나이키, 아디다스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는 티셔츠에 트레이너 팬츠를 입는 것을 휴가지에서의 차림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 리조트에서 이런 차림을 하고 갈 수 있는 곳은 풀장과 침실 이외에는 거의 없다. 특히 리조트 같은 곳에서는 풀사이드 바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세미 포멀 이상의 착용을 요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캐주얼한 스타일만 가지고 여행을 떠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캐주얼한 면 팬츠와 셔츠류를 중심으로 짐을 싸는 것이 좋다. 매일 운동할 때 입었던 트레이너들은 이때만큼은 조금 참아야 한다. 또한 스타일에서의 마지막 마무리인 신발은 최소한 두 가지 스타일은 가지고 떠나는 것이 좋다. 해변과 풀 사이드를 위한 샌들과 세미 포멀 스타일을 위한 보트 슈즈 정도가 적격일 것 같다. 물론 리조트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이킹용 운동화나 아쿠아 슈즈를 챙겨야겠지만 운동화는 세미 포멀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한국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중의 하나는 바로 수영복. 일반적으로 한국 남성들이 많이 입는 삼각의 타이트한 수영복은 원칙적으로는 실내용, 경기용 수영복이다. 리조트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서핑용 박스 수영복 하나쯤은 장만하는 것이 좋다. 휴양지이기 때문에 수영복 차림에 상의만 걸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풀사이드가 아닌 이상 삼가야 한다.휴가는 그냥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휴양지에서 그 사소한 옷차림 때문에 원하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리조트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면 기대했던 그 화려한 휴가가 성공적이었다고 추억되지는 않을 것이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