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해 동양종금증권 투자상담사

인 투자자가 요즘 같은 장에서 휘둘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자신과 궁합이 맞는 기술적 지표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기술적 분석도 모른 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전쟁터에 방패 없이 맨몸으로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죠.”연초부터 우려어린 시선으로 증시를 바라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강해 동양종금증권 실장이 주는 조언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차트를 통한 기술적 분석이 중요하다”며 “요즘 같은 장에서는 ‘원금을 잃지 않는다’는 워런 버핏의 투자 제1 원칙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1990년대 후반부터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제도권으로 진출한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 작성한 탐방 리포트에 기술적 분석을 더한 투자 분석으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단 분석 대상에 넣은 기업은 매수에서부터 매도 시점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애프터서비스형 분석 스타일도 여타 애널리스트와의 차이점이다.‘떠오르는 태양’이라는 필명에서 느껴지듯 한때는 시장의 이단아를 꿈꿨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시장에 동시에 두 개의 태양(주도주)은 없다’는 증시 격언에 기세 좋게 반기를 들고 스스로 지은 필명이다. “당시 다음 새롬기술 등에 관한 분석 리포트를 내놓으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제발 매입할 수 있도록 상한가가 풀리게 해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청탁까지 들어왔다. 시장 주도주를 만들어 간다는 자신감이 넘쳤죠.”IT 버블 붕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저평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모멘텀 투자로 전략을 선회했다. 작년에는 지주사 테마와 국제 유가 급등의 수혜를 내다보고 SK에 대한 선제적 매수를 강조, 8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IT주와 굴뚝주의 급등락을 고르게 경험한 그의 올해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부터 낮춰야 합니다. 국내외 시장 여건으로 봤을 때 올해는 연평균 30% 수익도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지난해 거둔 고수익률은 잠시 잊고 보수적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최근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모멘텀보다는 자금 흐름, 즉 수급과 차트를 통한 기술적 분석 비중이 높아진다. 그가 매매 포인트를 잡는 데 가장 애용하는 기술적 지표는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일목균형표다. 기준선 전환선 등 5개의 선을 활용, 현재와 과거의 주가 흐름을 통해 미래 주가를 예상, 매매 시점을 잡는 선행지표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결국 주식 투자는 매매 타이밍 싸움이라는 그의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적 분석이다.일목균형표의 핵심 요소인 기준선과 전환선을 ‘초한지’의 등장인물 한신과 유방에 빗댄 그의 설명은 마치 무협지를 연상시킨다. “유방(전환선)과 한신(기준선)이 만난 후 한신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이 달라집니다. 한신을 중용하면 기준선이 우상향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죠(매수 시점). 하지만 한신을 소홀히 하거나 토사구팽하면 기준선이 하향하게 되는데 이때는 매도나 비중 축소 시기입니다.”하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수많은 기술적 분석 방법은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다. 그는 어설프게 여러 분석법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궁합에 맞는 한 가지 분석을 몸에 익히라고 충고한다. 평소 증권 케이블방송을 통해 초보 투자자들에게 ‘낫 놓고 기역자만 알면 된다’며 자신에게 맞는 기술적 분석을 익힐 것을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급등주를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 방법도 결국 차트 속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준 5일선을 하향 이탈 시 50%를 매도한 후 20일선 사이에서는 보유하며 주가 흐름을 지켜봅니다. 만일 20일선마저 하향 이탈할 경우에는 무조건 팔겠다는 전략을 세워두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 종목은 20일선까지 기다려 아래로 떨어질 때 사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일선 아래로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내 주식이 아니다’고 마음먹고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아직 이렇다 할 시장 주도주가 눈에 띄지 않고 있는 올해 증시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종목은 무엇일까. 우선 새 정부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인프라 관련주,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선두권 증권주, 하반기 생보사 상장으로 지분법 평가 이익이 기대되는 생보사 지분 보유 증권주 등 ‘재료’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또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철저하게 왕따를 당했던 1년차 미만 코스닥 새내기주들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공모가 이하로 급락한 종목 가운데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으면서 친환경 기업들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지난해 주도주들은 올 들어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중적 트레이딩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1∼2년 새 소외됐던 주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죠. 올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파장에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이 같은 시장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Key Point지난해 주식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챙긴 투자자들이 금세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강해 실장은 올해는 크게 먹겠다는 생각보다 투자금을 잃지 않겠다는 보수적 입장에서 투자 전략을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시장이 2000선을 전후해 박스권이 예상되는 만큼 대형 운용사의 자금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 매수 주체 경쟁에서 국내 기관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따라서 증시의 큰손인 대형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에 적극 편입시키는 종목 따라가기 전략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 폭이 큰 종목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반드시 추세이탈선 등 기준이 되는 기술적 지표를 갖고 움직일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시황 호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대형주 등 소위 오르는 종목만 쳐다보지 말고 뒷마당에 숨겨진 관련 중소형주를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 조선주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동안 현진소재 용현비엠 등 조선 단조 부품 업체가 사실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처럼 잘 찾아낸 중소형 관련주의 수익 기여도가 훨씬 높다는 얘기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재료가 많은 바이오 업종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 3가지 측면에서 바이오 업종은 여전히 안정성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차바이오텍 등 우량 비상장 업체의 상장 추진과 새 정부의 바이오 육성책, 황우석 사태 이후 3년째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