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소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 영화가 절정에 치달을 때 주인공 꼬마가 오케스트라 협주곡을 작곡하는 장면이 나온다. 천재여서 그런지 단번에 써내려간다. 줄리아드 음대를 다니며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소년의 곡은 드디어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연주된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꼬마의 앙증맞은 손짓. 그의 손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연이 창조되고, 이를 들으며 관객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영화 관객이었던 기자 또한 몸이 찌르르해 오는 것을 느꼈다.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대한 감동과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매력을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환희가 뒤섞였다. 이런 오묘한 매력이 바로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강력한 힘이다.이제 국내에도 제법 오케스트라 마니아층이 두터워졌다. 진정 클래식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열광한다면 2008년 무자년 한 해가 무척 행복할 것이다. 거장들이 이끄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잇달아 내한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30주년을, 예술의 전당이 개관 20주년을 맞는 해여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명품 공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설렐 듯.우선 첫 테이프를 끊는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3월 11과 13일, 각각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런던필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최초로 협연을 갖는 자리여서 의미가 깊다. ‘건반 위의 시인’ 백건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거장이며, 2006년부터 런던필을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는 36세의 젊은 지휘자다.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연으로 3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김선욱은 18세의 나이로 세계 권위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실력파다. BBC 필하모닉은 영국방송협회 산하 다섯 개의 메이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2006년 수석 지휘자였던 자난드레아 노세다를 음악 감독으로 선임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는 4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세종 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특히 오페라와 교향곡 장르에서 탁월한 곡 해석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켄트 나가노가 지휘봉을 잡는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해 전 세계 투어를 갖는 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5월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선 중국의 클래식 슈퍼스타인 젊은 피아니스트 랑랑이 협연하고 롱유가 지휘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감상할 수 있다.1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내한해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는 최상의 테크닉과 다이내믹한 앙상블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6월 2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개관 1주년 기념 페스티벌 피날레로 열린다. 지휘는 음악 감독인 스페인 출신의 지휘자 라파엘 프뤼베크 드 브르고스가 맡는다. 10월엔 핀란드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러시아 음악과 현대음악 해석에 탁월함을 보이는 살로넨은 스트라빈스키 ‘불새’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을 사라 장과의 협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이 밖에도 9월엔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스칼라 오케스트라가, 11월엔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필이 3년 만에 내한해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한다. 1743년 창단된 세계 최고령 관현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성토마스 합창단과 함께 바흐 ‘b단조 미사’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한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상트페테르부르크필,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 거의 1년 내내 세계 정상의 관현악단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뷔페 잔치가 열리는 것이다.다시 돌아온 디바, 셀린 디온 내한공연Taking Chances, Taking her!계가 인정한 ‘팝의 디바’ 셀린 디온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3년 만에 영어 정규 앨범 ‘테이킹 챈시스(Taking Chances)’를 발표하고 월드 투어를 시작한 그녀는 오는 3월 18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셀린 디온은 영화 역사상 최대의 흥행을 기록한 ‘타이타닉’의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온(My Heart Will Go On)’으로 국내에서도 폭넓은 연령층의 팬을 확보해 왔다. 여성 가수로는 가장 많은 전 세계 앨범 판매 2억 장을 기록한 슈퍼스타이기도 하다. 그래미상 총 5회, 아카데미상 2회의 경력이 말해주듯, 올해 내한하는 아티스트 중 대중성에 있어선 최고로 꼽힌다.지난 2003년부터 5년간 셀린 디온은 쉬지 않고 공연을 해 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콜로세움 홀에서 ‘어 뉴 데이(A New Day)’ 공연을 시작, 지난해 12월 15일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A New Day’는 총 717회 공연, 300만 명 이상 관람, 총매출 4억 달러(약 3800억 원)로 기존의 모든 공연 기록을 깨는 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로 남게 됐다. 이후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펼쳐질 이번 내한 공연은 디온에게는 5년만의 외유가 되며 10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무대가 된다.특히 이번 공연은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리고 최근 재결합한 스파이스 걸스의 무대를 연출한 세계적인 감독 제이미 킹이 맡아 더욱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월 중순이 되면 세계적인 스타 셀린 디온을 보기 위해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질 것만 같다.공연 기간 : 2008년 3월 18~19일 저녁 8시 30분공연 장소 :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공연 문의 : (02)3444-9969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