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맨해튼 여의도 부동산 투자

의도는 뉴욕의 맨해튼과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우선 강 가운데 섬을 개발해 마천루 빌딩들이 들어섰으며 각각 뉴욕과 서울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금융 중심지이자 대규모 주거 타운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여의도를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여의도의 주거 기능은 많이 약화됐다. 건축 연한이 20년을 훌쩍 넘어버린 아파트들이 노후화의 길을 걸으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맹모삼천지교를 외치는 학부모들이 대거 강남 대치, 도곡동으로 옮겨간 것도 여의도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물론 트럼프타워, GS자이, 롯데캐슬 등 주상복합 타운도 형성돼 있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이런 여의도가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이 그 시작이다. 한강변 노후화된 중층 아파트들을 대거 재건축해 층수를 높이는 대신 녹지 공간을 대폭 늘려 한강의 본래 기능을 되찾아주겠다는 것이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여의도, 압구정 등 5곳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우선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계획 발표 후 여의도를 비롯한 전략정비구역 집값이 호가를 중심으로 뛴 것은 시장의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지난 3월 10일 여의도동 국민은행 세우빌딩 회의실에서 영등포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제12회 전국 순회 한경부동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개발 호재들이 맞물려 있는 여의도가 서울시 한강 공공성 회복의 최대 수혜지역이라고 꼽았다. 정부가 여의도를 국제금융지구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요소다. 통일주차장 부지에 최고 72층 규모의 복합 오피스 시설인 파크원이,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는 AIG가 주도가 돼 서울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선다.5월에는 강남~강서를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이 여의도를 지나간다. 이렇게 되면 강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0분대로 단축된다. 종로 오피스밀집지역(CBD)과는 5호선, 강남 오피스밀집지역(KBD)과는 9호선으로 연결돼 3대 오피스권역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트라이앵글(삼각형) 모양을 갖추게 된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집값을 20~30%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분당에서 여의도까지가 40분대로 단축된다”고 말했다.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평형대는 90㎡(20평형대) 안팎 소형 평형으로 신혼부부나 미혼자들이 주 수요층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직장과 가까운데다 인근에 오피스텔 물량이 많지 않고 가격대도 비싼 것이 여의도의 소형 집값이 강세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한때 8억 원까지 올랐던 소형 평형대 아파트는 지난해 말 최저 6억 원까지 급락했다가 서울시 발표 직후 다시 8억 원선을 회복했다.여의도 미래공인 박용순 중개사는 “거래가 많지는 않았지만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높였다”며 “만약 지금 거래하려면 7억 원대 중반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설문 조사에서 한강 공공성 프로젝트 이후 여의도 아파트 값을 3.3㎡당 3500만 원(64%)이 적당하다고 응답했고 3000만 원(18%), 4000만 원(18%)이라는 의견도 있었다.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집값은 호가 위주 가격이어서 적정 가격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여의도 가이드공인 최만호 중개사는 “예전 매도 호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매수 호가와의 격차가 여전히 10~20% 정도 된다”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제대로 된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한강 공공성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것이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의도의 최대 이점은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최고 70층 이상의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40%로 잡았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여러 단지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개발한다는 것. 과도한 기부채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과도한 기부채납 비율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재건축 시 뒤따르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과 임대 아파트 건립 부분도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박 팀장은 “소형 평형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용순 미래공인 중개사는 “소형평형, 보금자리주택은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금융타운 취지에 맞는 외국인 전용 주거 공간을 건설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지리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의도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강남, 목동에 비해 교육 여건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자녀를 둔 40대들에게 교육 여건은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의도는 교육 여건이 상당히 취약하다. 포럼에 참석한 최만호 가이드공인 중개사는 “강남은 물론 목동, 중계동보다 교육 시설이 뒤떨어진다. 이 때문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 신도시 쪽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며 “9호선이 개통돼 강남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다소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 시설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해당 지역 중개사들은 여의도 성모병원 옆 부지를 교육 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반씩 보유하고 있는 이 부지는 원 소유주인 라이프주택이 부도를 맞으면서 20년 넘게 빈 터로 남아있다. 이 부지는 학교 용지로 묶여 있어 개발에 따른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시세는 350억~400억 원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공은 지난 2월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제출했으며 4월 중 용도 변경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희 트럼프월드공인 중개사는 “문의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교육 여건 문제로 구매를 포기한다”며 “2년 전에 국제고 등 특목고를 세운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범, 삼익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300만 원씩 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정상 굿모닝공인 사장도 “영등포구가 국제고를 여의도로 유치해 교육 여건을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현재 영등포 집값은 소형 평형만 강보합세를 기록할 뿐 전반적으로는 냉각기가 계속되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영등포 개발을 위해 준공업지역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해당 지역 지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문충현 신아공인 중개사는 “영등포는 덩치가 큰 땅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드물어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해 조정이 수월해질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당산동은 마포,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아 60㎡(옛 20평)대 아파트 값은 가격만 조금 낮아지면 거래가 바로바로 체결되는 모습이다. 9호선 개통도 임박해 있어 가격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