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지금까지 비교와 요약, 비판의 주요 사고를 순차적으로 배워왔습니다. 인문논술칼럼 6회차에서 성균관대 인문논술 유형을 연습했던 것처럼, 오늘도 배운 유형을 적용해볼 수 있는 실제 기출문제를 가져와 봤습니다. 문제가 다소 어려운 경희대 문제입니다. 경희대는 대형 종합학교로서 위상을 자랑하고 있으며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비롯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교육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어 거듭 성장하는 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논술고사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문제 유형을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출제해왔습니다. 그러므로 이 유형은 올해 다시 출제될 패턴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경희대는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을 나눠, 사회계열의 경우에는 인문논술과 함께 수리논술을 병행 출제합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인문논술 부분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문계열에서는 두 개의 문제를 출제합니다. 하나는 요약하면서 비교하는 비교적 짧은 글쓰기이고, 하나는 다중 평가를 전개하는 1000~1200자 내외의 장문형 글쓰기입니다. 지면관계상 모두 실을 수 없으니, 이번 칼럼에서는 1번 문제를 다루고, 다음 번 칼럼에서는 2번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경희대 2018학년도 논술모의고사 기출문제입니다.

[문제1]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논지의 차이를 서술하시오. [601자 이상∼700자 이하: 배점 40점]

[가] 영화 ‘모던타임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를 고발한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감시할 정도로 지배적인 자본가와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 컨베이어 벨트와 기계 등은 당시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점심시간도 줄이고 심지어 밥 먹는데 드는 에너지까지 줄인다며 소개되는 노동자 급식 기계가 나오는데, 이는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의 소외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름이 없고, 주인공이 일하는 공장에서도 오직 행과 열로 그 사람을 호칭할 뿐이다. 거대한 기계 장치에 딸려 들어가는 찰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담은 장면에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의해 기계의 일부가 되어 가는 찰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기계는 노동자의 소유가 아니므로, 노동자는 자신의 것이 아닌 기계에 의해 철저하게 종속된 존재로서 소외를 당할 수밖에 없다. 찰리는 자신이 만든 상품을 가져갈 수도 없다. 완성된 순간부터 상품은 자본가의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는 생산물에 지배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나]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대상화시키고, 이렇게 대상화된 세계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인식한다. 또한 자신의 소질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을 하며, 노동의 과정과 그 생산물에서 자신의 힘과 모습을 본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뒤돌아보고 이를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자기의식을 지닌 존재다. 이처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유로운 활동인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며, 노동의 결과물들을 통해 자기를 의식한다. 노동은 단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계기다. 즉, 노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본질적 행위인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동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활동이자 보편적인 삶의 활동이다. 노동 과정은 인간 삶의 특정 형태와는 무관하며, 인간 삶의 모든 사회적 형태의 공통된 것이다. 노동은 특정 사회에서만이 아닌 모든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활동이다. 물론 그 사회가 봉건제 사회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인지에 따라 구체적인 노동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삶의 활동으로서 노동은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행해진다.
[가]의 요약 해설
자, 우선 [가] 제시문의 내용을 잘 파악해야겠네요. ‘요약’할 때에는 핵심논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자신의 언어로 환문해 간명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 제시문의 논지(혹은 주장)는 무엇입니까? 우선 자본주의의 기계화는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 노동자는 기계와 생산, 자본가에 종속당한다. 맞죠? 중심 소재는 ‘모던타임스’라는 영화며, 영화를 소개하고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묶어 아래와 같이 세 문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네요. 첫 문장에는 내용 전체를 담고, 이후에는 그에 대한 상술과 부연을 덧대는 방식으로 쓰는 체계적 글쓰기의 원칙은 놓치지 말아요.

“[가]는 모던타임스를 소개하며 자본주의하의 기계화는 노동자의 예속과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는 대량생산의 기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기계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효율적 생산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진정한 인간가치를 상실한다.”
[나]의 요약 해설
[나] 제시문의 내용도 위와 같이 파악해 봅시다. 여기서는 중심이 되는 특징적 소재는 없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네요. 이 제시문은 ‘인간은 노동을 통해 본질적 자아를 완성해간다’와 ‘체제와 무관하게 노동은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라는 두 개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정확히 포함시키면서 요약을 전개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 자유로운 노동을 통해 본질적 자아를 완성해 나가며, 이러한 노동은 체제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노동을 통해 인간은 존재가치와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꿈을 이룬다. 따라서 노동은 단순한 생존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고 인간다움을 만드는 핵심적 매개물이 된다.”
비교 해설
두 제시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둘 다 노동의 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노동의 의미, 그리고 그러한 의미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해 상이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비교하기 전에 이미 요약을 하기 때문에 비교는 더 간단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교할 때에도 논의가 복잡할 듯하면 먼저 비교의 핵심적 내용을 정리한 이후에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세요.

“위 내용을 종합하면 [가]와 [나]는 노동의 의미와 결과, 특정 사회체제와의 연관성을 달리 본다고 정리할 수 있다. [가]에서 노동은 효율적 생산을 위한 수단을 의미하며,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자본가와 기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인은 자본주의의 이윤을 앞세우는 성격 때문이다. 반면 [나]는 노동을 본질적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인식하여,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의 보편적 성격은 [가]와 달리 체제를 불문하고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이다.”

위의 두 요약과 비교를 묶어서 하나의 글로 써내려 나가면 1번 문제의 답안을 완성하는 셈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문제 유형을 1년 정도 체계적으로 연습하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경희대 인문계열 2번 문제 유형을 익혀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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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imsammail@gmail.com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imsammail@gmail.com

경희대 논술은 인문계열과 사회계열로 나뉘며, 인문계열에서는 전통적으로 두 개의 문제를 출제합니다. 하나는 요약하면서 비교하는 비교적 짧은 글쓰기이고, 하나는 다중 평가를 전개하는 1000~1200자 내외의 장문형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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