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한 단위당 4000만원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면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현황판에 가상화폐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bjk07@hankyung.com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한 단위당 4000만원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면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현황판에 가상화폐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bjk07@hankyung.com

(1) 암호화 화폐, 디지털 화폐?

화폐는 그 시대의 기술과 문화에 따라 변해 왔습니다. 돌과 조개가 화폐가 됐고, 금과 은이 화폐가 됐고, 종이와 쇠가 화폐가 됐습니다. 화폐는 거기에 새겨진 신뢰인 것이죠. 그리고 인터넷 기술 시대인 지금, 천재 중 한 명이 새로운 신뢰를 기반으로 한 화폐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로 암호화 화폐, 디지털 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입니다.

(2) 누가, 언제 비트코인을 만들었나?

2008년 11월 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가명)라는 한 천재가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는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논문의 정식 명칭은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의 전자화폐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즉 블록체인 기술을 9쪽짜리 짧은 논문에 실었습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 같은 제3자의 신용보증이 없이, 오직 이용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였습니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은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3)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어떤 관계인가?

신용카드 거래를 떠올려 보세요. A가 B의 물건을 사면서 100원을 결제하면, 전자적으로 처리됩니다. 우리는 어쨌든 이 거래를 신뢰합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보증하고, 거래은행이 거래장부를 만들기 때문이죠. 비트코인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거래가 위조되지 않고, 해킹당하지 않고, 믿을 수 있게 만들면? 이것이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입니다. 수많은, 복잡한 거래가 정확하게 기재되고 누구나 장부를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했습니다.

거래자가 거래 때 전자서명을 하고, 거래마다 특정 코드가 붙고, 비트코인을 중복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놨습니다. ‘해시함수(어떤 수를 맞힐 확률이 2의 256승분의 1)’와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라는 복잡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네트워크’입니다. 수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휴대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려고 하지 않듯이요.

(4)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비트코인을 금처럼 캔다고 해서 붙여진 말입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사토시는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중앙은행도, 정부도 아닌 개인들이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보상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2(0과 1)의 256승 정도의 큰 암호로 구성된 문제를 풀어야 생성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암호를 풀려면 많은 컴퓨터와 엄청난 전기가 필요합니다. 사토시는 처음엔 쉽게, 갈수록 어렵게 문제가 풀리도록 설계했습니다. 보상으로 주는 비트코인 유통량을 조절한 것이죠. 비트코인을 캐려면 한 달에 수천만원의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는군요.

(5) 왜 비트코인을 만들었을까?

사토시는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내 쓰는 데 분개했던 모양입니다. ‘기존 화폐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마구 찍어내기 때문이다. 신뢰를 저버렸다.’ ‘왜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나? 디지털 시대에 개인들이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면 안 되나?’ 사토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화폐의 탈중앙화’라고 부릅니다. 사토시는 화폐 타락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총발행량을 2140년까지 2100만 개로 고정했습니다. 지금까지 1800만 개가량이 채굴됐습니다.

(6) 처음 비트코인 가격은 얼마였나?

중앙은행 화폐 독점에 반발…비트코인, 2009년 첫 등장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는 신뢰받지 못했습니다. 지급보증해주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어쨌든 2009년 10월 5일, 1비트코인은 0.00099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꽃피면서 시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8년 뒤인 2017년 10월 5일 코인당 가격은 4200달러로 폭등했습니다. 4억2252만% 인상됐죠. 최근 4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 실적도 2009년 3만2687건, 2017년 1억300만건에서 2018년 3억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유명한 기관투자가와 금융회사,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7) 비트코인 거래소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국내에는 빗썸, 업비트, 후오비코리아 등이 있고, 해외에는 BYBIT, BitMax, BITREX 등이 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작은 단위(1억분의 1)인 1사토시 단위로도 살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가진 돈만큼 쪼개서 살 수 있습니다. 상한가, 하한가는 없습니다. 그래서 변동성(volatility)이 큽니다.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큰 변화 중 하나는 중국중앙은행이 암호화 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금융상품인지, 아예 아무것도 아닌지는 여전히 논란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비트코인은 돌, 조개, 종이처럼 화폐가 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② 비트코인 총공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③ 비트코인을 내는 사람에게도 피자를 팔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