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의 샹그릴라 여기선 나도 영국왕족

왕은 곧 국가다.’ 여왕과 왕실에 보내는 영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은 엄청나다.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소리도 일부 있지만 영국인 대다수는 여왕과 왕실에 대해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영국인들에게 ‘경(Sir)’이라는 칭호는 인생의 최대 목표이자 꿈이다. 이따금씩 전해오는 기사작위 수여식에 전 영국이 들썩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국왕실은 단순히 국가의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왕실이야말로 영국이 자랑하는 최대의 관광 상품이다. 여왕의 해외 방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 자체가 관광 부국을 지향하는 영국으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봐도 영국왕실이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 여왕 즉위 50년이 지난 지금 영국 정부는 관광 영국의 기치를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영국정부는 귀족이나 왕족 등이 사용했던 고성을 현대적 분위기로 재탄생시키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이들 고성이 호텔 등으로 탈바꿈되면서 럭셔리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성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이후 영국은 전 세계 상류층 인사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부동산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와 인도의 철강왕 라크시미 미탈 등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고성을 즐겨 찾는 주요 고객들이다.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즐기는 럭셔리 여행영국 고성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유럽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굳이 따진다면 명소를 찾아다니는 ‘관광형’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휴양형’에 가깝다. 격조 높은 내부시설과 드넓은 녹원이 여행자에게 귀족이 된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비록 6~7일 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고성 여행은 유럽 귀족생활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이 기간 여행객들은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귀족 세계의 단면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클리브덴(Cliveden)은 영국왕실의 사랑을 독차지한 영국의 관광명소 중 하나다. 클리브덴은 런던 남서부 버크셔주에 위치한 곳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 최고의 호텔이다. 1666년 버킹엄 2세가 건립한 클리브덴은 유럽 건축의 장대함과 귀족 저택의 화려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클리브덴 도착부터 귀족의 생활은 시작된다.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클리브덴까지 세계 최고의 명차인 벤틀리 쇼퍼를 타고 이동한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부터 여행자들은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광활한 정원을 지나 저택에 들어설 때까지 방문객은 영국 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버크셔주의 자연과 고성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클리브덴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조차 3개월 전에 예약해야만 투숙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클리브덴을 거쳐 간 투숙객은 조지 1세, 빅토리아 여왕, 윈스턴 처칠, 찰리 채플린, 루스벨트 대통령, 조지 버나드 쇼 등 영국과 미국 사회를 주름잡은 인사들이었으며 지금도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하룻밤에 수백달러를 뿌려가며 투숙하기를 희망한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3개월 전 예약해야호텔 내부는 영국 귀족의 문화적 소양이 그대로 묻어나는 미술작품과 예술품들로 꾸며져 있다. 클리브덴의 정원은 영국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야외정원(the walled garden) 역시 아름다운 조경미를 자랑하고 있다. 유럽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 온 테라스 다이닝 룸(Terrace Dining Room)과 왈도즈(Waldo's)는 유명 식음료상을 수 차례 받은 레스토랑이다. 이들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3코스 정식(A la Carte Menu)을 맛보며 클리브덴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고성 여행의 백미다. 영국 귀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승마다. 영국 상류층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승마를 즐기기 위해서는 클리브덴 주변에 위치한 스노볼 승마장(Snowball Riding Cenre)에 아침 일찍 가면 된다. 초보자들을 위한 레슨도 준비돼 있다. 승마가 낯설다면 골프를 해도 된다. 매사냥의 일종인 팔코니(falcony)와 파크랜드에서의 낚시는 클리브덴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해준다. 고급 크루즈인 수지앤(Suzy Ann)보트에서는 점심식사와 샴페인, 홍차 등을 맛보면서 클리브덴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필드와 승마장과 골프관광 이후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스파’가 제공된다. 클리브덴의 자랑인 파빌리온 스파는 따뜻한 실내외 수영장 외에도 여성 남성 전용 스팀룸 사우나 트리트먼트 룸을 갖추고 있다. 스파의 매력을 더 맛보기 위해서는 클리브덴에서 2시간 떨어진 ‘바스’에 가보는 것이 좋다. ‘바스’는 영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 런던에서 160km가량 떨어져 있는 이 도시의 건물 대부분이 18세기 양식으로 지어져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 도시는 온천수를 이용한 목욕시설이 유명해 목욕을 뜻하는 영어 단어 ‘배스(Bath)’가 여기서 파생됐다는 설도 있다. 바스에 들러 스파와 미네랄 온천욕가장 유명한 곳은 로마시대부터 미네랄 온천수 목욕탕으로 유명했던 로만 바스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도 김이 나는 그레이트 바스(Great Bath)는 연녹색 빛깔의 목욕탕으로 유명하다. 자연 채광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아치형으로 창문을 설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스 성당(Bath Abbey)과 로만 바스(Roman Bath)를 출발해 유니온 거리(Union Street)를 지나 올드본드 거리(Old Bond Street)를 걸어 올라가면 게이 거리(Gay Street)가 나온다. 여기에서 계속 가다보면 세 개의 도로가 만나는 원형 교차로가 나오고 여행객들은 전면에 위치한 우람한 건물에 압도당한다. 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인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호텔은 유럽 건축 양식의 절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1775년 존 우드(John Wood the Younger)에 의해 건립된 초승달 모양의 로열 크레센트호텔은 우아한 곡선과 직선 위주의 절제된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영국 건축사의 대표적인 걸작품이다. 두 개의 건물로 이뤄진 로열 크레센트호텔의 응접실과 복도에는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영웅 넬슨 제독과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초상화들이 걸려 있다. 로열 크레센트에는 열기구를 타고 바스를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있다. 열기구에서 내려다 보면 에이본강이 바스시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바스는 도시가 넓지 않아 시 곳곳에 위치한 유명 박물관과 유적지 등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어서 하루면 충분하다. 윈저궁 헤롯백화점 둘러보며 귀족생활 만끽윈저궁도 영국 고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히드로공항 근처에 있는 윈저궁은 여왕과 왕실 가족들이 여름을 보내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왕실 전용 헤롯백화점에서의 쇼핑까지 하면 영국에서의 귀족 여행은 대충 마무리된다. 헤롯백화점은 영국왕실이 주로 이용하는 최고급 백화점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지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급스러운 백화점이라는 찬사를 받는 헤롯백화점은 건물 외부에서부터 영국인들의 자존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이애나비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이 백화점 소유주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의 아들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했던 것은 헤롯백화점과 영국 왕실이 얼마나 깊은 친분을 갖고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