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면서 두 가지 단상(斷想)이 떠오릅니다. #1. 지난 여름 가족과 함께 강원도 횡성의 한 산골 마을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 생활을 체험하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답니다. 밭에 나가 감자를 캔 뒤 이를 갈아 감자전을 부쳐먹는 게 체험의 시작이었지요. 이어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참관했습니다. 곤드레나물밥을 지어먹은 뒤 일소가 끄는 마차를 타보는 행사도 신선했지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였는 데도 아이들의 얼굴엔 오히려 햇살이 비쳤습니다.이날 맛본 음식의 공통점은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른 바 ‘슬로 푸드(Slow food)’였지요. 슬로푸드 운동은 ‘맛의 세계화’에 반대해 지역과 전통문화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즐기자는 데서 싹텄다고 합니다. 맥도날드 등 미국의 패스트 푸드(Fast food)에 맞서기 위해 80년대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농촌운동입니다. 이제야 뒤늦게 우리 농촌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2. 지난 7월28일과 29일 이틀간 기자는 전통문화학교 최선호 교수가 이끄는 ‘제1기 전통문화체험단’을 따라 나섰습니다.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과 봉정사, 의성의 의성김씨 종택과 부석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병산서원 만대루(晩待樓)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였습니다. “조선의 한옥은 소우주를 재현한 것”이라는 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일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 전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가는곳 마다 참가자들은 입을 벌려야만 했습니다.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고품격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통문화에 대한 찬사와 참여 열기는 분명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트렌드인 게 분명합니다. 성장의 시대는 끝났는지, 저금리는 이대로 고착되는지, 이 가을 독자 여러분은 깊은 상념에 잠겨 있을 겁니다. 이번 호에는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 부동산 투자열기와 펀드 투자의 모든 것을 커버스토리와 스페셜 리포트로 다뤘습니다. 투자세상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는 모습을 전해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스마트 머니는 물밑에서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