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꿈을 꿨다. 어미 개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젖꼭지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젖꼭지를 놓치고 떨어졌다. 차가 달려와 강아지를 치었다. 강아지는 폭탄이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이 꿈 속의 어미 개는 그녀의 어머니였고, 폭발한 강아지는 그녀였다. 어릴 때 그녀는 어머니에게 의지하고 싶은데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녀는 화가 났다. 분노가 커서 그녀가 폭탄처럼 폭발해 산산조각 나버릴 지경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공한 의사였다. 늘 바빠서 아이를 돌봐주지 못했다. 그래서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도 그녀는 정을 받지 못했다. 어머니는 늘 ‘최고가 되라’는 요구만 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공부도 잘했고 무엇이든 알아서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마음은 항상 우울했다.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을 즐겁게 해 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예컨대, 사람을 만났는데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상대방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화젯거리를 빨리 찾아내야 했다. 누구를 만나도 뭔가 요구를 받는 느낌이었다. 편하게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 만나기를 피하고 일만 했다. 성생활도 즐기지 못했다. 정신분석은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의 무의식에는 최고를 요구하는 어머니가 살고 있었고, 어머니의 요구를 현실 대상의 요구로 착각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부족할 수밖에 없고 아이가 부족해도 보통 어머니들은 부족한 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준다. 이런 어머니가 인정스러운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겉으로 그녀는 독립적이고 성공한 여인이었지만 속마음은 젖을 빠는 어린 강아지처럼 어머니 젖을 먹고 어머니에게 의지하고 사랑받고 싶었다. 감히 표현할 수 없었지만 분노는 마음속에서 끓고 있었다. 이렇게 억눌린 마음속 분노는 우울증을 일으킨다. 우울증에 빠진 그녀는 정신치료를 받았다.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게 됐다. 어머니에 대한 미운 감정도 이해했다. 어머니를 용서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죽은 꿈을 꾸었다. 무서운 어머니가 죽어 버린 꿈이었다. 어머니로부터 풀려나는 치료 효과를 보여 주는 꿈이었다. 비로소 그녀는 내적 자유를 찾았다. 그녀는 이제 남의 눈치를 보고 기분을 살피는 일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인관계에서 칭찬을 기대했고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화를 꾹꾹 참아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이 편해지니까 남들도 그녀를 대하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도 오랜 시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바쁠 것도 없고 부담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누구를 만났는데 침묵이 흘러도 그냥 기다릴 수 있었다. 인기도 좋아졌고 재혼도 했다. 성생활도 만족스러워졌다. 이 환자가 보여주듯이 꿈은 정신 치료의 효과를 보여준다. 치료 효과는 생활의 변화가 입증해 준다. 이 부인 환자의 경우는 대인관계의 변화나 만족스러운 성생활 등이 꿈의 메시지와 일치했다. 인간은 내면에 자기를 못살게 괴롭히는 인물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은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버지나 형일 수도 있다. 그 대상을 용서하고 그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부터 새 인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