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부자들에게 배우는 ‘성공의 함정’

공했다는 생각은 ‘죽음과의 키스’나 마찬가지입니다.” 왕년의 세계 헤비급 챔피언으로 큰돈을 벌었다가 잘못된 투자로 재산을 몽땅 날려버리고 45세 때 아들뻘인 마이클 무어러와 결투를 벌여야 했던 조지 포먼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때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뼈저린 경험을 했던 그는 이 시합으로 세계 최고령 헤비급 챔피언이 됐고 은퇴 후에는 열정적 사업가로 변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하지만 조지 포먼과 달리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에 빠져 몰락해 버린 부자들도 부지기수다. 돈은 돈을 벌어들이는 힘이 있다. 큰돈을 모았을 경우 위험 관리에 조금만 신경 쓰면 재산은 불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많던 재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원인은 뭘까. IHT는 위험한 투자, 과도한 소비,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 지나친 자만심 등이 부자의 몰락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공에 취해 자만심에 빠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재산을 몽땅 거는 위험천만한 투자는 한순간에 부를 날려버린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젊은 시절 골드 러시(gold rush) 때 금광 채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금을 하나도 채취하지 못해 투자금을 날렸다. 나중에 소설이 인기를 모으면서 큰돈을 벌었지만 다시 광산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 하락으로 투자 원금을 날리기도 했다.마크 트웨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발명한 자동식자기를 팔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제품인 라이노타이프 자동식자기가 유수 신문사를 장악하면서 그의 제품은 퇴출되고 말았다. 빚더미에 앉아 파산지경에 이르자 마크 트웨인은 집을 처분하고 유럽으로 떠나 책 출간과 강연 등으로 겨우 빚을 갚았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뼈저린 경험 탓에 자신의 저작권을 부인에게 넘겨줘 자기가 파산하더라도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도록 했다.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전설적 영웅인 버펄로 빌(본명 윌리엄 프레데릭 코디, 서부 개척 시 철도건설 노무자에게 식량을 주기 위해 버펄로를 많이 잡아 이렇게 불린다.)은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3000만 달러를 들여 1893년 열린 컬럼비안 엑스포에 ‘와일드 웨스트 쇼’를 개최했다. 하지만 재정적 문제가 생겨 그는 파산했고 1917년 그가 죽었을 때 금고에는 매장 비용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돈만 있었다고 한다.과도한 소비는 서서히 부자를 몰락시킨다. 하지만 몰락의 징후가 보여도 길거리에 나앉기 전까지는 소비 습관을 잘 바꾸지 못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물 쓰듯 돈을 쓰면 배겨낼 재간이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다. 아동 성추행 등으로 투자자가 이탈해 버린 상황에서도 그는 매달 200만 달러를 소비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3억 달러가 넘는 빚을 지고 말았다. 결국 최근에는 소니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소유한 비틀스 히트곡 260곡의 판권을 은행에 담보로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마이크 타이슨도 한 번 싸울 때 3000만 달러를 받기도 했지만 낭비벽을 통제하지 못해 2004년 파산하고 말았다. 파산 당시 총 부채가 세금 체납액 1300만 달러를 포함, 총 2700만 달러에 달했는데도 17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사치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을 때에도 매달 40만 달러씩 지출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연예인과 달리 비즈니스맨은 철저하게 재산을 관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미국의 출판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저택’을 넘어 ‘왕궁’에 가까운 집을 짓는 데 재산을 쏟아 부었다. 허스트 캐슬로 불리는 이 저택은 대형 식당과 회의실, 서재, 응접실, 주방, 극장, 당구장, 거실과 침실, 테니스 코트, 광활한 야외 연회장과 고대 로마식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30년 넘게 저택을 건설하면서 그는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됐고 결국 애써 모았던 700여 점의 예술품을 팔아치워야 했다.세계적 정보기술 업체인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위험인물이라고 IHT는 분석했다. IHT에 따르면 래리 엘리슨은 재산의 대부분을 오라클 주식(176억 달러 상당)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지난 2000년 한 해 생활비로만 2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또 3억 달러짜리 요트를 주문했고 2500만 달러짜리 주택을 사는 등 거침없는 소비 생활을 지속, 부채가 12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오라클 주식이 현 시세를 유지하면 빚을 갚는 데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주가가 하락하고 씀씀이가 더 늘어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엘리슨의 집사인 사이먼이 2002년 쓴 편지는 이런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당신이 나를 비관론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반드시 예산을 세우고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새로 물건을 사는 일은 최소화해야 하고 빚을 없애야 하며 보수적으로 구성된 유동성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편지가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도 잘 알지만 지금 당장 이 일을 실천해야 합니다.”일부 부자들은 이미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한다는 생각에 빠져 모험적 투자를 벌이는 경우도 많다. 마틴게일 자산운용의 아널드 우드 대표는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의 재주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투자 결과가 좋지 않아도 자기 잘못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더라도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라고 말했다.또 몰락한 부자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도 돈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착각 속에 소비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부자들에게 연금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라는 충고가 먹혀들 리 만무하다.일례로 마이크 타이슨 등 유명 권투 선수의 매니저를 했던 셸리 핀클은 IH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세계 챔피언들에게 미리 연금을 들어두라고 수없이 충고했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몰락한 부자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는 케슬린 거니는 돈을 왜 버는지에 대한 목표부터 갖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파산하거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은 돈을 벌더라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돈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잘 통제할 줄 알아야 돈을 관리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전력투구했지만 자신이 누구이며 돈을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결국 부자가 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