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꿈속 질주 시작됐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꿈의 축제인 모터쇼의 주인공은 콘셉트 카다. 상상 속의 자동차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동차 메이커들로서도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평가받는 기회라는 점에서 콘셉트 카는 큰 의미를 갖는다. 화려하고 독창적인 콘셉트 카를 내놓아야 미디어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으며 이는 메이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직결돼 있다.세계 최초의 콘셉트 카는 제너럴모터스(GM)에서 생산된 뷰익 Y-Job 1938년식이다. 1927년 GM 창업자인 알프레드 슬로언이 당시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할리 얼에게 주문 제작한 자동차인 Y-Job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2인승 컨버터블이다. 헤드램프가 자동차 내부에 있고 창문은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설계됐다. 직렬 8기통 5.2리터 엔진이 장착됐다. 거의 모든 부분이 최첨단이었기 때문에 이 차는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국내 자동차 역사에 첫 콘셉트 카로 기록된 자동차는 1974년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포니 쿠페다. 포니 쿠페의 엔진과 실내 인테리어 등은 훗날 포니 양산형 모델에 대부분 반영됐다. 4인승인 이 차는 전장 4080mm, 전폭 1560mm, 높이 1210mm이며, 4기통 1238cc급 엔진을 장착했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만든 포니 쿠페의 디자인은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타임머신 DMC(DeLorean Motor Company)12로 등장하기도 했다.콘셉트 카는 크게 양산형과 미래형으로 구분된다. 양산형은 3~4년 뒤 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을 목표로 제작하는 콘셉트 카이고, 미래형은 그보다 먼 10~20년 이후를 내다보고 제작하는 자동차다. 예전만 해도 대다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래형 자동차 제작에 사활을 걸었지만 최근에는 실용적인 양산형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미래형 자동차는 스포트라이트만 받을 뿐 실제 회사 매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각국별로 콘셉트 카 개발 특징을 살펴보면 일본은 양산형 외관, 미국은 미래형, 독일은 양산형 엔진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 차의 선두 주자인 도요타자동차 렉서스는 올 3월 열린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F모델인 LS-F, LF-A를 선보였다. LS-F에는 400마력을 발휘하는 5.0리터 V8엔진이 탑재돼 있으며 세계 최초로 8단 다이렉트 변속기어가 장착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제로백은 4.9초에 불과하다. LF-A는 5.0리터 V10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로 최고 출력이 500마력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다. 또 렉서스는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V8 5.0리터 가솔린엔진과 하이브리드 동력이 결합된 LS600h도 공개했다.닛산자동차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베벨과 로그도 주목받고 있다.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보이도록 설계된 베벨은 독신 남성들을 타깃으로 개발됐다. 대형 선루프 아래 마련된 태양전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친환경 기술이 적용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로그는 170마력의 2.5리터 14밸브 QR 25DE엔진이 장착돼 있다.닛산은 제네바모터쇼에서 전 세계 최초로 유럽형 뉴 350Z를 공개했다. 이 자동차는 기존 350Z 모델에 4세대 VQ엔진을 장착하는 등 일부를 업그레이드해 유럽 스타일에 맞춘 제품이다. 또 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혼다 스몰 하이브리드 스포츠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반면 유럽 자동차들은 실용성에 엔진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자동차의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아우디는 특별한 콘셉트 카보다는 기존 모델에 성능만을 개선한 차량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아우디 Q7 V12 TDI는 기존 Q7 모델에 6000cc급 12기통의 디젤엔진이 장착된 모델로 최고 출력은 500마력, 제로백은 5.5초다. 아우디는 이 모델을 올 하반기에 전 세계에 공식 출시해 12기통 디젤엔진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메르세데스벤츠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악천후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접지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사륜구동 자동차를 선보였다. S클래스 모델에 시연된 4매틱(MATIC)은 평상시에는 전륜과 후륜에 45 대 55의 비율로 구동력을 전달하며 악천후에는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인 ESP와 연계돼 빗길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이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는 290마력에 청정 환경 장치를 장착한 신형 V8디젤엔진도 공개했다. 이 엔진의 디젤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인 블루텍(BLUE TEC)은 질소 산화물을 약 80% 감소시킨다.스웨덴의 명차 사브 역시 디자인보다 엔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래형 콘셉트 카 에어로X를 발표한 사브는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바이오파워100을 처음 선보였다. 이 차는 세계 최초로 순정 바이오에탄올(E100)을 연료로 사용한다. 2.0리터 엔진으로 최대 300마력까지 나온다. 이 차는 에어로X 콘셉트 카를 디자인한 GM 유럽본부의 수석 디자이너인 앤서니 로가 내·외장 인테리어를 담당했다.랜드로버는 친환경을 콘셉트로 삼고 신차 개발에 주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랜드로버는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신개념 미래형 자동차 ‘랜드-e’를 발표했다. 랜드-e는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사륜구동 차량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차로 평가받고 있다. 연비도 기존 차량에 비해 30% 이상 높다.랜드-e는 8가지 특화된 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됐다. 저속에서 전기로 주행하며 오프로드 주행 시 필요에 따라 엔진 토크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기술(Integrated Electric Rear Axle Drive)과 차량을 정지할 경우 엔진도 멈추게 해 연료 소비는 물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시스템(Integrated Starter-Generator)이 장착돼 있다. 바퀴의 동력을 적절히 안배해 노면이 젖었다든지,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네 바퀴를 적당하게 유지해 준다.재규어의 콘셉트 카 C-XF는 재규어 고유 특징인 원형 헤드라이트를 날카로운 눈 모양으로 바꿨고 전면 그릴과 4바퀴에 있는 재규어 로고를 단 두 줄의 곡선으로 표현했다. 후드는 근육질처럼 단단하게 바꿨으며 후면부는 직각으로 마감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차에는 V8 4.2리터 슈퍼 차저 엔진이 장착돼 있어 최고 출력은 420마력, 최대 토크는 51㎏·m까지 나온다.또 세계 최초로 엔진실의 모든 전선을 탄소섬유로 감싼 WIC 기술을 적용했다. 프랑스 국민차 푸조는 최초의 SUV인 푸조 4007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해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크라이슬러가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 카 낫소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4인승 쿠페로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을 많이 강조했다. 이 차는 미래형 자동차를 형상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컴퓨터, 아이팟 등에서 착안해 내부 설비를 디자인했고 오디오와 에어컨 시설이 모여 있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데이터 디스플레이, 퍼스널 컨트롤 인터페이스, 홈 시어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장착돼 있다. 가운데에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한꺼번에 뜨는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짚 트레일 호크 콘셉트 카는 짚 랭글러 언리미티드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휠베이스 길이가 2946mm로 대형이며 차체 옆면을 근육질의 남성적인 이미지로 꾸몄다. 헤드램프를 비스듬하게 만들어 마치 매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포드의 링컨 MKR 콘셉트 카는 1941년 링컨 컨티넨탈 카브리올레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포드 레이싱 5.0리터의 캐머 엔진을 장착한 인터셉터 콘셉트 카도 최근 공개됐다. 전기 차에 수소 연료전지를 장착한 포드의 미래형 콘셉트 카 에어스트림은 기존 연료전지 차량보다 무게와 제작비를 반 정도 줄였다. 한편 기아차는 제네바모터쇼에서 콘셉트 카 엑시드를 선보였다. 이 차는 3도어 소프트 톱 컨버터블로 기아차의 디자인 총괄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의 첫 작품이다. 또 현대, 대우, 르노 삼성자동차들은 SUV와 쿠페의 장점을 합친 크로스오버형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