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휴가 시즌이 돌아왔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찌든 일상생활을 박차고 강이나 바다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느끼곤 한다. 자유와 낭만, 이 두 단어는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에 고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청량제와 같다. 일명 오픈카로 불리는 컨버터블은 자유와 낭만의 상징이다.컨버터블은 지붕의 덮개를 열거나 덮을 수 있는 자동차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픈카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카브리올레로 통용되고 있다. 컨버터블은 1934년 프랑스인 루이 르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뚜껑을 천으로 덮은 마차에서 착안해 자동차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 차가 발표되자 주위에서는 그의 작품을 두고 ‘굴러다니는 화장실’, ‘바퀴달린 모자상자’, ‘벌거숭이 차’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뒤 루이 르노의 컨버터블은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르노자동차를 오늘날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지붕이 없는 자동차를 카브리올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파리와 런던에서 유행하던 택시-캡에서 유래됐다. 카브리올레는 프랑스 사람들이 애용하던 2인승 마차를 의미했다. 이후 카브리올레는 창문과 지붕이 없는 자동차로 불렸으며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컨버터블로 불리고 있다.컨버터블 자동차는 지붕이 어떤 재질로 돼 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초창기 컨버터블은 차체 덮개가 비닐이나 헝겊으로 돼 있었으며 뒤 창문은 플라스틱 재질로 마음대로 접고 펼 수 있게 설계됐다. 또 문은 두개로 구성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1960년대 미국에서 링컨 컨티넨탈이 등장하면서 ‘4도어’ 시대를 열었다.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컨버터블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는 덮개를 일반 자동차 차체로 만드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에 따라 덮개가 헝겊으로 된 자동차는 소프트톱, 일반 자동차 차체로 된 자동차는 하드톱으로 불리고 있으며 엔진 출력을 스포츠 세단 수준으로 끌어올린 모델은 로드스터, 스파이더로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컨버터블 시장은 전체 10% 수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월별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컨버터블은 푸조 206CC로 1~5월 중 103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푸조 207CC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드톱 컨버터블 중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 중인 모델로 기존 206CC보다 전장을 200mm 늘리는 대신 전고는 75mm 줄여 민첩성을 강조했다. 시속 10km 이하에서는 달리면서도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개폐 시간을 25초로 단축했다. 207CC에는 1.6리터 신형 가솔린엔진이 장착돼 있어 시속 195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출력은 120마력, 최대 토크는 16kg·m까지 낼 수 있다. 4단 팁트로닉 자동 변속기가 장착돼 있는 207CC는 현재 국내에서 36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같은 기간 푸조 307CC는 62대, 207CC는 49대가 판매됐으며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뉴비틀 카브리올레는 5개월간 42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푸조 307CC는 푸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인승 하드톱 컨버터블로 207CC와 마찬가지로 시속 10km 이하에서 25초 만에 덮개를 열고 닫을 수 있다. 307CC는 1997cc 4기통 DOHC엔진과 4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으며 최고 시속은 204km, 최고 출력은 140마력, 최대 토크는 20.4kg·m이나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45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는 SL500과 SLK350을 컨버터블로 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L500은 고성능 쿠페와 2인승 로드스터를 결합한 모델로 1954년 뉴욕모터쇼에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9만여 대나 판매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차 값은 1억9830만 원으로 어지간한 대형 세단보다 값이 비싸다. 이 모델에는 5462cc V8엔진이 장착돼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도착할 수 있다. SL500에는 7단 자동변속기와 F-1대회의 경주용 자동차에 장착된 패들시프트가 설치돼 있다. 또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전자유압식 제동 시스템 센서 트로닉 브레이크 컨트롤과 버튼 하나만 누르면 16초 만에 덮개가 열리는 배리오 루프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SLK350은 1996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였던 하드톱 컨버터블로 지금까지 46만여 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879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SLK350은 날렵한 엔진에 역동적인 디자인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V6엔진이 장착돼 최대 출력 272마력을 자랑한다. SL500과 마찬가지로 7단 자동변속기와 패들시프트 장치가 장착돼 있다.렉서스 SC430은 국내 수입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중 유일한 컨버터블 모델이다. 하드톱 스타일인 SC430은 후륜 구동 방식으로 8기통 VVT-i엔진이 장착돼 있다. SC430의 시프트 로직 컨트롤은 도로 경사와 가속 감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볼보의 C70은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볼보 최초의 하드톱 4인승 컨버터블이다. 이 차는 컨버터블 최초로 하드톱이 3단으로 접히며 내부에 다인 오디오가 설치돼 최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이 밖에 재규어는 스포츠카 모델 XK를 컨버터블로 개발해 현재 판매하고 있다. XK는 100%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여기에 300마력에 이르는 4.2리터 V8엔진을 탑재,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고속도가 시속 250km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3초 걸린다. 국내 판매가는 1억6700만 원이다.이 밖에 재규어는 XK모델의 고성능 버전인 XKR 컨버터블을 9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XK와 마찬가지로 차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여기에 4.2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 엔진 출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CATS (Computer Active Technology Suspension)라고 불리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있어 핸들링이 더욱 정교하며 프런트 디스크의 직경을 기존 326mm에서 355mm로 키우고 두께도 30mm에서 32mm로 늘려 제동력을 향상시켰다. 국내 판매가는 1억7900만 원대로 예상되고 있다.슈퍼카의 대명사 포르쉐는 박스터S라는 로드스터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뉴비틀 카브리올레를 114대나 판매한 폭스바겐은 6월 초 새로운 컨버터블 이오스를 국내 공식 런칭해 컨버터블 시장의 주도권을 쥔다는 방침이다.이오스는 세계 최초로 5단 접이식으로 개발된 하드톱 컨버터블로 골프 GTI에 장착된 직분사 4기통 FSI엔진이 장착돼 최대 200마력, 최고 시속 229km까지 나온다. 이오스에는 앞좌석의 위치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이지 엔트리 시스템과 지붕의 개폐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최신형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시스템이 적용됐다. 아우디도 지난 6월 최신형 아우디TT 로드스터를 공식 출시했다. 아우디 TT 로드스터에는 2.0 직분사 FSI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 토크 28.6kg·m까지 엔진 출력을 높일 수 있다.컨버터블의 멋을 젊음과 자유로만 한정지을 순 없다. 그러기엔 컨버터블은 곳곳에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너무 많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컨버터블은 덮개를 열고 달리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일부 업체에서 제작된 시스템은 일반 세단의 안전 장치를 능가한다.푸조 207CC에는 에어백만 5개가 장착돼 있으며 보행자의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적도록 보닛과 엔진룸 사이에 서바이벌 존을 확보해 뒀다. 전면 충돌 시 헤드램프가 보닛 아래로 들어가도록 했으며 액티브 롤 오버 프로텍션 바 시스템을 장착해 차량 전복 시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해 준다. 또 승객의 머리 보호를 위해 자체 윗부분과 뒷좌석 헤드레스트에 지름 54mm의 특수 고강도 튜브를 장착했다. 렉서스에는 전면과 측면에 SRS 에어백에 장착돼 있으며 조수석에는 탑승자 감지센서와 안전벨트 텐션 센서가 부착돼 있어 에어백의 작동 시점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볼보C70은 전복 사고 시 강철 빔이 솟구쳐 올라 탑승객을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경추 보호 시스템과 미끄럼 방지 시스템 등도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메르세데스벤츠의 SLK350에는 혁신적인 난방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에어스카프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머리 받침대 뒤에 있는 특별 환기구에서 따뜻한 공기가 배출돼 탑승자의 머리와 목 주위를 따뜻하게 보호해 주도록 설계됐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