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올라가는 무더운 여름,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휴가지에서의 멋쟁이 패션을 알아보자. 지금 이 순간, 나이는 잊고 멋을 입어라.무리 좋게 보려 해도 여름은 남자의 계절이 될 수 없다. 특히 멋쟁이들에게 여름은 최악의 조건을 다 갖춘 잔혹한 계절이다. 후텁지근한 날씨는 조금만 멋을 부려도 땀이 주르륵 흐르게 만드는 주범이다. 드레스 셔츠는 반드시 긴 소매를 입으라는 패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가 겨드랑이에 찬 땀 때문에 민망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여름은 평소 멋을 부리지 않던 남자도 손쉽게 “옷 잘 입으시네요”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면 여름에 옷을 잘 입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 작 <리플리>는 원작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영화평과는 달리 그 자체로 너무나 훌륭한 남성 패션 교본서이다. 특히 주드 로는 남자가 입어야 할 서머 룩의 최절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영화에서 다소 넉넉한 핏의 코튼 팬츠를 착착 접어 입고 모카신 슈즈를 신었다. 여기에 영원한 베스트 아이템인 가로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고 카디건을 걸쳐 여유로움을 표현했다.<리플리>의 주인공들인 맷 데이먼과 기네스 펠트로 그리고 주드 로가 입고 나온 스타일은 모두 리조트 룩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의 부호들이 휴양지의 풀 빌라나 요트를 탈 때 입는 룩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제는 이른 여름 -시기로 따지면 딱 지금이다 - 멋쟁이 남자들이 가장 즐겨 입는 평상복이 되었다. 주요 아이템으론 밑창이 짚으로 된 에스파르듀 슈즈나 모카신, 풍성한 실루엣의 코튼 팬츠, 내추럴한 티셔츠나 해군들이 입을 법한 가로 스트라이프 셔츠, 리넨으로 된 카디건이나 재킷 등이 있다.2009년 여름,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멋쟁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 주드 로의 옷차림을 연구하라.바다 건너 일본에선 몇 년 전부터 ‘쿨 비즈’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자는 ‘쿨 비즈’의 취지 자체는 응당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멋까지 포기할 순 없잖은가. 그래서 환경을 살리면서도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는 방안을 짜느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노력을 했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헤어’는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앙고라산양에서 채취한 모 섬유 또는 그것으로 짠 직물을 뜻하는 모헤어는 수분을 잘 흡수하고 몸에 달라붙지 않을 뿐더러, 통풍성까지 탁월해 최고의 여름 슈트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여름이라고 해서 슈트 특유의 핏을 포기해서는 결코 멋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하자. 또한 전통적인 여름 패브릭인 린넨도 최근 여성복 뿐 아니라 남성복에도 80년대 열풍이 몰아치면서 다시 떠오르고 있는 소재다. 1980년 대 말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내추럴한 린넨 소재로 여피족의 풍요로움을 디자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번 여름 다소 각진 어깨의 린넨 재킷을 걸쳐주는 것이 최신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더위도 이겨낼 수 있는 복안이라 할 수 있다.프랑스의 테니스 선수였던 라코스테가 발명했다는 피케 셔츠는 여름에 남자들이 입을 수 있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라코스테나 랄프 로렌 혹은 프레드 페리처럼 10만 원 내외면 살 수 있는 피케 셔츠들은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 있을수록 돈이 되는 옷들이다. 패션 스타일링 공식은 너무나 간단하다. 코튼 팬츠를 입고 스니커즈 혹은 샌들을 신는다. 거기에 피케 셔츠만 걸쳐주면 OK. 단 우리나라 남성들은 피케 셔츠를 자신의 치수보다 다소 크게 입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깨뼈가 돌출된 부분을 피케 셔츠의 어깨 재봉 선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린과 그레이, 블랙과 화이트 등 기본 컬러를 갖추고 있다면 이번 여름엔 핑크와 라임, 스카이 블루 등 화사한 파스텔 톤 컬러의 피케 셔츠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글 김현태 아트머스, 데이즈드 & 컨퓨즈드 패션 수석 에디터 ·사진 폴로 랄프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