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달러가치 하락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헤지(Hedge) 기능이 있고 달러가치가 떨어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주식 시장이 조정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큰 데다, 금값은 주가지수와의 상관관계가 낮은 특성이 있어 개인투자자들도 자산배분 차원에서 금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요즘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금에 대해서도 주식에 투자하듯이 매일 시가로 사고 팔 수 있는 금 ETF상품까지 나와 있어 금 투자가 한결 손쉬워졌다.


금값 상승 지속

지난해 세계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금값은 한 해 동안 25%나 급등했다. 올해도 금값 강세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런던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지난 11일 온스당 1150달러까지 치솟는 등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금값의 급등세는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조정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골드바에서 금ETF까지 투자방법 다양
금융위기를 예언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재의 금값에는 달러캐리 트레이드와 유동성이 일으킨 글로벌 자산거품이 포함돼 있다”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중단될 경우 금값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금 시장에 구조적인 수요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도 금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짐 로저스 같은 상품투자전문가는 향후 10년 내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전체 금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금광의 금 채굴량은 2001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 원석의 질이 갈수록 나빠져 톤당 금생산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30년 후에는 금의 신규생산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의 수요, 특히 투자 목적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2008년 4분기∼2009년 3분기) 금 수요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2% 증가했다. 보석류, 산업용 수요는 각각 20%씩 감소했지만 금ETF(Exchange Traded Fund),금ETC(Exchange Traded Commodity)의 거래증가에 따른 투자수요가 무려 45%나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금 투자 펀드인 SPDR Gold Trust의 금보유고는 지난 2004년 8톤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에는 1117톤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규모는 세계 5위 금 보유국인 중국의 금보유량 1054톤보다 많은 것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고의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달러화 약세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화폐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의 비중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70%가 넘고, 유럽중앙은행 23.2%,영국 18.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 2.2%,러시아 4.1%,중국 1.4%,한국 0.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 국가의 중앙은행들의 금보유량 확대가 금시장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 중 중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금보유량을 5000톤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도 적정 금편입 비중을 10%로 늘릴 계획이다. 동양종금증권 조성배 연구원은 “중국의 금보유량 확대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열기는 올해 금시장의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조성준 연구원은 “달러화의 구조적인 약세 우려로 금의 고유기능인 화폐가치가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금값은 사상 최고치이지만 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금 가격은 2차 오일쇼크 기간인 1880년대 초반에 비해 47%나 낮아 오히려 실질가격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시계열 분석을 이용해 올해 내 금 가격은 최소 139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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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투자의 안정성

금 투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왔을 뿐 아니라 변동성이 적은 특징이 있다. 또 주요 투자대상인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도 낮아 주식 외 대안투자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최근 10년 동안의 주요 투자상품 장기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금의 수익률은 304.8%(환노출 투자의 경우, 환헤지투자의 경우에는 303.6%)로 월등하게 높았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56.1%에 그쳤고 S&P500지수 수익률은 오히려 -21.1%였다. 3년, 5년 등 중기수익률도 금 투자가 가장 양호했다. 반면 지난 10년간의 월간수익률을 기초로 계산한 변동성은 금이 19.8%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의 변동률은 33.8%나 됐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상품의 가격변동성은 34.7%에 이르렀다. 변동성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금 투자가 또 매력적인 이유는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가 역의 관계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와 금값의 상관계수는 -0.31이었다. 즉,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 금값은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 금값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위험을 헤지하려면 금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금값은 △경기선행지수와도 상관관계가 적고 △극단적인 인플레이션기에 폭등하는 경향이 있고 △디플레이션 시기에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포트폴리오 분산효과가 뛰어나다.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 차종도 AI운용팀장은 “금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수요가 커지는 성향이 있는 안정적인 자산”이라며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장기투자포트폴리오에 주요 자산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 투자는 어떻게
골드바에서 금ETF까지 투자방법 다양
현재 개인이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먼저 골드바 등 금을 은행에서 직접 사들일 수 있다. 이런 방법은 현물 금을 직접 보유하는 것으로 보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내야하고 은행에 거래수수료(가격의 2∼3%)도 지급해야 한다. 둘째는 은행의 골드뱅킹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 상품은 금의 실물거래 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금매매 시 매입금액의 1%를 수수료로 내야한다. 환노출 상품인 만큼 환율변동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셋째는 금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금 펀드는 금 가격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펀드와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가 있다. KB스타골드특별자산,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 PCA골드리치특별자산 등 파생형 펀드가 지수형 상품이고 신한BNP골드증권투자신탁, 기은SG골드마이닝증권, 블랙록월드골드증권 등은 주식형 상품이다.

주식형 상품은 같은 금 관련 기업이라도 어느 기업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 1월4일 기준으로 ‘블랙록월드골드증권’의 경우 1년 수익률이 41.67%나 되지만, 같은 주식형 상품인 신한BNP골드증권투자신탁, 기은SG골드마이닝증권은 27∼28%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 펀드는 일정기간 내에 환매할 경우 환매수수료 등을 부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금펀드에 투자할 경우 반드시 환헤지를 할 것을 권하고 있다.특히 올해는 원달러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환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금값이 오르더라도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지난해 말 1164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현재 1120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전문가들은 올해 105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파생형보다는 주식형 펀드를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다.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펀드의 운용성과를 분석해보면 주식형펀드의 운용성과가 파생형보다 낫지만 변동성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며 “주식형이 고위험 고수익 투자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박 연구원은 그러나 “금 관련 펀드의 장기성과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 관련 투자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투자자산의 20% 미만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넷째는 금ETF를 사는 것이다. ETF는 일종의 인덱스펀드처럼 운용되면서도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수료가 싸고 현금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매매시에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현재 금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금ETF 또는 금ETC는 세계 13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수탁고는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5일에 금ETF인 ‘현대 hiShares Gold 특별자산 상장지수투자신탁’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이 펀드는 런던금융시장에서 매일 고시하는 금 가격을 벤치마크 지수로 하고 있다.

총 보수는 0.60%로 1∼2%대에 달하는 다른 금 펀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그러나 최근 시장에서 거래량은 1만 주 미만으로 아직 부진한 편이다.

이와는 달리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금 관련 테마주로는 LS 고려아연 글로웍스 애강리메텍 케이아이씨 엠케이전자 한성엘컴텍 지앤이 등이 꼽힌다. 이 중 LS 고려아연 애강메리텍은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금을 생산하고 있어 금값 상승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금광 채굴권을 보유한 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거나 금광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회사여서 아직 구체적인 실적은 없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