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5세대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현재 60세로 돼 있는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이 2013년부터는 5년마다 1년씩 늦춰져서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50대 중반에 직장에서 퇴직한 후 60대 중반까지 소득 공백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후 생활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역 시절에 연금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으로 충분히 노후 준비를 해 온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직장인 대부분의 경우에는 퇴직 전에 모아둔 금융상품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2009년 수도권 55세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퇴직자들의 정년은 평균 56세로 그들이 기대했던 연령보다 7년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퇴직 때까지 마련한 노후 자금이 실제 필요한 자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 중 절반 이상이 71세까지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70대 초반까지는 재취업을 해서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생활비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퇴직 후 30~40년간의 긴 후반 인생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소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고역이 아닐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을 위한 주특기 개발

재취업을 해 소득을 얻는 일을 하려 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주특기다. 고령세대를 채용하려는 회사들은 과거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필자도 옛 직장동료의 재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아는 회사에 부탁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그 사람의 주특기가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에서는 인사부에서 노조 담당 10년 이상 경험자가 필요한데…”라는 식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자신만의 주특기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고도의 전문 지식이나 능력만이 아니고 사소하게 생각되는 능력이라도 남다른 점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없는 경우에는 성급하게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주특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는 것부터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직장 후배 한 사람은 50대 초반에 퇴직을 한 후 1년 가까이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여의치가 않자 과감히 박사과정에 도전해 학위를 취득한 후, 지금은 한 지방 대학의 교수가 된 사례도 있다.

재취업한 후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퇴직한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선 임금 수준이 전 직장에서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대부분 30대까지는 회사에 대한 공헌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그러다 40세 전후 관리직이 될 무렵부터 회사에 대한 공헌도 이상으로 임금을 받게 된다. 젊은 시절에 적립해 두었던 부분을 찾아오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취업 후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급여는 전 직장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낮아졌다고 실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라 전 직장에서 받았던 ‘지불 초과분’을 못 받게 된 결과라고 생각해야 한다.


재취업 시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

재취업한 직장을 전 직장과 함부로 비교해 비하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큰 조직에서 근무하다 중소기업에 재취업하게 되면 그 회사의 시스템이나 시설이 크게 뒤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큰 조직에서는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작은 회사에서는 심한 경우 화장실 청소까지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조직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겠는가. 중소기업이 효율성 면에서 대기업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전 직장과 함부로 비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사소한 비용이라도 꼭 필요한 것인지 따져보고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보다 가족경영 기업의 우위성이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경영 기업의 오너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돈을 쓸 때는 자기 돈을 쓸 때처럼 아끼지 못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각종 비용 지출에 낭비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년 후 재취업을 하게 되는 중소기업은 가족경영 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 회사의 오너 또는 사장은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한다. 따라서 대기업에서는 당연하게 지불되는 경비까지도 아끼는 경향이 있다. 큰 조직에 근무하다 재취업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물정 모르고 낭비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젊은 후배들과 융합하는 법

젊은 후배들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로 비치게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다음은 지난해 필자가 30년 넘게 교류해온 일본인 모모세 히로 씨를 만나 나눈 이야기다.

모모세 씨는 일본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부사장과 그 계열사인 창업투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퇴직한 분이다. 그런데 70대 후반의 나이인 지금까지도 몇몇 기업의 경영고문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주제 넘는 일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은 모모세 씨와 비슷한 연배의 일본인 몇 사람과 오랫동안 교류해 오면서 그분들이 퇴직 후에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통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 사회의 경험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고위직에서 퇴직한 후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재취업한 회사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경험에 의하면 젊은 세대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로 비치게 하는 노력,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도록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퇴직하고 재취업한 회사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저에 대한 젊은 경영진들의 경계의 눈초리였습니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제 인맥이나 경험을 통해 해결해주면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저를 더 경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너무나 섭섭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 무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저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부터는 제 공적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고 가능하면 그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소리 없이 도와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 직장에서는 자료 작성은 물론 스케줄 관리까지 모두 부하 직원이 해주고 저는 회의 주재나 사람 만나는 일만 했는데, 새로운 회사에서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장해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모모세 씨의 이와 같은 경험담은 일본의 정년 후 재취업한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일러스트·추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