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펀드보다는 덜 하지만 인덱스펀드 역시 상품 간 수익률 편차가 커 가입 시 운용 전략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야 한다.

존 보글 전 뱅가드그룹 회장이 1975년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500’을 선보였을 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상품을 ‘이단아’ 취급했다. ‘초원에서 동물들의 썩은 시체나 뜯어먹는 콘도르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콘도르 펀드’로 폄하하기도 했다. 인덱스펀드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요즘도 자산운용업계에는 이 같은 편견이 일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인덱스펀드는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상품이다. 코스피200 등 지수를 구성하는 대표 종목에 철저히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조정장에서 손실 방어 효과가 크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상승장에서 그 폭이 액티브펀드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에는 이 같은 인식도 편견임을 인덱스펀드가 증명해내고 있다. 올 한 해는 물론이고 최근 3~5년간 장기 성과도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를 앞서는 게 현실이다.
[FUND] 인덱스펀드, 안정성은 기본 … 수익률도 의외의 선전
액티브펀드 앞서는 인덱스펀드

올 들어 인덱스펀드는 일반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을 크게 앞서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덱스 주식 코스피200’형의 지난 9월 7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5%로,‘액티브 주식 일반형’(0.13%)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개별 상품별로 살펴보면 설정액 100억 원 이상 인덱스펀드 가운데 ‘트러스톤인덱스알파1’이 연초 이후 4.30%의 수익을 내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평균(1.75%)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연초 이후 수익률 부문에서 인덱스펀드를 앞서는 유형으로는 올해 최대의 히트 펀드 가운데 하나인 삼성그룹주 펀드가 다수 포함된 ‘액티브 주식 테마’(4.93%)와 ‘액티브 주식 중소형’(3.54%)이 있다. 하지만 3년 이상 장기 성과를 보면 인덱스펀드의 강점이 더욱 돋보인다.

인덱스 주식 코스피200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21.70%로 연 7%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주식형 펀드 평균(14.66%)은 물론 액티브 주식 일반(11.70%), 액티브 주식 테마(18. 67%)보다 뛰어난 성과다. 개별 펀드 가운데 ‘우리프런티어뉴인덱스플러스알파’는 최근 3년간 26.28%의 놀라운 수익률을 나타냈다.



인덱스펀드 성과의 배경은

인덱스펀드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손실 방어 효과다. 우량 종목인 코스피200 등 지수 구성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해 리스크 관리 역량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지난 5~7월 석 달간 액티브 주식 일반이 7.76% 손실을 본 가운데 인덱스 주식 코스피200은 7.25% 조정을 받았다. 이는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7.53%)보다 선방한 것이다.

특히 올해 나타난 독특한 현상 가운데 하나로 상승장에서도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를 훨씬 앞서는 성과를 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자금이 풀리면서 유동성 랠리가 펼쳐졌던 지난 1~3월에 인덱스 주식 코스피200은 17.20% 수익을 내 주식형 펀드 평균(10.06%)과 액티브 주식 일반(9.02%)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이 기간에 ‘교보악사콜인덱스1’은 14.34%로, 인덱스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인덱스펀드는 상승장에서 액티브펀드보다 수익이 나쁘다’는 인식을 깨버린 셈이다. 이처럼 증시 등락에 상관없이 인덱스펀드가 올 한 해 뛰어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올 한 해 증시 흐름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글로벌 유동성이다.

1·2차 LTRO,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풀린 자금이 증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투자심리가 안정될 때마다 증시로 흘러들어오면서 글로벌 랠리를 이끌었다. 지난 1분기와 7월 말 이후 전 세계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1분기에 외국인은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서 11조848억 원, 8월 한 달간 5조2651억 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이때 외국인은 시가총액(시총) 상위 대형주들을 프로그램 매매로 집중 매수했다. 대형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인덱스펀드가 상승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게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기법을 활용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도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향상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1년간 수익률 1위인 ‘트러스톤인덱스알파1’은 지수를 구성하는 비율대로 해당 종목에 수동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펀드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특정 종목의 투자 비중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높이는 ‘인핸스트(enhanced)’ 전략을 구사한다.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인덱스펀드 간에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초 이후 ‘트러스톤인덱스알파1’이 4.30%로 설정액 100억 이상 펀드 중 최고의 수익을 내는 동안 ‘마이다스코스피200커버드콜’은 0.56%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김응주 트러스톤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액티브펀드보다는 덜 하지만 인덱스펀드 역시 상품 간 수익률 편차가 커 가입 시 운용 전략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덱스펀드가 올 한 해 뛰어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덱스펀드가 올 한 해 뛰어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관심 높아지는 ETF

요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인덱스펀드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되기 때문에 거래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일반 인덱스펀드보다 더 나은 점으로 꼽힌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증시에 상장된 상당수 ETF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덱스 주식 기타’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37%로, 일반 인덱스펀드보다 낫다. 변동성 장세에서 일반 인덱스펀드보다 증시 변동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시리즈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시리즈 가운데 지수추종형을 제외한 상당수 ETF들의 거래가 부진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TF가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매도가 이뤄지지 않아 의도하지 않는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KRX)는 이 같은 단점으로부터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9월 3일 ‘ETF 시장의 건전화 등을 위한 종합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거래가 부진한 ETF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투자자들의 건전한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ETF를 새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는 게 이 대책의 목적이다.

금융감독당국 등은 상장 후 1년이 경과한 종목 중 자산규모가 50억 원 미만이거나, 이전 6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500만 원 미만인 종목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총 16개 ETF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할 다양한 신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채 현물과 선물에 동시에 투자해 시장금리 변동 폭 이상의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국고채 레버리지 ETF’, 장외 스와프·파생결합증권(DLS) 등을 활용해 지수를 추종하는 ‘합성 ETF’ 등이 연내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