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팔자 공세에 지수 횡보

올 초 지수 6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코스닥이 500~550선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속에 코스닥 시장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주가를 회복하며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이고 있다.



역시나였나? 코스닥 시장은 요즘 패배감이 적잖이 퍼져 있는 모습이다. 5월 말엔 코스닥 지수가 585.76 (5월 28일)까지 치솟으며 지수 600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지난 옛일이 돼버렸다. 6월 말 순식간에 지수 480.96(6월 25일)까지 밀린 코스닥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고, 이후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지수 500~530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이어지면서 앞날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KOSDAQ] 셀트리온 회복 속 거품 논란 계속
외적 변동성에 대한 위험은 더 커져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과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 이른바 ‘G2(미국·중국) 리스크’의 불똥이 중소형주로 튀면서 그 여파로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코스닥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코스닥 주식을 서둘러 손절매했고, 덩치가 작은 코스닥 종목들은 기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락장·급락장일수록 맷집이 약한 종목부터 타격이 크게 마련”이라고 평가했다. 손이 큰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의 하향 변동성도 커졌다.

코스닥 시장 자체 성격도 ‘외풍(外風)’을 많이 타는 종목 위주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시장은 기술주 중심의 시장이라는 특성이 약해지고 바이오주, 홈쇼핑주 등 ‘유통·소비주’ 중심으로 판이 바뀌었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권 판도를 살펴보면 CJ오쇼핑, GS홈쇼핑 등 홈쇼핑주가 약진했다. 식음료·문화·도박 산업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셀트리온(5조452억 원)을 필두로 시총 1조 원대의 서울반도체, 다음, 파라다이스, CJ오쇼핑, 안랩, 에스엠 등이었다. CJ E&M과 포스코ICT, 에스에프에이 등도 10위권에 포진했다. 전체적으로 바이오와 엔터, 정보기술(IT)주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었던 셈이다.

반면 올 7월 들어선 셀트리온 시총이 4조8262억 원으로 줄었고,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가 2조2326억 원, 홈쇼핑업체 CJ오쇼핑이 2조2027억 원으로 성장했다. 서울반도체와 동서, GS홈쇼핑, SK브로드밴드, CJ E&M, 포스코ICT, 다음 등이 시총 1조 원대로 톱10을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문화 관련주가 늘어나고 기술주가 줄어든 모습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외부 경제 충격에 따른 변동성 위험은 더욱 커졌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평이다.


셀트리온 회복 속에 바이오주 실적에 대한 우려는 줄어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투자자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의 올 상반기 회전율은 271.53%로 작년 상반기(358.61%)와 비교해 87.08%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지난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당 2.7차례 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코스닥 시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바이오주의 실적 우려가 예전보다 상당히 줄었다는 점이다. 췌장암 치료제 임상 실패로 반 토막이 난 젬백스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 종목들은 ‘기상도’가 사뭇 다르다.

특히 한때 회계 적정성 논란과 함께 신약 제품 판매에 의구심이 제기됐던 코스닥 시장 ‘대장주’ 셀트리온의 회복세가 인상적이다. 한때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셀트리온 주가는 4만8000원대까지 반등했다. 이 회사의 관절염 치료제 복제약인 ‘램시마’가 지난달 말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뒤부터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트레이드증권, 대신증권, KB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잇따라 셀트리온의 신용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의 투자 위험이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등급을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이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살아나면서 바이오주 전체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6월 말 2784.58까지 떨어졌던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는 7월 8일 현재 3273.22로 4월 수준을 회복했다. 셀트리온, 씨젠, 차바이오앤, 메디포스트, 테라젠이텍스 등 코스닥 시장 내 주요 바이오주로 구성된 제약업종 지수는 올 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분 매각을 선언한 이후 급락세를 탔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약속대로 ‘램시마’가 유럽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우려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KOSDAQ] 셀트리온 회복 속 거품 논란 계속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업체들의 성장성이 좋아지고 있지만 현재 주가는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분위기도 최악은 벗어난 모습이다. 차바이오앤, 메디톡스 등 일부 종목들은 소폭 반등세를 보이며 바닥을 다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바이오업체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5월 이수앱지스가 독일 머크의 자회사 머크세로노와 바이오시밀러 생산기술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개량 신약 ‘에스메졸’의 조건부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며 “올해는 주요 바이오업체들이 해외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하더라도 하반기엔 계절 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셀트리온의 판매 승인으로 해외에서 제품력을 인정받는 업체들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산업 특성상 제품 하나가 매출에 기여하기까지는 최소 3~5년이 소요된다”며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업체들의 성장성이 좋아지고 있지만 현재 주가는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도 “셀트리온 시총이 5조 원을 육박하지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면 아시아나항공 시총은 1조 원 규모고 CJ그룹 상당수 계열사의 시총이 1조~2조 원대”라며 “미래 수익을 담보로 한 바이오기업의 시가총액에 일정 부분 ‘거품’이 있다는 지적은 상당 기간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