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글로벌 톱 엑셀러레이터로 성장”

[한경 머니= 공인호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 신한퓨처스랩의 목표는 핀테크 사관학교를 넘어 ‘글로벌 톱 엑셀러레이터’로 우뚝 서는 것이다. 오는 2023년까지 유니콘기업 3개 발굴 및 육성, 500여 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확보, 글로벌 6곳 거점 확보라는 세부 계획도 마련해 둔 상태다.


“신한퓨처스랩은 그룹(신한금융) 차원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출범시킨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입니다. 신한퓨처스랩만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룹 전 구성원의 자부심이기도 하죠.”
신한퓨처스랩을 이끌고 있는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전통 금융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상생은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경쟁사에 비해 발 빠르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출범시키고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신한퓨처스랩 출범 7년 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네요.
“신한금융그룹은 여타 경쟁사에 비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일찍부터 준비했습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과 시장 규제가 사라지는 시대에서 나 홀로 혁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신한퓨처스랩 출범은 필수적이었습니다. 사실 신한퓨처스랩도 초기 단계에서는 사회공헌이나 단순한 업무 공간, 교육 지원 등으로 인식되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스타트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과 함께, 금융권 최다인 210여 개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죠. 이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신한퓨처스랩의 지향점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전통 금융사의 경우 조직이 크고 관료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받아들이고 기술과 서비스 시장의 트렌드를 감지해 나가야 하는 거죠.
이에 신한퓨처스랩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그들이 갖고 있는 유망 기술 및 서비스가 신한금융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형태죠. 이 같은 협업과 상생 노력은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핀테크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신한퓨처스랩만의 차별성을 소개해 주신다면.
“현재 신한퓨처스랩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들의 스타트업 육성 구조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실질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단계적 투자 기능과 대기업 협력 체계, 인재 연결, 멤버십 등의 실효성 높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죠. 여기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지원 체계도 확립했습니다. 특히 신한퓨처스랩 육성 기업 중 상당수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죠.
사실 신한퓨처스랩은 ‘핀테크 사관학교’라는 별칭과 달리 헬스케어, 커머스, 플랫폼, 소셜벤처 및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 기업을 선발해 영역을 넘나드는 융·복합적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 GS숍, SK, 비자 같은 대기업 파트너사와도 스타트업 성장을 함께 지원하고 있죠. 업무 공간, 인프라, 네트워킹, 기술 자문 등의 필수 프로그램은 물론 각 업체별로 그룹사의 협력 지원을 위한 전담 인력이 배정되고, 인재 채용을 돕는 채용 행사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점입니다. 신한퓨처스랩은 앞서 신한퓨처스랩 베트남(호찌민),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자카르타)를 개소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제휴를 맺어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생태계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선발 기준이 다소 까다롭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은데, 선발 기준이 궁금하네요.
“신한퓨처스랩은 1년에 2개의 기수를 선발하고 있는데 한 기수 선발에 700개가 넘는 기업이 신청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그룹사의 기술·서비스 담당자와 외부의 벤처캐피털, 대기업 파트너 등 100명이 넘은 전문가가 참여해 기술력과 성장성, 투자 가능성 등의 다양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죠. 그만큼 지원 업체 수가 많아 선발 기준이 다소 까다로운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선발 기업들에 대한 집중 지원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전체 생태계에서 유망 기업과 다양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자를 연결하고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노톡(Inno talk)’을 론칭해 스타트업의 협업, 투자, 마케팅을 돕고 있죠.”

신한퓨처스랩 데모데이 행사
신한퓨처스랩 데모데이 행사

스타트업 육성 지원의 대표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
“SK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진행한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공모전은 벤처기업이 연합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사업모델 연계와 합병, 주식 교환 등 법적 연결을 통해 더 긴밀하게 연결돼 큰 임팩트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도록 지원하는 대형 공모 프로그램입니다.
신한퓨처스랩 육성 기업 중 공모전에 적합한 사업을 가진 기업을 찾아 비즈니스를 정교화시켰죠. 이 중 스타트업 채용 및 비즈니스 플랫폼인 로켓펀치(신한퓨처스랩 4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출퇴근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 프로젝트를 진행해 임팩트 유니콘에 선정됐습니다. 로켓펀치에는 SK와 신한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펀드 및 신한퓨처스랩이 투자하고 SK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보유한 유휴자원, 통신, 금융 등의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죠. 로켓펀치의 분산 오피스 집무실은 1호점(시청 플래그십) 이후 최근 2호점(서울대점)이 오픈됐습니다.”


스타트업 지원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
“여러 사례가 있지만 주택 시세 산정 부분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빅밸류(퓨처스랩 2기)를 꼽고 싶네요.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임직원 수 6명에서 30명 규모로 늘었고 기업 가치도 10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현재 빅밸류의 주택 시세 산정 시스템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해 2금융권에서도 사용하고 있죠. 앞서 신한은행은 2017년 12월 빅밸류가 참여하는 정부 빅데이터 시범사업 공동 수행 파트너로 참여했는데, 빅밸류는 데이터 분석의 기술력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2018년에는 빅밸류의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 제공 콘텐츠를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SOL)’에 탑재해 서울, 수도권 지역 빌라 등 주택 200만여 가구의 시세를 제공했죠.
2019년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올해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빅밸류의 주택 시세 산정 알고리즘을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신한은행과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런 성과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 알고리즘이 실제 금융 시스템에 적용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빅밸류 주택 시세 산정 서비스는 다양한 금융사, 저축은행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죠.”


핀테크 업체와 그룹 계열사와의 실질적 협업 혹은 인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얼마 전 신한카드가 단솔플러스(신한퓨처스랩 5기)와 아이폰 터치결제가 가능한 케이스를 출시했는데, 지난해 육성 프로그램 참여 시기부터 꾸준하게 협업 모델을 찾아 상품까지 출시한 사례입니다. 또 신한생명은 머신러닝 AI 영상인식 기술을 보유한 아이픽셀(6기)과 AI 운동 코칭 플랫폼 ‘하우핏’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데, 고객의 건강관리 데이터를 토대로 보험료를 할인하고 헬스트레이너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플랫폼 모델입니다.
이외에도 어니스트펀드(P2P 금융)와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개인 간 거래(P2P) 신탁 서비스, 블로코(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와 블록체인 기반 신한금융그룹 통합인증 공동 개발, 파운트(자산관리)와 로보알고리즘 계좌를 신한금융투자와 연동해 판매 채널 제공, 카사코리아(디지털 부동산 유동화증권 거래)와 계좌 개설 및 전자증서의 매매를 기록하는 분산원장 공동 운영 등 100여 건의 이르는 협업 사례가 있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 중인데 향후 계획이 궁금하네요.
“지난 2016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을 시작으로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한퓨처스랩을 개소했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앤플레이’와 제휴를 통해 미국 진출도 지원하고 있죠. 특히 베트남 진출 기업 중 와이오엘오(C2C 해외 상품 중개 플랫폼)는 동남아 차량공유 1위 업체 그랩의 자회사인 ‘그랩 익스프레스(Grap Express)’와 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고객에게 해외 상품을 배송하는 ‘유통망 확대 및 배송비 절감’ 등의 협력을 진행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 진출 기업 중 피플펀드(P2P 금융)는 인도네시아 지방은행 3곳과 ‘코어뱅킹’ 시범 운영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에서 P2P 금융 인가를 받을 예정입니다.
실리콘밸리 진출 기업 가운데 빌드블록(미국 부동산 투자, 프롭테크 스타트업)은 신한은행 아메리카와 한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의 수익성 제고와 편의 극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한국 개인투자자들에게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한퓨처스랩이 글로벌 톱 액셀러레이터를 지향하는 만큼 향후 유럽, 싱가포르, 일본 등 2023년까지 6개의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영서 부사장은…
신한DS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본부장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맥킨지앤컴퍼니 부파트너
재정경제원 사무관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