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중심으로 변화”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 대한민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앞으로도 유효할까. 중장기 투자 자산으로서의 부동산 가격 추이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촉매제로 ‘주식투자 시대’가 본격 개화했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20년 국내 증시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기록과 시사점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브이(V)’ 자에 가까운 급격한 회복세를 보인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12월 18일 현재 2800선을 목전에 뒀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는 2021년 코스피가 3000선 고지를 밟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저금리 정책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맞물리면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에서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곧 증권업의 호황을 의미한다.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을 비롯해 대다수 증권사들이 지난 하반기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도 급격히 늘어난 ‘동학개미’ 덕분이다.

실제 2020년 개인투자자의 연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140% 가까이 증가한 22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2020년 증권사 영업수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각각 19.3%, 2.6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업 섹터에 대한 오랜 분석 경험을 갖고 있는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의 과거 투자 비중을 고려해 볼 때 주식투자 비중 확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2021년 거래대금은 보수적 가정하에서도 2020년 거래대금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 이사는 투자 패턴의 급격한 변화에 주목했다. 투자 연령층이 기존 4050대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2030대로 확대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직접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동안 1대1 대면 중심의 자산관리 시장 역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현행 일임형 자산관리 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산업의 성장과 함께 ‘데이터 3법’ 시행은 자산관리 시장 성장 및 구조 변화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서 이사와의 일문일답.

‘금융소비자보호법’과 함께 ‘데이터 3법’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계시는지요.
“먼저 산업적 측면에서 ‘데이터 3법’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임의로 개인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했는데, ‘데이터 3법’이 의미하는 것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하고, 또 가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죠. 여기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도 허용해 줬습니다. 한 기업이 개인의 모든 신용정보를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데, 내 신상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일종의 개인비서 역할을 해 주는 셈입니다.
그동안 개인비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를 고용해야 가능했는데, 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로 빅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개인이 아닌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해 비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실 기술적으로도 AI는 관련 서비스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문제는 정보 취득이 어려워 개인비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거죠.
하지만 규제 완화로 개인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를 취득하게 되면서 AI의 능력은 가공할 만큼 진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인간이 지금까지 수행해 왔던 전통적인 서비스의 수준을 AI가 넘어서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즉,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정교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데이터 3법’ 시행 이후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금융업 가운데서도 주로 어떤 분야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시나요.
“AI가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만큼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자산 축적과도 연결되는 분야이니 그 중요성 역시 갈수록 커지겠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매매하고, 자동으로 리밸런싱까지 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AI가 개인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다면 고객의 재무 상태를 인간 프라이빗뱅커(PB)들보다 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고, 심지어 고객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고민까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 PB는 자산관리에 앞서 개인의 투자 성향을 대면 설문 방식으로 파악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의 투자 고민까지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울러 고객의 생각이 자꾸 바뀌는데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정보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죠. 이를테면 대출을 끼고 주택에 투자한 사람의 투자 성향과 대출이 없는 사람의 투자 성향이 다르고,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성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보가 없는 PB들은 획일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거죠.
둘째로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는 PB 개인, 혹은 회사 차원의 수익성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고객이 은행에 직접 방문하면 지점 PB는 자사 상품을 우선적으로 제공합니다. 때로는 수수료율 때문에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발생하죠.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고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면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차별 없이 제공해 줌으로써 고객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면 말이죠.
무엇보다 서비스 차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전통형 자산관리 서비스는 우량(HNW) 고객과 일반(mass) 고객 간 차별적 서비스를 당연시하고 있죠.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굳이 고객 간 서비스의 차이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기계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한계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동안 자산관리 시장에서 소외받았던 2030대, 그리고 1인당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연금 시장에서 보다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2030대와 연금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산관리 시장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자산관리가 시급한 상황인데, 주지하다시피 대부분 자산은 예금에 투자되고 있고 연평균 수익률은 1~2%대에 그치는 실정이죠. 금융사가 사실상 연금 자산관리 시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중심으로 변화”
금융 투자 트렌드에 대해 ‘부동산 시대’에서 ‘주식 시대’로의 전환을 예측했습니다. 판단의 배경과 향후 흐름을 짚어 주신다면.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화폐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데, 내 실질 임금이 줄어든다는 뜻과도 같죠. 현명한 개인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폐의 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할 것이고, 지금까지는 부동산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문제는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입니다. 우리 정부가 연일 고강도 규제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죠.
현재 정부 정책의 핵심은 주택 시장으로 몰리는 투자자금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 있습니다. 투자 목적의 주택을 구매하게 되면 취득세를 중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아울러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도 대폭 인상했는데, 나아가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1억 원 이상에 대해서는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대출을 제한했습니다.
결국 이런 이유에서 부동산의 대체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전보다 투자 여건도 좋아졌죠. 개인이 유튜브 등을 통해 이전보다 주식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주식 관련 커뮤니티도 많아졌습니다.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도 투자가 가능해져 투자처도 다변화됐습니다. 개인들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수천만 원 정도는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죠.”

최근 빅테크·핀테크 회사들의 증권업 진출이 활발합니다. 기존 증권사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이네요.
“사실 플랫폼 회사의 경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고객 지향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 사용자경험(UX)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기존 회사들이 생각지 못했던 혁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데 자산관리 분야 역시 마찬가지겠죠.
다만 새로운 플랫폼 회사들의 경우 핵심 사업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대출, 예금과 달리 단지 ‘가격’과 ‘편의성’ 측면에서만 승부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신용 융자 서비스를 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주식을 원활히 중개하려면 막대한 정보기술(IT) 투자도 필요합니다. 자본과 시스템만 갖춘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많게는 수십만 고객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수정해야 하고, 시스템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자산관리 서비스 역시 소액 투자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지만, 연금 시장에서는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플랫폼 회사의 시장 진입은 증권업계의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촉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시장은 더욱 과점화될 것이고, 고객에게 선택받은 소수의 회사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으셨습니다. 2021년 시장 흐름을 예측해 주신다면.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21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과 물건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규제가 심한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역시 거래 없는 소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고,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는 등 너무나 많은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여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고 보이네요.”

부동산 규제로 인한 거래 절벽과 함께 전세 시장의 불안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전세 가격 급등입니다. 사실 전세를 낀 갭투자가 늘어나는 국면에서의 전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투자자인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익률보다 전세금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전세수익률(전세보증금×정기예금이자/주택가격)은 월세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집값 상승이 멈추게 되면 갭투자의 필요성이 낮아지게 돼 집주인은 월세 수준의 정상적 가격을 요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전세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여기에 세입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전세자금 대출 이용이 쉬워지면서 대부분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최근 2년 새 이자 비용은 25%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이 10% 상승했다는 점에서 15%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 수요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세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끝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현 글로벌 금융환경하에서는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포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준금리에 대한 기조 변경이 어렵다면 금융의 접근성, 즉 대출의 총량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 개인의 대출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한도를 설정하고, 무리한 대출을 이용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거죠.
특히 다주택자의 대출 비용을 높인다면 무리하게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그것도 빈집으로 두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 역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원리금 분할 상환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전면 확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이런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자칫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주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결국 부동산 정책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면 결과는 뻔한 거 아닐까요.”

서영수 이사는……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을 거쳐 2006년부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주요 언론사에서 총 일곱 차례 금융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됐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