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재계 2~4세 임원 고속 승진…세대교체 가속
-‘백년손님’ 옛말, 사위들도 중책 맡아
빨라진 오너가 승진 ‘1년 만에 C레벨’…사위들도 중책 맡으며 약진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재계 30~40대 젊은 오너가(家) 2~4세들이 요직에 올라 전진배치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사업에 힘을 싣고 경영권 안정화 효과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그룹의 오너 2~4세는 보통 20대 후반에 그룹에 입사해 30대에 ‘별’을 다는 경우가 많다. 부사장 이상의 최고책임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가기 위한 관문인 ‘C레벨’까지 오르는 기간도 과거보다 단축되는 추세다. 빨라진 승진 속도는 향후 후계구도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 30대에 ‘별’ 다는 2~4세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9)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난 9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남 김동원(36)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가 전무로 승진했다.

LS그룹의 3세들도 이번 인사에서 나란히 C레벨로 승진했다. 구본혁(44) 예스코홀딩스 사장이 부사장에서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구본규(42) LS엠트론 CEO도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에서 1년 만에 CEO로 승진했다. 구동휘(39) LS 전무는 액화석유가스(LPG) 기업 E1으로 이동해 COO에 선임됐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인 이규호(37)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COO 전무가 승진 2년 만에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자동차 유통 사업을 맡게 됐다. BGF그룹 2세인 홍정국(39) BGF 대표는 부사장 타이틀을 단 지 3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도 오너가의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허철홍(42) GS칼텍스 상무는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장남 허주홍(38) GS칼텍스 상무보와 허진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의 장남 허치홍(38) GS리테일 상무보도 1년 만에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SK가의 3세인 최성환(40) SK네트웍스 기획실장은 최근 시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초대 사업총괄까지 겸임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 등을 이끌게 됐다. 동국제강의 4세 장선익(39) 상무는 2016년 이사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인천공장 생산담당을 맡게 된 장 상무는 부친인 장세주 회장과 숙부인 장세욱 부회장처럼 현장을 거치면서 경영 보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장 상무와 1982년생 동갑내기인 현대가 3세 정기선(39)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2021년도 승진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까지 총 3개의 직책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승진 여부와 상관없이 그룹 내 신사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켜 3대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수소·인공지능(AI)을 제시하며 관련 사업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CJ그룹에서는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을 맡았던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36) CJ ENM 상무가 3년 만에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전 부장은 이번 승진자 명단에서 빠졌지만 곧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빨라진 오너가 승진 ‘1년 만에 C레벨’…사위들도 중책 맡으며 약진

◆ 재벌가 사위들도 맹활약…‘부부 경영’ 본격화


사위 경영인들의 승진이 두드러지며 재계 부부 경영인 체제도 자리잡고 있다. 삼성가(家)에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53)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이 글로벌전략실장에 보임됐다.

신세계그룹 2세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49) 신세계톰보이 대표는 신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를 겸직하며 새로운 성장 기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CJ그룹에서도 사위 경영인이 활약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 대우의 남편은 정종환(41) CJ 인터그레이션 팀장 겸 미주본사 대표다. 정 대표는 지난해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는데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보직과 직급이 유지됐다. 정 대표의 승진에 이어 이경후 부사장 대우도 승진하면서 그룹 내 부사장 부부가 탄생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