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화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지고 볶고 사네 마네 난리를 친다. 최근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부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평범한 일상부터 은밀한 이야기까지, 들추지 않았던 세계가 부부 예능을 통해 펼쳐지고 있다.
'동상이몽2'에 출연한 추자현·우효광 부부(위부터), 장신영·강경준 부부, 전진·류이서 가족 / 사진제공=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추자현·우효광 부부(위부터), 장신영·강경준 부부, 전진·류이서 가족 / 사진제공=SBS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다가도 곧 죽일 듯이 으르렁대는 부부. 우리가 TV 속 부부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나만 이렇게 속이 터지나' 싶다가도 '저 집도 그러네' 싶어 위안을 얻기도 하고 '저 부부는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신혼 같네' 싶어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가상'으로 짝을 지어 보여주는 커플 예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실제 커플이나 부부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19금'을 내세운 부부 예능도 등장했다.

◆ '동상이몽2', 원조 부부 예능의 품격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부부 예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7월, 첫 방송돼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 받으며 2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상이몽2'의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추자현·우효광 부부는 달콤살벌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며 방영 초반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출산으로 하차했던 추자현·우효광 부부는 100회 특집을 통해 결혼한 지 8년 만에 올리는 결혼식과 아들 돌잔치 현장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장신영·강경준 부부는 결혼 준비부터 가정을 이뤄가는 과정까지 보여주며 '예능성'보다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의 깊이감을 더했다. 이외에도 소이현·인교진 부부, 이윤지·정한울 부부, 박시은·진태현 부부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최근에는 박성광·이솔이 부부의 진솔한 이야기와 새롭게 합류한 신화 전진·승무원 출신 류이서 부부, 배우 오지호·의류업계 종사자 은보아 부부의 이야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내의 맛'에 출연한 함소원·진화 가족(위부터), 이필모·서수연 가족, 박휘순·천예지 부부 / 사진제공=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함소원·진화 가족(위부터), 이필모·서수연 가족, 박휘순·천예지 부부 / 사진제공=TV조선

◆ 함소원네 온가족을 유명인으로 만든 '아내의 맛'

2018년 6월부터 방송을 이어오고 있는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은 요즘 '동상이몽2'를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부부 예능이다. 재밌는 것은 '동상이몽2'를 연출한 PD가 TV조선으로 이적해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내의 맛'이라는 것. 두 프로그램의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동상이몽2'가 고정 출연 부부 위주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면 '아내의 맛'은 고정 출연 부부에 더해 그 때 그 때 이슈성이 높은 부부들을 깜짝 섭외해 화제성을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연애 리얼리티 예능 '연애의 맛'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필모·서수연 부부의 결혼 후 아들을 낳고 달라진 일상을 보여준다든가 깜짝 결혼 발표로 화제가 된 배슬기와 인기 유튜버 심리섭의 신혼 생활, 17살 연하의 천예지 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박휘순의 결혼 비하인드 등을 공개하는 식이다.

'아내의 맛'을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단연 함소원·진화 부부다. 함소원·진화 부부는 18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사연부터 '함진마마'라는 애칭을 얻은 시어머니와의 합가 일상까지 '온가족 에피소드'로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함소원이 베이비시터와 갈등을 겪는 모습도 담기면서 심지어 베이비시터 이모조차 관심을 얻고 있다. 이들 가족은 고부 갈등, 부부 싸움, 육아 전쟁 등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함소원·진화네는 부부 이야기에서 시작해 가족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시작부터 현재까지 '아내의 맛' 최장 출연 커플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애로부부'에 출연한 조지환·박혜민 부부 / 사진제공=채널A

'애로부부'에 출연한 조지환·박혜민 부부 / 사진제공=채널A

◆ 금기를 깬 '애로부부'

채널A·SKY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최근 부부 예능 중 화제성만으로는 단연 선두라 할 수 있다. 제목부터가 '흠칫'할 만큼 자극적이다. 부부의 필터링 없는 19금 고백은 매번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결혼 7년차인 조지환·박혜민 부부의 '32시간마다 부부 관계' 에피소드는 많은 시청자들의 경악을 자아냈다. 수술실 담당 간호사인 박혜민은 "장소 불문하고 (남편이) 32시간마다 관계를 요구하는데, 형님(조혜련)네 집, 병원 앞 숙소, 주차장에서도 해 봤다"며 "제 체격이 왜소해서 남편을 받아주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방송 이후 들끓는 화제성에 이 부부는 또 한 번 출연하기도 했다. 조지환은 "새로운 약속으로 '72시간 계약서'를 썼다"고 밝혔다. 이 계약서에는 '72시간 내에 못 참고 요구하면 96시간으로 가차없이 늘어난다', '남편은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 및 기타 여가활동으로 분산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장도 찍혀 있다. 이외에도 '애로부부'에서는 '섹스리스 부부', '받기만 하는 남편' 등 출연 부부들이 거침없는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수위의 부부 생활 이야기에 불편함과 거북함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젊은 부부뿐만 아니라 중년 부부까지 터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속사정을 시원하게 보여준다는 데 대해 긍정적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들 한 번 쯤은 겪었던 고민이기에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선우은숙(위부터), 이영하와 유튜버 유깻잎·최고기 / 사진제공=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선우은숙(위부터), 이영하와 유튜버 유깻잎·최고기 / 사진제공=TV조선

◆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이 끝은 아니다

이제는 이 모든 산전수전을 겪고 '이혼한 부부'들이 출연하는 부부 예능까지 나왔다. 국내 최초로 이혼 부부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 이혼해 26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배우 이영하·선우은숙과 인기 유튜버 최고기·유깻잎의 이야기가 공개했다.

이영하·선우은숙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자식들 없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쉽게 밝힐 수 없었던 이혼 이유와 결혼 생활 중 터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선우은숙은 과거 이영하와 갈등을 겪은 원인이 된 한 여배우를 언급하며 눈물까지 보였다. 선우은숙은 과거 한 여배우에게 아무 특별한 이유 없이 미움을 받았는데 이영하는 그 여배우와 가까이 지내며 골프까지 같이 치러 간 것. 방송 후 '이영하 여배우'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최고기와 유깻잎은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됐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고기는 서로 등을 보고 전하는 메시지에서 "상견례 때부터 유깻잎을 향한 아버지의 완강한 태도와 거침없는 말들이 유깻잎에게 상처를 줬다"며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고, 유깻잎 역시 글썽거렸다. 최고기는 이혼 후 우울증을 겪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과거 육아를 거의 전담했던 유깻잎에게 "혼자 아이를 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외에 최근 '이혼 1호'가 없다는 코미디언 부부들의 결혼 생활을 탐구하는 '1호가 될 순 없어'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부부 예능은 출연자나 소재 측면에서 단순한 관찰 예능 형식 이상으로 진화하며 다양해지고 있다.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 에피소드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실제 부부들이 쉽게 터놓을 수 없는 사연을 진정성 있게 녹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부부 예능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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