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내놓은 올해 세법개정안을 두고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대응하기엔 미흡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선 증세(增稅)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0년 세법개정안 온라인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세입 기반을 넓히는데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세법개정안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통합투자세액공제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렸다.

박영호 예정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최근 3년간 세수감소·중립적 세법개정으로 세수증가율은 둔화하는 반면 지출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조세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입 여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43년째 그대로인 부가가치세율(10%)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구구조 변화로 향후 사회보장기여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할 때, 조세 정책의 재량권·운신의 폭은 축소될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조세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재정의 '트릴레마'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의 트릴레마란 '높은 복지수준-낮은 조세부담-작은 국가채무'란 3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단 의미를 말한다.

박 전 원장은 "현 정부의 재정 트릴레마 대응 전략은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처럼 작은 국가채무를 포기하는 전략인데, 증세정책의 실종으로 국고조달이라는 조세의 기본 기능이 마비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세부담률은 2019년 20.0%에서 2024년 19.0%로 낮아진데 반해, 국가채무비율(GDP 대비)은 올해 40%대(43.9%)를 넘겨 2024년엔 60%(58.3%)에 달할 전망이다.

그는 "건전한 국가재정을 유지하는데 왕도(지름길)은 없으며, 결국 세출 억제와 세입 확충"이라면서 지속적인 증세정책 추진을 언급했다. 이에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세수가 지나치게 작은 소득세와 소비 관련 조세부담을 늘려나가되, 법인세와 상속·증여세는 소폭 세부담을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선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하되, 일부 계층의 세부담이 단기간에 급등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도질당한 '통합투자세액공제'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많은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에 대해서는 수정 혹은 폐기를 권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 삼은 것은 '통합투자세액공제'였다. 이 개정안은 지원대상이나 지원 수준이 상이한 10개의 투자세액공제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주된 골자다. 공제율은 중소기업 최대 13%, 중견기업 6%, 대기업은 4%(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은 중소 15%, 중견 8%, 대 6%)다.

정 교수는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의 도입은 간신히 없앤 제도가 경제위기를 기회로 다시 부활하려는 시도에 불과하지 않은가라는 심각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가 위기 상황이고 디지털·그린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을 없앴던 제도가 이렇게 큰 폭의 혜택으로 다시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혜택을 줄이는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감면 혜택을 주는 설비투자를 유형자산 일반으로 넓힌 것은 첨단기술의 도입, 생산성 향상, 고용 확대 등과 같은 구체적 목적을 특정하는 조세지출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묻지마 투자 지원'이며, 일몰 규정의 미도입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주요 배경으로 잡은 당국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간이과세제 확대,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자 20년 만에 개편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연매출액 48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자에 대해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면제, 업종별 부가가치율(5∼30%) 적용 등 특례를 준다(연 매출액 3000만원 미만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연 매출액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 교수는 "현재는 영세사업자의 경우에도 세금계산서 발행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납세의무자를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로 나뉘어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이 제도가 영세사업자들 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일반과세자들의 탈세를 유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따라서 폐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 의원도 "객관적인 소득 파악과 세원 투명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이라며 "이 제도가 확대·강화된 가장 큰 명분은 코로나 위기로 인한 영세자영업자 지원임에 반해 세법개정안에 한시적 확대임을 규정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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