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23) 펜로즈의 삼각형과 블랙홀 - 부분과 전체
과학과 놀자 (23) 펜로즈의 삼각형과 블랙홀 - 부분과 전체

<그림1> 펜로즈의 삼각형. 부분을 보면 가능해 보이지만, 전체를 보면 현실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삼각형이다.
아인슈타인도 부정한 블랙홀의 존재

<그림2> M. C. 에셔의 판화 ‘폭포’(1961). 물이 수로를 통해 아래로 흐르지만 어느새 폭포의 위에 도달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에셔재단 홈페이지(mcescher.com)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계산은 몇 가지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별이 블랙홀로 수축하지 않고, 유한한 밀도를 가진 평형 상태에서 멈출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슈바르츠실트 해에 의하면 태양이 반경 3㎞ 이내로 압축되면 블랙홀이 되고, 지구가 반경 9㎜ 이내로 압축되면 블랙홀이 되는데, 당시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압축되기 전에 다른 안정된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펜로즈, 무한한 우주를 작은 도형 속에 담다
1963년 은하 중심의 활동성 은하핵이 발견되고 회전하는 블랙홀의 해가 발견되면서 블랙홀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다. 이 인식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과학자가 이번 노벨상 수상자 펜로즈다. 펜로즈에 의해 블랙홀 연구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펜로즈는 회전하는 블랙홀의 기하학적 구조 연구를 통해 블랙홀 회전에너지의 일부를 직접 빼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펜로즈 프로세스(Penrose process)로 이름 붙여진 이 과정은 감마선 폭발로 알려진 천체 현상의 주요 메커니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감마선 폭발은 태양이 평생 방출하는 에너지에 해당하는 큰 에너지를 수초에서 수분 이내에 감마선으로 방출하는 천체 현상으로 현재까지 수천 개가 발견됐다.
무한한 길이를 유한한 변수로 표현하는 방법은 막대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햇빛이 수직으로 쬐이는 경우, 그림자 길이가 같도록 막대의 각도와 길이를 조절하면 어떻게 될까. 막대의 각도가 수직에 가까워지면 길이는 무한대로 늘어나야 한다. 이와 같이 무한한 길이를 90도 이내의 각도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막대의 길이와 각도는 1 대 1로 대응된다.
부분과 전체
펜로즈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바라봄으로써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블랙홀 생성이 우리 우주의 필연적 결과임을 밝힌 것이다.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뿐 아니라 항성질량 블랙홀이 관측된 현재, 블랙홀은 수학적인 해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그리고 블랙홀 중심의 특이점 또한 인류가 해결해야 할 현실 문제가 됐다. 다시 한 번 부분이 아닌 전체 연구를 통해 우주의 신비가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 기억해주세요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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