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공수해 온 26대의 포르쉐
-각기 다른 매력으로 운전의 즐거움 제공


태풍이 지나간 화창한 어느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으로 향했다. 슈퍼레이스 경기 및 자동차 관련 행사 취재를 통해 여러 번 가는 길이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특별했다. 바로 '2020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PWRS는 전문 강사의 운전 교육과 모든 포르쉐 차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더욱이 올해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해가 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열정 가득했던 2020 PWRS 현장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AM 9:30 전기차가 주는 화려한 오프닝
그룹을 나누고 본격적인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패독 뒤쪽에 위치한 공터로 모이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그곳에서는 타이칸 3대가 멋진 퍼포먼스로 시작을 알렸다.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장면을 비롯해 조용하고 빠르게 접근한 뒤 드리프트를 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굵직한 엔진음이 사라진 만큼 타이어가 땅에 갈리는 스키드 음이 더욱 크게 들렸다.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인 오프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타이칸 트랙 주행에 나섰다.

간단한 제품 소개 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주행에 준비된 차는 타이칸 최상위 트림인 터보S. 무시무시한 이름과 다르게 풀 디지털 계기판 속 점등 외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라면 당연히 겪어야 할 숙명을 뒤로하고 트랙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노멀과 레인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번갈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레인지와 스포츠 플러스는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보이며 극과극 성격을 보여줬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레인지에서는 앞뒤 구동축의 적극적인 힘 조절로 한층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최적의 승차감과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반대로 스포츠 플러스는 슈퍼카 영역을 향해 나아간다. 최고 761마력과 최대 100.0㎏·m의 힘은 가속페달에 발을 대기가 무섭게 튀어나간다. 굉장한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다루는 데에는 크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와 토크 백터링 플러스, 전자식 댐퍼 컨트롤을 포함한 어댑티브 서스펜션 등 포르쉐가 가진 최신 주행 안전기술이 기민하게 움직이기 덕분이다. 여기에 바닥에 낮게 깔린 배터리는 저 중심 구조에 힘을 보태고 환상적인 접지력을 가진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까지 더해 놀라운 주행 완성도를 보여줬다.

트랙 주행 이후에는 타이칸의 가속과 브레이크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체험존을 마련했다. 참고로 타이칸 터보S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은 단 2.8초다. 마치 롤러코스터 정점에서 떨어질 때의 느낌과 같으며 계기판 속 G포스 값은 뒤쪽으로 온전한 1G를 구현한다. 대용량 브레이크 디스크와 절반을 덮는 캘리퍼는 차를 바닥에 꽂으며 비현실적으로 멈춰 세운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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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00 간판 스타들의 등장 그리고 GT3 RS
타이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핸들링 세션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포르쉐를 대표하는 차들을 번갈아 타면서 서로 다른 매력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차는 박스터와 카이맨 GTS, 911, 이 급의 최상위 포식자인 GT3 RS로 마련했다. 박스터는 완벽한 무게 배분으로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줬고 카이맨 GTS는 예리하고 경쾌하게 코너를 들어갔다 나오며 운전의 진짜 재미를 알게 해줬다. 또 신형 911은 수평대향 6기통 3.0ℓ 터보차저 엔진이 주는 풍부함과 진보된 포르쉐의 기술력을 체험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차는 시선을 사로잡는 초록색과 거대한 윙, 실내를 뒤덮은 두툼한 롤케이지가 인상적인 GT3 RS다. 자연흡기 4.0ℓ 엔진과 최고출력 520마력, 최대 9,000rpm에 달하는 회전수 등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었다. 경주차에서나 들을법한 소리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코너에서의 움직임에 연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비록 맛보기 정도로 그쳤지만 다른 포르쉐와 선을 긋는 GT3 RS의 우월한 트랙 주행 실력은 긴 시간 여운으로 남았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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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30 박스터 T, 911 터보S와 특별한 조우
점심 식사 후 슬라럼 및 런치컨트롤 체험 코스로 발길을 옮겼다. 넓은 공터에는 국내에 판매하고 있지 않은 718 박스터 T와 고성능 911 시리즈인 터보S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박스터 T는 극대화된 주행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방해가 되는 편의 및 안전품목을 전부 뺀 차다. 그만큼 몸무게가 가벼워졌고 순수 경량 스포츠카의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박스터 T를 가지고 콘과 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유쾌한 드라이빙을 이어나갔다.

이후 런치컨트롤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노란색 911 터보 S에 앉았다. 제로백 2.7초의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레버는 D에 위치한다. 그다음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아 높은 rpm을 유지한 뒤 브레이크를 떼면 된다.

차는 탄도미사일처럼 튀어나가고 멀리 보이던 물체가 순식간에 눈 앞에 와있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몰입감이 상당해 잠시 이성의 끈을 놓을 수도 있다. 강한 힘을 온전히 뒷바퀴로 보낸 결과 도로 밑부분이 깊게 파일 정도다. 우락부락한 디자인만 없을 뿐이지 911 터보 S는 슈퍼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만큼 일반 도로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편이 좋겠다. 무섭고 두려운 기능이자 극강의 아드레날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라이벌과 비교 불가한 유일한 차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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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4도어 라인업의 새로운 가치 발견
숨을 고른 뒤 다시 트랙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포르쉐 4도어 라인업이 준비됐다. 입문형 제품인 마칸부터 카이엔 쿠페, 파나메라, 한국에 없는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까지 입맛대로 골라 탈 수 있다. GTS와 터보, E-하이브리드 등 출력도 넉넉히 준비했다.

마칸과 카이엔 쿠페는 SUV 편견을 뛰어넘는 민첩함을 보여줬고 파나메라는 긴 휠베이스로 안정적이면서 빠른 코너링을 구현했다. 게다가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는 넉넉한 트렁크까지 갖춰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도어 스포츠카 못지않은 실력으로 트랙을 누비며 맹활약하는 4도어 라인업을 보며 포르쉐가 만들면 세단과 SUV도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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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 서킷 드리프트로 찍는 PWRS의 정점
마지막은 인스트럭트들이 직접 모는 차를 동승해 서킷을 달리는 택시 타임이다. 차는 제비뽑기를 통해 골라 타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패독에서부터 속도를 높여 피트인해 마치 진짜 경주에 참가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전문가의 손을 거친 파나메라 GTS는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스릴을 안겨줬다. 고속 코너에서 일부러 차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까지 경험하고 나니 포르쉐의 가치와 충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행사 막바지 깊은 잔상을 남긴 체 수료증을 받고 2020 PWRS가 마무리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전문 드라이빙 강사가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서킷을 수도 없이 달리면서 익히고 갈고닦은 실력을 전수해 준 국내 인스트럭터 덕분에 더 정확하고 맞춤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직접 유럽에서 공수해온 26대의 포르쉐는 강한 내구성으로 끝까지 트랙 위를 지켰고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경험과 운전 실력도 쌓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이해도와 충성심은 제곱으로 커진다. 포르쉐는 여전히 드림카 리스트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하다.
[르포]가슴 뛰는 데이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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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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