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오늘로 딱 한 달이 됐습니다. 한 달 새 발의된 법안만 무려 1,200건에 이르는데요.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꿰차면서 독주 체제를 갖추게 된 여당, 경제 규제법안 처리에도 한껏 속력을 낼 전망입니다.

경제계의 고민이 여느 때보다 깊습니다. 임원식 기자가 주요 쟁점 법안들을 살펴봤습니다.

<기자>

먼저 노동, 환경 분야입니다.

30건 넘는 법안들이 올라왔는데 80%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부당한 노조 활동으로 손해가 생겨도 사업주가 노조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부터 불과 한 달만 일해도 퇴직금을 줘야 한다든지, 생명·안전 업무에 기간제나 파견 직원을 쓸 수 없다는 법안도 있습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또한 경제계의 걱정거리입니다.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이른바 `리쇼어링`을 위한 당근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상호 / 전경련 고용정책팀장

"미국, 영국, 독일 같은 경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 사용자가 기업을 운영하는 CEO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체근로 같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부분이 전혀 없고 노조에 대해서 우호적인 편파적인 운동장이라고 봅니다."

상법과 관련해 가장 우려가 큰 법안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찾기 힘든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입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게 대표소송 제기를 허용한다는 내용인데 시세차익을 노린 해외 투기자본에 악용될 여지가 높기 때문입니다.

CEO 교체와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설비투자를 위한 증자에 반대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던 과거 `SK-소버린 사태`나 `SKT-타이거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특히 자회사, 증손회사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들이 걱정입니다.

예컨대 시가총액이 12조 원대인 (주)LG의 경우 0.01% 수준인 12억 원어치의 주식만 사들여도 LG그룹 모든 계열사의 장부를 들여다보는 건 물론 소송까지도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55%를 비롯해 국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38%에 이른다는 걸 감안하면 다중대표소송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게 될 거란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 교수

"나중에 소송 같은 부분들이 또 발생할 거고. 실제로 우리 기업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자유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이익을 위해서 사실 지켜야 할 법들은 좀 지켜야 되는 거죠."

감사위원 분리선임 법안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 받는 반면 투기자본은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회사 경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K-소버린 사태`에서 SK 주식 14.99%를 쥐고 있던 소버린이 2.99%씩 펀드를 5개로 쪼개 의결권을 행사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밖에 소송 남용이 우려되는 대표소송제 활성화 법안과 주주간 파벌 싸움을 부추길 우려가 큰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정족수 미달로 기업경영 의사 결정에 장애가 되고 있는 전자투표제 의무 도입 역시 경제계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임원식기자 ry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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